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학적 병명은 ‘조직구 괴사성 림프절염’ … 몸살·목덜미 림프절에 잡히는 몽우리가 특징
윤희정 을지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직장인 김효연 씨(25·여)는 최근 몸살이 난 것처럼 온몸이 아프고 열이 나 단순한 몸살로 여겨 ‘푹 쉬면 낫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숨 쉬는 게 어렵고 음식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구토가 심해졌다. 또 목 부위에 멍울이 잡혀 갑상선암을 의심해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김 씨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병명을 진단받고 입원치료를 시작했다. 김 씨는 ‘기쿠치병(kikuchis’ disease)’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기쿠치병은 1972년 일본인 의사 기쿠치가 의학계에 최초로 보고해 붙은 병명으로 흔히 ‘조직구 괴사성 림프절염’으로 불린다. 주로 30세 이하의 젊은 동양 사람에게 많이 발생하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도 생소한 기쿠치병에 대해 윤희정 을지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원인 불명확 … 30대 이하 젊은 여성에서 호발이 병은 한국과 일본에서 자주 보고됐으며, 남성에 비해 여성에서 4배 정도 흔하다.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헤르페스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엡스타인바 바이러스(Epstein-Barr Virus)·거대세포바이러스(Cytomegalovirus) 등 바이러스 감염 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 림프종 등과 관련이 있다는 설도 존재한다. 실제 기쿠치병 환자 10~20% 정도에서 루프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가 동반되기도 한다.
후경부·겨드랑이 림프절에 몽우리 … 발열·호흡기증상·인후통 등 증상 다양, 루프스로 오진하기도
기쿠치병은 임상적으로 1~3주에 걸쳐서 진행되며 0.5~4㎝ 크기의 림프절종대를 보이는 동통성 림프절염이 특징이다. 호발부위는 후경부(목덜미) 림프절, 겨드랑이 림프절 등이다.
환자의 약 30~50%가 발열을 겪는다. 이 외에 호흡기 증상, 야간발한, 인후통, 체중감소, 오심(惡心), 구토가 일어나며 드물게 피부 발진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발진은 주로 얼굴과 팔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조직검사가 필수적이지만 양상이 매우 다양해 악성 림프종, 결핵, 전신성홍반성낭창(루푸스)로 오진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혈액학적으로는 50% 이상의 환자에서 약한 백혈구감소증이 특징적으로 관찰되며, 간효소 수치의 상승도 흔하다.
1~4개월 약물치료로 호전가능 … 증상 완화하는 대증치료가 원칙, 자연치유도 가능
기쿠치병으로 진단받았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환자의 증상에 따라 해열제, 소염진통제를 투약한다. 전신성 림프절염, 피부 발진, 간염 등 림프절 이외로 조직 침범 소견을 보이는 경우엔 스테로이드제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기쿠치병은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치료가 원칙이다. 몸의 자연스런 변화를 인위적으로 막기보다는 몸의 증상들을 개선시키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윤희정 교수는 “기쿠치병은 진단이 어렵지만 진단을 제대로 받았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일부 환자는 자연 치유되기도 하고 대부분 1~4개월간의 약물치료로 호전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