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적인 S라인 몸매가 각광받으면서 여성의 가슴은 보디라인을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이 됐다. 늘씬한 몸매는 물론 풍만한 가슴까지 갖춰 소위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몸매는 선망의 대상이다. 동양여성은 신체특성상 신의 선택을 받지 않는 이상 잘빠진 몸매와 가슴 둘다 가진다는 것은 힘든 게 사실이다.
가슴이 크면 상대적으로 살이 쪘거나, 스키니한 몸매를 가졌다면 가슴이 작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다양한 민간요법과 혹독한 운동으로 몸매를 보완하고 가슴을 키워보려 노력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우엔 ‘성형’의 도움을 받는 것을 고려하기도 한다.
여성들은 실리콘의 부자연스러운 모양과 촉감을 부담스럽게 여겨 자신의 지방을 이용해 자연스러우면서도 볼륨감은 채워주는 자가지방이식술을 선호한다. 최근엔 기존 자가지방이식술의 단점인 낮은 생착률(20~30%선)을 보완한 줄기세포 자가지방이식 가슴성형이 주목받고 있다. 이 시술은 수년새 성형의료계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신동진 SC301성형외과 원장은 “2003~2007년 미국과 일본에서 약 70명에 불과하던 지방유래 줄기세포 성형수술을 지금은 우리병원에서만 매년 120건이 넘을 정도로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자가지방성형은 환자의 복부, 허벅지, 엉덩이 등에서 지방세포를 추출한 뒤 줄기세포를 재차 분리해 순수 지방세포와 지방유래 성체줄기세포를 함께 이식함으로써 70%대의 높은 생착률로 수술 후 지방이 흡수돼 시술 부위가 꺼지는 것을 최소화한다. 신 원장은 “기존 단순 자가지방이식술은 지방이 체내에 흡수돼 2~3회 정도 ‘리터칭’(함몰부위만 보완적으로 교정)을 받아야 만족스런 결과가 보장됐지만 지방줄기세포 성형은 방법만 제대로 돼 있다면 한번의 시술로 리터칭이나 재시술 없이 원하는 몸매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남성 중에는 이런 여성들의 모습에 ‘이들이 가슴성형을 받거나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라며 조롱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는 어쩌면 착각일 수도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기만족을 위해 자신의 모습을 바꾸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슴의 주인은 누구일까. 여성 자신일까, 젖먹이 아이일까, 그것을 애무하는 남자들의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바로 여성 자신이다. 절벽 가슴이라도 자신이 만족하면 그만이요, 풍만한 가슴이라도 그것이 오히려 지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불만을 나타낸다면 할 말이 없다.
일례로, 1990년대 풍만한 가슴 하나로 전세계를 풍미한 섹시스타 중 한명은 파멜라 앤더슨(Pamela Anderson)의 이야기를 들 수 있다. 165㎝에 50㎏이 조금 넘는 마른 몸매의 그녀는 여기에 36인치의 빵빵한 가슴까지 갖춰 전세계 남성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은 ‘자연산’이 아닌 성형으로 이뤄진 하나의 ‘마스터피스’였다. 그녀는 실리콘백을 넣어 관능미 넘치는 가슴을 만들었다는 얘기를 감추지 않았을 정도로 당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리상태에 따라 여러번 가슴에 실리콘백을 넣었다 빼기를 반복했다. 원래 가슴둘레가 34인치였던 앤더슨은 1994년 록 밴드 ‘모틀리 크루’(Motley Crue)의 드러머 토미 리(Tommy Lee)를 만나 열애했고 가슴성형으로 바스트를 36인치로 늘렸다. 이들은 1995년 결혼하는 데 성공했으나 비디오 스캔들로 4년만에 이혼했다. 이혼 직후 실리콘을 제거한 그녀는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로서 내 몸이 우선 건강해야 한다. 지금처럼 큰 가슴은 무리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수년 후 “토미 리와 만날 때는 단지 그에게 내 가슴을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가슴수술을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풍만한 가슴으로 스타가 된 것, 즉 남자들이 자신의 가슴을 훔쳐본 것에 만족하면서도 큰 가슴으로 인해 아둔해보이는 이미지가 형성된 것을 싫어했다. 한 연예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나와 내 가슴은 ‘애증관계’(Love-Hate Relationship)’”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파멜라가 몇차례 가슴에 실리콘을 넣었다 빼기를 반복하며 자신의 유방, 엄마의 유방, 남자의 유방을 오간 것은 여심(女心)의 향방에 따라 유방의 주인이 일시적으로 바뀔 수 있음을 의미한다. 유방과 여성 정체성 간의 밀접한 관계를 대변하는 극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흔히 풍만한 가슴을 갈구하는 남성을 ‘속물’이라 하고, 반대로 큰 가슴을 위해 성형수술을 감행하는 여성을 ‘허영 덩어리’라고 한다. 가슴이 작은 여성은 어쩌다가 남자 친구가 가슴을 만지려고 하면 질겁하고 화를 낸다. 그럴 때 남자 친구가 “성형이라도 하지”라고 말하면 “너는 속물이다. 내가 성형이나 할 ‘텅빈녀’냐”라고 쏘아댄다. 하지만 성형으로 가슴이 커진 여자의 삶이 달라지는 것은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남자 친구에게 먼저 수영장을 가자고 하고 얼굴빛이 환해진다.
가슴이 크든 작든 콤플렉스는 생기게 마련이다. 이 때 콤플렉스를 견디기 어려우면 수술을 감행하면 된다. 성형 전문가들 사이엔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성형은 신중하되 하려면 과감하라”. 이것이 정답이다. 성형 후 만족할 수만 있다면 속물이니 허영이니 하는 선입견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