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치과 스케일링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그동안 추가적인 잇몸치료나 수술을 동반한 경우에만 보험이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만 20세 이상 성인이면 연 1회 일반 치과에서 약 1만3000원, 치과병원에서는 약 1만9000원에 스케일링을 받을 수 있다. 5만~6만원의 다소 부담스러운 스케일링 비용이 줄어들면서 잇몸병 환자는 줄어들고 ‘건치인(健齒人)’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스케일링의 기본은 ‘치석을 제거하는 것’이다. 치석은 치아와 잇몸의 경계부분에 치아 표면에 달라붙은 음식물찌꺼기와 침, 세균이 엉겨 붙어 단단해지면서 보통 48시간 이상부터 생성된다. 치석 자체가 잇몸병을 만들기도 하지만 잇몸의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이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게 더 큰 해악이다. 김창성 연세대 세브란스치과병원 치주과 교수는 “치석 자체보다는 치태가 치주염의 주된 원인이나 이러한 치태가 지속적으로 부착할 수 있는 위치나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은 치석”이라고 설명했다. 심할 경우 치조골(잇몸뼈)을 녹아내리게 만들기도 한다.
치석은 단단하게 치아에 붙어 칫솔질만으로는 제거되기 어렵기 때문에 치과에서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치석제거술인 스케일링이 필요하다.
스케일링은 치아와 잇몸사이의 V자형 홈에 세균 덩어리인 치태와 치석이 쌓여 염증이 생기고, 심하면 치조골까지 파괴되는 치주질환을 효과적으로 예방한다. 서종철 강북삼성병원 치과 교수는 “건강한 잇몸을 가진 사람에서 발견 초기 치주질환은 스케일링만으로도 쉽게 염증을 가라앉힐 수 있다”며 “하지만 어느 정도 잇몸병이 진행된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부가적인 잇몸치료나 스케일링이 필요하며 그 후에도 치석이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 관리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케일링은 구취를 예방하고 시술 과정에서 충치 등 다른 구강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최근 스케일링을 정기적으로 받으면 심혈관질환 등이 예방된다고 알려져 있다. 첸주인 대만 재향군인종합병원 교수는 2011년 미국 심장병협회 연례회의에서 정기적으로 치아의 세균막과 치석을 제거하는 스케일링을 받아야 심장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2007년 이후 대만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에 오른 과거에 심장병이나 뇌졸중을 앓은 일이 없는 사람 10만여 명의 자료를 분석해 2년에 2차례 이상 스케일링을 받는 사람들은 전혀 받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심장발작 위험은 24%, 뇌졸중 위험은 13% 낮다는 결과를 얻었다. 첸 박사는 “이 같은 효과는 1년에 한차례 이상 스케일링을 받는 사람에게서 특히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잇몸병은 심혈관질환과 분명 연관성이 있다. 서 교수는 “치주염이 잇는 사람은 없는 사람보다 동맥경화 등 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2배 정도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잇몸에 심한 염증은 균혈증을 초래해 세균세포막이 혈관세포를 자극함으로써 혈액응고체계가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혈액응고의 중심적 역할을 하는 피브리노겐이 증가하는 원인이 돼 혈액 내 혈전이 증가하면서 결과적으로 고혈압·뇌졸중·심근경색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도 “올해 미국 치주학회와 유럽 치주학회의 공동 학술대회에서도 치주질환과 전신질환의 관계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며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구강내 세균은 혈관을 통해 전신적으로 이동, 체내 조직에 집락하고 세균에 의한 동맥경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고 말했다.
흔히 스케일링은 치과 정기 검진 시기에 맞춰 6개월~1년마다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구강을 청결하게 관리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스케일링 주기는 개인마다 다르다. 예컨대 꼼꼼한 양치질에 치실·치간칫솔 등으로 치아를 청결히 관리하면 1년이 지나도 치석이 쌓이지 않는다. 반면 양치질이 잘 되지 않거나 담배·커피·탄산음료 등 치아에 해로운 기호식품을 즐기는 사람은 3개월마다 스케일링이 필요할 수 있다.
서 교수는 “개인의 구강내 구조, 치아의 배열, 잇몸병의 진행정도, 구강내 보철물의 상황 등에 의해 적정한 스케일링 주기가 결정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도 개인의 구강위생관리 능력이나 관심이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가 많이 삐뚤어져 있거나 잇몸병이 깊어져 있거나 임플란트 등 보철물이 많은 상황이라면 위생관리 능력에 한계가 있고 칫솔 등이 닿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 더 자주 치과를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지나치면 모자란 만 못하다. 치석이 잘 쌓이지 않는 사람이 6개월마다 스케일링을 받으면 오히려 치면이 마모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연 1~2회라고 하는 것은 스케일링 횟수가 아니라 치과 정기검진 횟수라고 보는 게 맞다. 정기검진을 통해 스케일링이 필요한 경우에만 시술받으면 된다. 다음에 받겠다고 미루지 말고 즉시 받는 게 권장된다.
충치는 계절에 상관없이 발생하는 질환 같지만 사실 여름에 가장 높은 발생빈도를 보인다. 여름에는 아이스크림, 빙수, 아이스커피 등 당도가 높은 음식을 많이 먹게 되고 더위로 입안이 말라 입안 건강을 취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입안에는 무수히 많은 세균이 서식하는데 그 중 ‘뮤탄스균’(Streptoccus mutans)은 입안의 당분을 먹고 소화시킨 후 산(酸)을 배설해 치아를 망가뜨리는 주범이다. 2006~2010년 충치진료를 가장 많이 받았던 시기는 여름(6~8월)으로 평균 63만여 명의 환자수를 기록했다. 사계절 중 가장 적은 가을(52만여 명)에 비해 20%가량 높은 수치다.
김 교수는 “치아의 맨 바깥쪽 단단한 부분인 법랑질은 인체의 가장 단단한 부위 중 하나이지만 유독 산에 약하다”며 “뮤탄스균이 내놓은 산은 법랑질을 녹여 치아우식증(충치)를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충치를 예방하는 지름길은 치석을 제거하는 스케일링으로 자신의 상황에 맞게 주기적으로 받다보면 ‘건치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스케일링을 받고 ‘치아가 시린 느낌’이 싫어서 이를 피하는 사람도 있다. 서 교수는 “치석이 치아의 많은 부분을 덮고 있다가 없어지면서 노출되는 치아의 뿌리면 면적이 넓어지면서 이가 시릴 수 있다”며 “이는 개인의 치아 모양과 구강상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지만 시술하는 의사의 잘못된 기구 조작이나 무리한 스케일링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스케일링에 사용되는 기구는 초음파의 진동을 이용해 치아에 부착되어 있는 치석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치석이 제거되면서 온도에 대한 민감성이 증가해 이가 시리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치주염으로 잇몸이 퇴축됐을 때 시린 증상이 더 심하다. 그는 “이가 시리다고 양치질을 게을리하면 치태가 축적돼 시린 증상이 개선되지 않거나 더 심해지므로 치아나 잇몸에 자극을 주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구강위생에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중에는 스케일링을 받으면 치아가 하얗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스케일링은 치아미백과는 전혀 다른 시술로 치아색을 하얗게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