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정 모씨(26·여)는 환절기가 찾아오는 게 두렵다. 4년 전 편도염을 앓은 뒤 스트레스를 받거나 날씨가 급격히 변하면 목 안에 덩어리가 낀 듯 까끌까끌해지고, 몸살 기운을 확 느낀다. 여기서 멈추는 게 아니다. 목의 증상은 점점 심해지고 참을 수 없는 오한과 고열이 동반된다. 지난해에는 두 달에 한 번씩 급성 편도선염으로 고생했다. 이렇게 ‘그 분’ 이 오시면 모든 일상생활을 멈추고 쉬어야 할 정도다. 정 씨는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하나’하고 편도선 제거 수술을 고려하고 있다.
최근 환절기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바뀌는 기온 때문에 감기 증세를 보이는 이들이 늘었다. 보통 칼칼한 공기 때문인지 목이 아프고 열이 나는 증상을 호소하는데, 이럴 경우 대다수 사람들은 약국에서 파는 평범한 감기약을 찾는다.
하지만 목통증에 고열이 동반된다면 ‘급성편도염’일 수 있어 감기와 구별해야 한다. 편도염인데도 불구하고 일반 감기약만 먹다 오히려 목에 고름이 고이는 등 질병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목이 아프면서 열이 나는 질환 중에 가장 많은 경우는 흔히 목감기라고 말하는 급성편도염과 급성인두염이다. 급성편도염은 염증이 편도에, 급성인두염은 편도 주변의 목 안 부분에 주로 염증이 생기는 경우를 말한다. 대개 급성편도염과 급성인두염이 동반되는 게 대부분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편도염 환자는 매년 800만~1000만명 정도 발생한다. 특히 환절기에 많이 발생한다. 월별 진료환자를 살펴보면 4~5월, 9~12월에 진료환자가 증가했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나 추운 계절에 많이 발생하는 계절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편도는 구개편도(목편도), 비인강편도(아데노이드, 코편도, 인두편도), 설편도(혀편도)가 환상을 이뤄 인두주위에 분포하는데 목 사타구니에 있는 림프절과 조직이 비슷하다. 일종의 작고 둥근 덩어리로 면역기능에 관여한다. 편도선 표면에는 크립트(crypt)라는 수많은 홈이 있어 애초에 여러 세균들이 살고 있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면역력이 약화되면서 이러한 세균이 쉽게 편도 안쪽으로 침투해 염증을 일으킨다.
편도가 감염되면 벌겋게 붓기 시작하면서 음식물을 넘기기 힘들게 된다. 증상은 보통 오한과 함께 39~40도의 고열이 나며, 약 1주일 후에는 열이 내린다. 심한 경우에는 귀가 찌르는 것 같은 연관통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이 때 목을 들여다보면 보통 때의 편도에 비해서 표면에 흰 점이 군데군데 보인다. 두통과 팔다리가 쑤시는 전신 권태증상도 나타난다.
염증이 주위 조직으로 확대되면 편도 주변이나 목 부위에 고름이 생기는 농양으로 발전할 수 있다. 또 급성후두기관지염, 급성중이염, 급성비염, 급성부비동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드물게는 멀리 떨어진 장기에도 염증을 일으켜 세균성심내막염, 급성화농성관절염, 급성신염, 패혈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한 달에 1~2회 또는 한 해에 5~6회 반복해 발병하는 것은 습관성 편도염으로 만성화될 수 있다.
정 씨의 주치의 김승환 닥터김이비인후과 원장(서울시 세종로)은 “정 씨는 4년 전 편도염에 노출된 이후 습관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한 번 편도염을 심하게 앓고 나면 스트레스를 자주 받거나 몸이 약해지면 편도로 나타나는 환자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편도염이 발생되면 푹 쉬는 게 가장 좋지만, 직장인이나 학생의 경우 일과나 과제에 치여 제대로 쉬지 못해 상황이 악화되기도 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정 씨처럼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편도염이 생겨 일종의 경보를 알려 ‘건강 브레이크’가 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자주 아파 고생하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용수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과 교수는 “편도염은 누구나 흔히 걸릴 수 있는 질환”이라며 “크립트 구조에 따라 자주 발생되기도 하며, 편도결석이 있거나 체질이 약해 면역력이 다른 사람보다 떨어지는 경우에 편도염에 노출되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스트레스가 직접 편도염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면역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아주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편도염이 빈발하는 사람은 편도가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해 직접 감염되거나, 상기도 감염에 의한 2차 감염으로 혹독한 고생을 하게 된다. 이런 염증 반응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편도선이 비대해지는데 이럴 경우 코에서 후두로 넘어가는 통로를 폐쇄시켜 호흡에 지장을 초래하고, 항상 입으로 숨 쉬게 된다. 입으로 호흡하면 성장과정에서 얼굴이 길어지거나 급성부비동염(축농증), 비중격만곡증이 초래될 수 있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편도선염을 진단받은 뒤 열이 지속된다면 미지근한 물을 많이 마시고 죽처럼 부드러운 음식을 먹는 게 좋다. 우선 해열제, 진통제, 기침약, 가래를 묽게 하는 약(진해거담제) 등으로 치료하며 세균감염에 의한 편도염이 의심되는 경우 항생제도 함께 사용한다. 3~4일간 치료하면 대개 호전된다.
단 1년에 4∼5회 이상 편도염이 재발하는 습관성·만성 편도염이거나 1년에 1∼2회 정도 입원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매우 심할 때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편도선은 입과 코로 들어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막는 방어 기능을 한다. 구개편도는 목구멍 후면의 양측에 있는 밤알같이 생긴 두개의 조직 덩어리로 육안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비인강편도는 코의 뒤, 목구멍의 위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다른 편도와 달리 특수한 기구가 없으면 잘 볼 수 없다.
구개편도와 비인강편도에 의한 방어 기능은 항체 생성이 가장 필요한 소아기(3세 이전) 때에 왕성하다가 사춘기를 전후해서 점차 저항력(면역력)이 증가되면서 방어 기능의 역할이 줄어든다. 따라서 의학이론적으로 3세 이후에는 면역체계에 이렇다할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편도절제술을 시행해도 무리가 없다는 게 이비인후과 의사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정용수 교수는 “편도염이 신장이나 심장 등의 다른 장기에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켜 수명을 단축시킬 위험이 있을 경우 수술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심한 증상으로 합병증이 예상되는 경우에 전신마취 하에 편도선을 완전히 떼어내는 수술, 국소마취 뒤 전기소작기 및 레이저를 이용해 편도선을 부분 절제하는 방법, 국소마취 하에 고주파 등으로 편도선을 축소시키는 방법 등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수술은 주로 양측의 구개편도를 제거한다. 하지만 사춘기 이전의 학생, 특히 소아의 비인강편도에 문제가 있을 경우엔 구개편도와 비인강편도를 함께 제거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정 교수는 “편도를 제거하면 몸의 면역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도 있는데 구개편도 외에도 비인강편도, 설편도 등 여러 편도 조직이 있어 면역을 떨어뜨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수술이 정답은 아니다. 이자현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편도 수술을 받았다고 해서 더 이상 편도염에 안 걸리는 것은 아니다”며 “감기에 걸렸을 때 과거보다 목 통증이 완화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평소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영양섭취가 이뤄져야 하며 근원적인 예방을 위해선 몸의 면역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