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여신으로 유명한 차유람 씨는 최근 방송에서 척추측만증을 앓고 있다고 밝혀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중학생 딸을 둔 김 모씨는 요즘 걱정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얼마전부터 딸의 어깨 높낮이가 다르게 보여 병원을 찾은 결과 척추측만증을 진단받았기 때문이다. 평소 규칙적인 생활, 꾸준한 운동, 스트레칭 등으로 딸의 척추건강을 신경써왔던 그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질환이 자녀의 키 성장을 방해하는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에 그의 걱정은 더욱 커졌다. 근처에 척추측만증을 잘 치료하는 병원을 알아보던 중 한방병원이 좋다는 이웃 주민의 말을 듣고 그는 고민에 빠졌다. ‘척추측만증에 양방·한방치료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일까’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척추측만증은 정면에서 보았을 때 척추가 옆으로 휘어져 C자나 S자 형태로 변형된 것을 의미한다. 단순한 2차원적인 기형이 아니라 척추의 마디마디가 회전하고 틀어지기 때문에 옆에서 보았을 때에도 척추가 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구 여신’으로 유명한 차유람 씨는 최근 방송에서 이 질환을 앓고 있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그는 방송에서 “침대에 누워있으면 왼쪽 등 근육은 솟아있지만 오른쪽은 꺼져있다”며 “몸이 비대칭이다 보니 혈액순환이 안돼 시림, 저림 등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척추측만증은 정면과 측면에서 보았을 때 척추가 옆으로 휘어져 C자나 S자 형태로 변형된 것을 의미한다.
척추측만증은 성장기를 맞은 10대 청소년에서 자주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0대 척추측만증 환자는 전체 환자의 4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10~15세 여학생 환자의 비율이 가장 높으며, 치료 최적기는 성장이 끝나지 않은 12~16세로 알려져 있다.
이 질환의 특징은 80~90%가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이라는 점이다. 서승우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척추측만증은 아직도 의학적으로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이를 예방하는 가이드라인은 없는 상태”라며 “턱을 괴거나 다리를 꼬거나 무거운 가방을 메는 등 행위가 발병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뼈가 성장 중인 어린 학생의 경우 불량한 자세가 척추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의학은 불량한 자세나 생활습관이 척추측만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바른 자세를 유지하면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된다고 설명한다. 최우성 자생한방병원 척추디스크센터 원장은 “척추측만증의 대부분은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자신도 몰랐던 잘못된 습관이나 자세가 이미 발생한 특발성 측만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지갑을 한쪽 뒷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조언했다. 이어 “이런 경우 높아진 엉덩이로 인해 허리 부위의 척추가 옆으로 휘게 되고, 상부 척추는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반대 방향으로 휘어진다”며 “이런 상태로 장시간 앉아 있게 되면 허리를 지지하는 근육인 척추의 기립근과 다열근 등이 한 쪽은 늘어나고 반대쪽은 짧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좌우의 불균형은 척추 내부의 압력을 한쪽 방향으로 쏠리게 해 척추측만증뿐만 아니라 디스크를 유발하는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질환은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척추만 휠 때가 많으며, 간혹 요통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서 교수는 “척추측만증은 조기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지만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발견이 늦을 때가 많다”며 “이 때문에 ‘척추 전방굴곡검사’ 등을 이용한 자가진단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검사는 등을 앞으로 90도 숙인 자세에서 등의 높낮이 차이를 확인하는 것으로, 높낮이가 현격하게 차이난다면 척추측만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똑바로 서 있는 자세에서 양쪽 어깨 높이가 다르거나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졌을 때,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기 및 소화기장애가 나타날 때, 치마가 별다른 이유 없이 한쪽으로 돌아갈 때, 바지의 한쪽 밑단이 유독 쉽게 닳을 때에는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 척추측만증이 아닌지 검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척추의 만곡(활 모양으로 굽은 모양) 각도가 70~80도 이하일 때에는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휜 각도가 90~100도에 달한다면 폐활량이 감소해 운동 중 호흡곤란이 나타나게 된다. 특히 120도 이상의 심한 만곡은 폐성심(폐질환 때문에 폐동맥 혈액의 흐름이 나빠져 우심실의 기능부전을 일으킨 상태)을 유발할 수 있다.
