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개그맨 박명수 씨가 대상포진과 장염으로 응급실 신세를 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MBC 관계자는 “박 씨가 7월 25일 ‘무한도전’ 촬영 중 건강이 악화돼 응급실행을 면치 못했다”고 밝혔다. 당시 박 씨는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에 임했고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촬영이 이어지자 상태가 악화돼 자정 무렵 결국 응급실행을 택했다. 박 씨는 다행히 컨디션을 회복해 다음 촬영에 예정대로 참여했다.
최근 박 씨처럼 스트레스와 과로에 따른 면역력 약화로 연령층을 가리지 않고 노인성질환으로 알려진 대상포진 환자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8년 41만6216명이었던 환자수는 지난해 57만7157명으로 4년 새 약 40%나 증가했다.
대상포진이란 수두바이러스(Varicella zoster virus)가 소아기에 수두를 일으킨 후 몸속에 잠복해 있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질병으로 주로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에 나타난다. 수두에 걸린 적이 있거나 수두 예방접종을 한 사람에게서만 발생하는데 50대 이상 환자의 비중이 커 대표적인 노인성질환으로 여겨진다.
이주흥 서울삼성병원 피부과 교수는 “대상포진은 감각신경을 따라 증식·이동함으로써 나타나는데 피부 한쪽으로만 띠 모양의 수포성병변을 보이는 게 특징”이라며 “오른쪽이나 왼쪽 몸 한쪽에만 근육통이나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운동장애를 동반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고 말했다. 박 씨가 이 증상으로 응급실에 실려간 것도 과장된 게 아니다. 대한피부과학회에 따르면 대상포진 환자의 통증에 관해 조사한 결과 환자 중 마약성 진통제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통증을 느끼는 사람은 56.7%에 달했다.
대상포진은 증상이 다양해 빠른 진단이 어렵다보니 환자들이 정확히 진단받기가 어렵다. 또 그동안 이만저만 고생하는 게 아니다. 발열, 전신쇠약감·근육통 등 몸살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수포가 생기기 전에는 단순 몸살감기나 근육통으로 오해해 대상포진과 관계없는 치료를 받기 쉽다. 통증이 생기고 3~10일이 지난 후 수포가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확진할 수 있는 증상으로는 발진이 몸의 한쪽에만 발생하고, 발진이 척추를 중심으로 띠 모양(帶狀)으로 나타나는 것을 들 수 있다. 만약 몸살기가 느껴지고 피부에 이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피부과를 찾아야 한다. 단순히 몸살과 포진이 나타나는 것 뿐만 아니라 2차적 합병증의 우려가 있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침범하는 피부 분절에 따라 눈, 귀, 안면, 배뇨중추 등에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얼굴이나 눈에서 시작된 대상포진은 시력과 청력에도 영향을 준다. 홍채가 손상될 경우 영구적 실명의 우려도 있다. 항문 주위에 생긴 물집은 대·소변장애를 초래하기도 한다.
대상포진은 더 이상 ‘노인성질환’으로만 보기에는 어렵다. 최근 국내 40대 이하 젊은 층에서 발병률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40대 이하 환자 수는 2007년 11만2304명에서 지난해 6월 13만4594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젊은이들에게 대상포진이 생기는 원인은 주로 면역력 약화와 스트레스다.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최근 젊은이들은 야근 등 과도한 업무와 학업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 자주 노출됐다”며 “불규칙적인 생활패턴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대상포진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밤에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는 게 면역력 저하의 결정적 원인”이라며 “잠을 많이 자지 못했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티졸’은 신체면역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충분한 수면과 휴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명수 씨뿐만 아니라 일본 왕세자비 마사코(雅子·49) 역시 올해 1월 대상포진으로 요양생활에 접어든지 10년을 맞아 그의 건강상태가 새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사코 왕세자비는 2003년 39세에 대상포진으로 입원 후 ‘건강상 문제’로 2003년 이후 대중 앞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시댁과의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풍문 등 마사코 왕세자비의 대상포진 원인 역시 ‘스트레스’일 것이라는 게 의사들의 추측이다.
박영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라며 “피부 병변 발생 72시간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면 치료 경과를 단축시키고, 합병증 발생 빈도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고주연 한양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대상포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초기치료”라며 “치료시기에 따라 통증의 지속정도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대상포진은 완치될 수 있는 질병으로 치료는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통증 완화, 바이러스 확산 및 세균감염 억제, 합병증 예방 등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이 질환은 치료 후에도 후유증도 유발해 세심한 관리가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대표적인 증상이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전체 환자의 10%선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피부, 감각기관, 신경 전반에서 통증을 유발한다. 또 피부손상으로 흉터가 남기도 하는데 얼굴이나 두피에 흉터가 남게 되면 외관상 문제가 생기거나 탈모의 원인이 된다. 또다른 후유증으로는 각결막염 등으로 인한 안구손상, 청각이상, 어지럼증, 대소변이상, 안면마비 등을 꼽을 수 있다.
대상포진 예방은 평소 건강관리가 관건이다. 규칙적인 식사와 꾸준한 운동, 충분한 수면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음·흡연도 자제해야 한다. 고 교수는 “대상포진은 감기처럼 피곤한 몸이 한계치를 넘었을 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며 “자신의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생활리듬을 찾는다면 대상포진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