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렙틴 투여군 뇌부종 크기 ↑, 염증세포 밀도 46% 증가 … 신호전달물질 ‘STAT3’가 원인
이승훈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왼쪽)·김치경 전임의
이승훈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와 김치경 전임의는 식욕억제호르몬인 ‘렙틴’이 염증반응을 조장해 뇌출혈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난치성 뇌출혈의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하나의 단서가 될 전망이다.
렙틴은 뇌로 하여금 음식을 그만 먹어도 된다고 느끼게 하는 식욕억제호르몬이다. 비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분비량이 줄면 아무리 많이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없다. 또 면역작용이나 심혈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호르몬 수치가 높은 환자는 뇌출혈 후 예후가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으나 렙틴의 정확한 작용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연구팀이 뇌출혈을 가진 실험용 쥐를 비교군(렙틴 8㎎/㎏ 투여)과 대조군(일반 수용체 투여)으로 나눠 비교 분석한 결과 비교군에서 뇌출혈 주위의 뇌부종이 커졌으며, 염증세포의 밀도는 대조군보다 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전적으로 렙틴이 결핍된 쥐와 보통 쥐에 뇌출혈을 발생시킨 결과 렙틴이 결핍된 쥐는 뇌출혈 주위 부종이 작아졌으며, 염증세포의 밀도는 57% 감소했다.
이같은 현상은 렙틴의 주요한 신호전달 물질인 ‘STAT3’에 의해서 유발되며, 실제로 STAT3 억제제는 렙틴에 의한 뇌부종의 증가를 억제했다. 연구팀은 이런 렙틴의 작용은 뇌의 염증세포인 소교세포(microglical cells)에서 주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
이승훈 교수는 “심부 뇌출혈은 가장 치명적인 뇌혈관질환이지만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었다”며 “이번 연구는 비만과 관련된 호르몬인 렙틴이 뇌출혈 악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최초로 밝혔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연구개발사업 중개연구 중점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뇌혈류 및 대사 저널(Journal of cerebral blood flow and metabolism)’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