척추측만증은 보통 성장의 진행 여부에 따라 치료 목표를 설정하게 된다. 최 원장은 “성장이 계속 진행 중인 청소년기 환자는 틀어진 각도를 줄이고, 척추가 더이상 휘자 않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반면 성장이 이미 멈춘 성인의 경우 측만증의 정도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각도를 교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병원에서 실시하는 척추측만증 치료법으로는 보조기치료와 수술적치료가 대표적이다. 서 교수는 “보조기치료는 만곡 각도가 20~40도인 환자에게 실시하며 척추가 더 휘는 것을 예방한다”며 “질환의 진행이 확인되지 않는 환자의 경우 굳이 보조기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보조기는 척추의 휘어짐이 악화되는 것을 예방할 뿐 구부러진 뼈를 펴거나 호전시키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주로 사용하는 것은 밀워키보조기와 흉요천추보조기다. 밀워키보조기는 측만이 주로 흉추에 나타날 때, 흉요추부 보조기는 측만이 요추에 있을 때 사용한다. 보조기 착용 후에는 4~6개월 간격으로 치료효과를 관찰해야 한다. 보조기치료 후 만곡이 진행될 확률은 약 10~15%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치료의 성패 여부는 보조기의 적절한 처방과 환자의 순응도에 따라 다르다.
수술은 보존적 치료 후에도 측만이 진행될 때 실시한다. 서 교수는 “수술은 측만 각도가 40~50도 이상으로 심각하거나 보조기 치료 후에도 척추가 계속 휘는 경우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보통 수술은 다양한 금속 내고정물을 사용해 척추를 교정한 후 척추유합술로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 치료법의 장점은 수술 후 며칠 내에 보행이 가능하며, 대부분 보조기 없이 일상생활에 복귀한다는 것이다. 고정에 사용한 기기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시 빼지 않는다.
그러나 잘못된 수술로 측만이 지나치게 혹은 덜 교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수술 후 신경 합병증 및 염증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한의학은 비수술적 방법인 추나수기요법으로 척추측만증을 치료한다. 추나수기요법은 한의사가 직접 손과 몸으로 환자의 삐뚤어진 척추를 밀고 당겨 배열을 바로 잡은 후, 약물로 약해진 근육이나 관절을 강화해 손상된 신경을 재생시키는 치료법이다.
최 원장은 “추나수기요법으로 척추의 배열을 바로 잡았다고 해도 이미 굳어진 근육과 인대는 원래의 비틀어진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갖고 있다”며 “이 때문에 뼈와 신경을 강화해주는 한약을 지속적으로 처방해 바로 잡힌 척추를 유지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척추측만증 치료의 관건은 전문적인 자세교정과 지속적인 운동요법으로 한번 무너진 척추가 다시 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환자 자신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또 “운동 및 물리치료는 양방과 한방이 거의 비슷하지만 양방에서는 주로 근육의 이완 및 강화에만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며 “한방의 추나요법은 정골추나(틀어진 척추체 및 골반의 교정) 및 경근추나(근육의 이완 및 강화를 포괄) 두 가지로 나눠 체계적으로 치료하기 때문에 단순한 근육치료보다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약을 처방해 척추 주변의 근육, 인대, 뼈, 신경 등을 강화시킴으로써 환자의 척추건강을 회복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 교수는 “손으로 구부러진 척추를 밀고 당긴다고 해서 측만 정도가 개선될 지는 의문”이라며 “한방치료의 우수성은 인정하지만 일부 한의원 등에서 측만증을 완치한다고 광고하는 것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10월 ‘침술치료는 척추교정에 효과가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후 대한한의사협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