대학생 이 모씨(23)는 가끔 올라오는 여드름으로 피부가 상하는 느낌을 받아 고민이다. 이 씨는 우연히 온라인 뷰티 커뮤니티를 둘러보던 중 ‘레티노이드 연고’에 대해 알게 됐다. 연고를 꾸준히 바르면 ‘아기 피부’처럼 반들반들하게 만들어 준다는 게 게시자의 설명이었다. 특히 이 연고는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다는 말에 더욱 신빙성을 느꼈다. 평범한 화장품보다 왠지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씨는 어렵사리 구한 연고 덕택에 피부가 달라질까 들떠 있다.
레티노이드 연고를 꾸준히 바르면 잡티완화, 주름개선, 피부암 예방효과까지 볼 수 있다. 조 교수는 “피부표피 조직이 엉클어지면 피부암이 유발되기도 하는데, 레티노이드는 이런 엉클어진 조직을 풀어 피부분화도를 정상적으로 되돌린다”며 “상한선이 없어 장기적으로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조언했다.
레티노이드 연고는 분명 가격대비 확실한 효과를 보장한다. 그런데 문제는 처음 바르는 사람의 경우 1~2개월 적응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조 교수는 “연고를 처방하는 의사는 환자에게 바르는 방법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교육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환자에게 욕 들어먹기 딱 좋은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한두달은 각질이 생기고 얼굴이 붉어지며, 당기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게 바로 ‘레티노이드 피부염’”이라고 설명했다. 즉 피부건조증, 안면홍조, 포진반응, 알레르기반응, 따끔거림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려면 충분한 보습이 이뤄져야 하며, 보습 기능이 있는 판테놀(panthenol) 혹은 프로비타민B5·비타민E가 포함된 제품을 함께 바르는 게 도움이 된다. 조 교수는 “특히 한국인의 피부는 백인보다 예민하기 때문에 세심하게 신경쓸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레티노이드 연고를 사용하면 피부가 햇빛에 약해져 심하면 햇빛화상을 입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물질은 햇빛에 분해되기 쉬워 효과가 떨어지므로 자기 전에 바르는 게 효과적이다. 레티노이드 연고를 사용한다면 철저한 자외선 차단은 필수다.
연고를 처음 바르는 사람은 하루 1회, 잠자기 전 콩알만큼 덜어 피부에 얇게 바르고 5분정도 뒤 고보습 수분크림을 덧바르면 된다. 아무리 좋은 약도 과하면 부작용을 낳는다. 레티노이드 연고(트레티노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스티바에이 크림)는 0.1%, 0.05%, 0.01%, 0.025% 등 네 가지 농도로 분류된다. 처음부터 빠른 효과를 얻어 보겠다고 고농도부터 바르기 시작하면 지나친 자극으로 염증이 유발될 수 있고, 오히려 노화가 가속화되기도 한다. 처음 사용한다면 반드시 제일 낮은 농도부터 사용하는 게 권장된다. 피부가 얇고 민감한 사람, 아토피성 피부를 가진 사람은 얼굴에 주름이 깊거나 여드름이 많다고 해서 높은 농도를 선택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임산부의 경우 가급적 연고 사용을 삼가는 게 좋다. 경구 레티노이드제는 복용하면 태아 기형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르는 레티노이드 연고의 경우 혈관으로 흡수되는 양이 미미하지만, 굳이 위험을 무릎 쓸 필요는 없다.
Tip. 레티노이드 연고 제대로 바르는 방법
1. 세안 후 얼굴을 완전히 건조시킨 뒤 스킨 단계는 건너뛰고 바로 연고를 바른다.
2. 약 5분 정도 지난 뒤 연고가 어느 정도 흡수되면 에센스·수분크림을 발라 밀폐한다.
3. 자극이 심하면 2~3일에 한번씩 바르고, 익숙해지면 매일 바른다.
4. 농도가 다양하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담한 후 가장 낮은 단계부터 시작한다.
5. 피부가 햇빛에 예민해지기 때문에 자외선차단제를 빼놓지 않고 바른다.
6. 하이드록시(-OH)기가 있는 의약품 또는 화장품과 병용하지 않는다.
7. 국소 비타민C 제품과 같이 사용하지 않는다.
Tip. 비타민, 카로티노이드, 합성비타민A의 차이점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의 몸에는 천연 비타민A의 형태로 크게 레티놀(retinol), 레티날(retinal), 레티노산(retinoic acid) 등이 존재한다. 비타민A 유사물질을 레티노이드(retinoid)로 총칭한다.
활성형인 레티놀(retinol)은 피부 진피층을 자극해 콜라겐 재생을 유도하고 주름을 제거하는 효과가 인정돼 기능성 화장품의 원료로도 사용된다. 비타민A가 부족할 경우에는 야맹증과 각막건조증이 생길 수 있다. 심할 경우 실명을 초래할 수도 있다. 레티놀은 많이 먹을 경우 독성으로 피로감 두통 구토 구역질 설사 등의 증상이 생겨 권장량의 10배 이상 먹는 것은 위험하다. 비타민A는 동물의 간과 생선의 간유 등 동물성 식품에만 들어있다.
비타민A는 과량 복용할 경우 기형아를 출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약으로는 하루에 한 알 이상 복용하지 말라고 권고되고 있다.
비타민A의 전구체(전단계물질)를 카로티노이드(carotinoid)라고 한다. 카로티노이드는 크게 카로틴과 크산토필(xanthophyll)로 나뉜다. 카로틴의 원료가 되는 리코펜도 카로티노이드 범주에 속한다. 카로틴은 광학적 특성에 따라 알파카로틴 베타카로틴 감마카로틴 등으로 나뉘는데 가장 중요하고 많이 알려진 게 베타카로틴이다. 크산토필은 해로운 자외선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해주는 방어용 색소로 바이올라산친(violaxanthine) 안쓰라산친(anthraxanthine) 크립토산친(cryptoxanthine) 루테인(luteine) 제아산친(zeaxanthine) 등이 있다.
베타카로틴은 비타민C나 E와 함께 세포에 독성을 끼치고 노화를 촉진하는 유해활성산소를 저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항산화 작용 때문에 동맥경화·당뇨병·암 등 각종 성인병 예방과 노화지연에 좋다. 당근·시금치·브로콜리·호박·오렌지·당근·멜론 등의 녹황색채소와 해조류는 카로틴(특히 베타카로틴)의 보고다.
카로티노이드는 비타민A의 원료로 항산화작용의 주역이다. 비타민A 그 자체로는 항산화작용을 발휘하지 않으며 카로티노이드가 실제로 작용한다. 자연계에는 600여 가지의 카로티노이드가 존재하며 다양한 색소를 뿜는다. 녹황색채소가 노란색 오렌지색 빨간색 등 현란한 색깔을 내는 것은 이들 색소가 다양한 종류와 비율로 혼재해있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식물들이 연간 생산하는 카로티노이드의 총량은 1억t이나 된다고 하니 이게 모두 약이 되는 셈이다.
합성 비타민A 유사체는 흔히 트레티노이드(tretinoid)로 불린다. 분류상 1세대, 2세대, 3세대로 나눈다. 1세대로는 트레티노인(tretinoin), 이소트레티노인(isotretinoin) , 알리트레티노인(alitretinoin) 등이 있다. 2세대로는 에트레티네이트(etretinate), 아시트레틴(acitretin) 등이 있다. 3세대로는 아로티노이드(arotinoid), 아다팔렌(adapalene), 타자로텐(tazarotene), 벡사로텐(bexarotene) 등이 존재한다. 여드름, 종양, 건선, 습진, 표피성 기미 등의 피부질환에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