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은 영화나 드라마 속 젊은 주인공들이 자주 걸리는 질환 중 하나다. 2002년 많은 시청자의 심금을 울렸던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의 남자 주인공 고복수(양동근 분)가 대표적인 예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로도 뇌종양은 장년층보다 젊은층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연세암센터는 1995~2009년에 진료받은 암환자 10만9732명을 조사한 결과 15~39세의 젊은 암환자는 전체의 15%을 차지했으며 이들의 5년 생존률은 78.7%였다고 18일 밝혔다. 주로 발생하는 뇌·척수암, 골·연부조직육종 등은 생존율이 높지만 후유증 발생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센터 자료에 따르면 이 연령대에서는 갑상선암이 26%로 가장 많이 발생했으며 뇌·척수암(15%), 부인암(14%), 위암(10%), 유방암(9%)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40세 이상에서는 위암(18%), 간암(11%), 대장암(10%), 갑상선암 (10%), 폐암 (9%) 순으로 발병률이 높았다.
한정우 연세암센터 소아혈액종양과 교수는 “뇌·척수암과 육종은 주로 소아에서 발생하나 15~39세에서도 비교적 높은 발생률을 나타내고 있다”며 “젊은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이들 질환은 치료 후에도 신경 및 근골격계 후유증을 남길 때가 많아 다학제진료와 치료 후 재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젊은층은 암 치료 중 또는 후에 오랜 기간 경제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세심한 치료와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조사결과 젊은층과 장년층은 10년간의 생존율 변화에서 다른 양상을 보였다. 연구팀이 1995~1997년에 암을 진단받은 환자군과 2005~2007년 환자군의 5년 생존율을 비교한 결과(갑상선암 제외) 생존율은 전체적으로 높아졌으나 상승폭은 연령대별로 달랐다. 0~20세의 생존율은 평균 20.7%p, 50~75세는 평균 19.5%p 높아졌다. 또 80세 이상 고령 환자의 경우 생존율은 21.3%p 향상됐으나 25~39세의 생존율 상승폭은 13.5%p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암센터 관계자는 “장년층의 경우 건강검진 수진율이 증가하면서 암을 조기발견하는 사례가 많아졌으나 젊은층은 검진율이 낮고 경제적 취약성 및 육아 등으로 치료시기를 놓칠 때가 많아 이같은 조사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연세암센터가 39세 이하 암환자 30명과 40세 이상 암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0세 이상에서는 ‘검진 중 발견’이 62%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39세 이하에서는 ‘검진 중 발견’(45%)이 상대적으로 낮았으며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이 35%로 두 번째로 많았다.
이어 처음 증상이 나타난 후 병원에 가기까지 걸린 시간을 비교한 결과 40세 이상에서는 ‘증상 후 바로’가 36%, ‘한 달 이내’가 27%였다. 반면 젊은층은 ‘한 달 이상 1년 이내’가 44%를 차지했다.
연구팀은 이밖에 젊은층의 생존율 향상폭이 작은 원인으로 △다른 연령층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의료·사회적 관심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시기 △불충분한 사회적 지원 △사회생활 시작으로 인한 특수한 정신적 고충 등을 꼽았다.
한 교수는 “외국에서는 15~39세의 암을 ‘청소년 및 젊은 성인암’으로 따로 분류해 의학적·사회적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앞으로 많은 관심과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암 진단후 10년이 지난 환자의 자조모임인 ‘연세 새누리클럽,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행사가 18일 오후 3시에 세브란스병원 은명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새누리클럽 회원 선서, 소아암을 극복한 생존자와 학우들의 관악 5중주 특별공연, 가수 박현빈의 축하공연 등이 이뤄졌다. 암 진단 후 10년 생존한 성인 환자와 가족, 현재 암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소아암 생존자와 가족, 청소년 및 젊은 성인암 환자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