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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주사로 예뻐진다는 ‘마법의 필러’도 실명 위험 주의해야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07-19 18:51:23
  • 수정 2013-07-23 17: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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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러 안구 인접 혈관 유입 드물지만 가능성 … 필러 안구 압박이 대부분, 주의 기울여야

필러 주입 가능 부위

최근 ‘칼 안대고 예뻐지기’가 대세다. 주사 한방으로 얼마든지 예뻐질 수 있다는 필러, 보톡스 등 ‘쁘띠성형’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이 중에서도 체내 구성 성분과 비슷한 물질을 주입해 콧대도 세우고, 이마의 볼륨감도 채우는 등 10~20분 투자로 눈에 띄게 예뻐지는 필러 시술이 인기다.

이렇다보니 저렴한 비용으로, 또는 주변사람의 꼬임에 넘어가 비전문가에게 시술받는 속칭 ‘야매’ 불법성형도 여전하다. 공업용 실리콘과 콩기름 등을 넣어 얼굴이 망가져버린 ‘선풍기 아줌마’ 등의 사례가 공개되면서 불법성형은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필러 가격파괴 이벤트 등을 통해 시술비용도 예전에 비해 크게 내려가면서 굳이 야매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한몫했다.

지난 4월 한 방송은 이마와 코를 높이기 위해 필러를 주입한 20세 여성이 실명하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경각심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 여성은 야매 시술을 받은 게 아니다. 분명 ‘숙련된 전문의’에게 시술받았음에도 이런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대한안과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얼굴 미간부나 콧등 부위에 필러나 보톡스, 지방이식을 받다가 한쪽 눈이 실명된 케이스가 12건이나 보고됐다. 단지 예뻐지고 싶었을 뿐인데 실명이라니 젊은 여성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다. 간단한 시술로 예뻐지려다 얻는 결과라기엔 지나치다.

필러 시술 후 실명 사례는 극단적이나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동호 압구정연세안과 원장은 “최근 환자 가운데 실제로 코와 미간에 필러 시술을 받고 안구에 무리가 와 병원을 찾은 경우가 있다”며 “다행히 실명은 면했지만 시술 후 눈이 압박을 당해 안구에 빨간 멍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필러 시술 후 실명의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며 “시술 시 필러가 직접 혈관으로 타고 들어가 혈관을 막는 것과 시술 후 필러가 주변 혈관을 압박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 경우는 드물지만 필러가 혈관을 막아 압박감을 주는 것은 생각보다 흔하다. 그는 “필러가 직접 혈관에 들어가 시신경 자체를 다치게 하는 것은 극히 드물고 필러 주입시 또는 주입후 혈관에 미치는 압력이 안구에 간접적 영향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월 MBC ‘시사매거진2580’에 출연한 우세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미간이나 팔자주름, 코 부위에는 눈동맥과 이어지는 혈관이 있다”며 “아주 운이 나쁘게 주사바늘이 그 혈관을 찔러 강한 압력의 필러를 주입할 경우 필러가 역류해 눈동맥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들어 발생건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 병원에도 두 달에 한명 정도 관련 환자가 방문한다”고 덧붙였다.

이럴 경우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우 교수는 “필러로 인한 실명 등 안질환에는 특별히 효과가 있는 치료법이 없다”며 “안과의사도 그렇고, 직적 시술하는 성형외과·피부과 의사조차 이런 병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실명처럼 심각한 부작용 외에도 알고 넘어가야 할 ‘필러의 숨은 모습’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간단한 시술로 아름다워질 수 있는 필러 시술은 마치 야누스의 얼굴처럼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가려움증, 홍반, 착색, 멍, 통증, 염증, 모양 변형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잠깐의 통증이나 홍반 등은 항생제치료를 받거나 필러를 제거함으로써 회복될 수 있지만 혈관과 연관된 부작용은 심각하다. 혈관을 막아 피부에 피가 돌지 않아 인접조직이 괴사될 수 있고 실명도 초래될 수 있다.

필러 시술을 받은 여대생 최모 씨(22)는 아직까지도 콧방울에 동전 모양으로 홍반이 생겨 시술을 후회하고 있다. 커버력이 좋은 컨실러로 가리지 않으면 딸기코처럼 보여 속이 상한다. 며칠 항생제를 먹으면 나아질 거라는 의사의 말과는 달리 붉은기는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면 코가 심하게 붓고 열감이 발생해 은근히 거슬린다. 최 씨는 필러를 제거할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밝혔다.

청담동 Y 피부과 전문의는 “부작용이 전혀 없고 일상생활이 바로 가능하다고 하지만 1주일 정도 필러에 적응하는 기간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런 증상을 겪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반대로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아무런 반응이 없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필러로 인한 불편한 증상이 1주일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시술한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

하지만 정작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의사도 많다. 심할 경우 아예 책임을 회피하거나 ‘환자의 체질 탓’을 한다. 장충현 강북삼성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필러 시술 후 문제가 생기를 이를 걷어내는 치료가 필요한데도 흉터가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기피하는 의사가 꽤 많다”며 “환자가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흉 후속치료를 외면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Y 전문의는 “필러시술은 절대 만만한 게 아니다”며 “시술 전에는 혈액순환 장애가 있는지, 지혈이 잘 되지 않는 체질인지 등을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미 코성형을 받은 사람 가운데 수술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필러로 교정하려는 사람들도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며 “코는 혈관이 집중되고 잘 보이지도 않는 부위인데도 한번 성형수술을 받은 사람의 코는 연골·혈관·신경 구조가 상당히 변형된 상태이기 때문에 혈관 예측을 통한 필러 시술이 다소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꼭 교정을 받고 싶다면 재수술이 가장 권장되지만 필러 시술을 받겠다면 코 성형 사실을 의사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필러를 받으려고 결정했다면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만약 시술 후 마음에 들지 않거나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제거하는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선호되는 것은 히알루론산이 주성분인 필러로 유지기간은 1년 안팎으로 짧지만 ‘히알라제’라는 주사로 제거가 쉬워 가장 많이 사용된다. 히알라제는 필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해 이를 녹여내는 역할을 하는 효소다. 하지만 3년 정도로 유지기간이 다소 긴 칼슘필러 등 반영구 필러는 외과적인 방법으로 제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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