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6~7월에 2명의 온열질환자가 사망해 장마 후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발생을 적극 예방해야 한다고 6일 권고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기간 전국 435개 응급의료기관을 통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운영한 결과 총 453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으며 이중 열사병이 127명, 열탈진 192명, 열경련 75명, 열실신은 59명으로 조사됐다고 이날 밝혔다. 작년 같은 기간 온열질환자 수는 435명, 사망자는 7명이었다.
복지부에 따르면 남성 환자가 319명(70.4%)으로 여자보다 많았으며, 연령별로는 60대가 115명(25.4%)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3~6시가 115명(25.4%)으로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온열질환자가 주로 발생하는 장소는 실외가 369명(81.5%), 실내가 84명(18.5%)으로 약 4.3배 차이났다. 실외에서는 작업장과 논밭이 각각 110명(24.3%), 88명(19.4%)으로 폭염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폭염은 특히 열에 취약한 노인·어린이·만성질환자에게 치명적이다. 강희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체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심장의 분당 혈액 박출량은 3ℓ씩 증가한다”며 “이 때문에 폭염기에는 만성질환자의 심근경색 및 뇌졸중 발생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더위를 느끼면 체온조절시스템에 의해 피부 혈류량은 늘어나고 땀이 배출된다. 이 때 심장은 피부쪽으로 피를 보내기 위해 더 많이 박동하는데 이로 인해 호흡은 가빠지고 다른 인체 부위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부족해진다. 이같은 이유로 만성질환자는 폭염으로 인한 쇼크가 발생할 위험이 더 크다.
또 땀을 많이 흘리면 혈액이 농축돼 혈전이 쉽게 만들어진다. 이 혈전이 뇌·심장 혈관을 막으면 돌연사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땀을 지나치게 많이 흘리면 혈당수치가 올라가 신경세포가 손상되고 무감각해진다. 이로 인해 당뇨병성 족부궤양 등이 자신도 모르게 나타나거나 악화될 수 있다. 아울러 각 장기에 공급되는 혈액이 부족해지면서 식욕 및 소화기능이 떨어지고, 소변량과 신진대사가 줄어들며, 뇌의 인지기능은 둔감해진다. 근육의 힘도 감소해 넘어지거나 다칠 위험이 높아진다.
폭염으로 인한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온도가 높은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평소 충분한 영양섭취와 적절한 운동으로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폭염이 집중되는 정오~오후 5시에는 야외활동을 하지 않는 게 좋으며 불가피하게 실외활동을 할 때에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며 틈틈이 휴식시간을 가져야 한다.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뜨거운 음식과 과식은 요즘처럼 더운 날에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 뜨거운 음식은 체온을 높이고, 과식은 소화기관에 혈류를 집중시킴으로써 체온조절에 필요한 혈액순환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땀을 많이 흘렸을 때 스포츠음료를 마시면 염분과 미네랄을 효과적으로 보충할 수 있다. 이밖에 가볍고 헐렁하며 밝은 색의 옷차림은 온열질환을 예방하는 방법 중 하나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마가 끝나는 8월 둘째주부터 전국적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독거노인이나 고혈압·심장병·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며 “무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9월까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더욱 철저히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