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부터 암,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질환 등 4대 중증질환을 대상으로 한 초음파검사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중증질환자 159만명의 경제적 부담이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제2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개최해 이같은 내용이 담긴 ‘초음파검사 급여화 추진 방안’ 등을 심의 및 의결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수술 전·후 모니터링을 위한 초음파검사에 한해 보험이 적용되며, 항목별 단가는 난이도나 시간에 따라 차이를 뒀다.
예컨대 협심증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관상동맥삽입술을 받은 후 수술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심장초음파(경흉부)검사를 하는 경우 약 6만4000원(진찰료 등 포함)만 부담하면 된다. 이는 현재 23만원인 환자부담금의 4분의 1 수준이다.
다른 예로 간암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암절제술을 받은 후 간 초음파검사를 하는 경우 16만원이던 부담금은 약 3만8000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이번 조치로 암질환자 90만명, 심장질환자 7만명, 뇌혈관질환자 3만명, 희귀난치질환자 59만명 등이 보험 혜택을 받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초음파검사가 급여화됨에 따라 약 3400억원의 건보재정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4대 중증질환 관련 자기공명영상(MRI)검사의 보장강화 시기가 앞당겨진다.
또 신약의 안전성은 입증됐으나 효능·효과 및 보험재정에 대한 영향 등이 불명확한 경우, 급여를 우선 적용하고 제약사가 판매금액의 일부를 공단에 반환하는 위험분담제도가 내년 1월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대체 가능한 약이 없는 약제, 다른 치료법이 없는 항암제, 희귀질환치료제 등을 대상으로 제도를 운영할 방침이다. 이 제도는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호주, 미국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2014년부터는 본인부담상한제 구간이 소득수준별로 3단계에서 7단계로 세분화되고, 저소득층의 상한액이 하향 조정된다. 반면 고소득자의 상한액은 높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의료비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소득이 가장 낮은 하위 10%의 상한액은 2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낮아지는 반면 소득이 가장 높은 상위 10%는 상한액이 4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높아진다.
복지부는 또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자궁수술 시 로봇수술 비용을 별도로 인정, 환자가 원하는 경우 수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그동안 로봇수술은 별도 수가가 인정되지 않아 환자가 원할 때에도 이용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로봇수술 비용이 인정되면 해당 의료기관은 환자에 대한 설명 및 동의 절차를 의무화하고, 해당 비용을 담당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행위분류 및 수가에 대한 사후보완을 전제로 초음파검사 급여화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심장 및 복부 초음파검사 등은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행위분류 전문가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토와 보완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중증질환자 159만명이 하루라도 빨리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하기 위해 정부 안을 어렵게 받아들였다”며 “의료서비스 질과 치료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수가를 의료산업 및 국민건강에 대한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