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에 고강도운동, 적절한 스트레스는 ‘호르메시스 효과’ … 강인한 신체 만든다
지난 3월 SBS 스페셜 ‘끼니의 반란’ 편이 방송된 뒤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은 ‘간헐적 단식’이 다시 한번 돌풍을 몰고 올 모양이다. 지난 14일에는 식이요법에 이어 ‘다바타 운동법’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운동요법까지 소개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건강관리 솔루션을 제시했다.
하지만 간헐적 단식을 할 경우 1주일에 이틀간 단식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음식을 크게 제한하지 않아도 돼 좋아하는 음식을 포기하지 않고도 체형관리를 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간헐적 단식의 장점으로 ‘배고프지 않고 몸이 가벼운 느낌’과 ‘다른 다이어트보다 스트레스가 적다는 점’, ‘단식날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점’을 꼽았다.
간헐적 단식이란 1주일에 5일은 충분히 식사하고 나머지 2일은 500~600㎉ 내의 제한된 칼로리만 섭취해 허기짐을 예방하는 식사법으로 영국의 ‘마이클 모슬리’가 고안했다. 모슬리는 의학박사이자 영국의 BBC프로듀서로 2012년 8월 BBC 다큐멘터리 ‘호라이즌: 먹고 단식하고 장수하라’를 제작·방영해 단식을 체험하면서 몸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 방영 당시 런던올림픽 기간인데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모슬리 박사는 업무가 밀린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을 단식일로 정해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체중감량에 성공했으며 위험수준이었던 혈당수치까지 낮췄다. 1주일 중 5일은 마음껏 먹고 이틀만 제한된 칼로리를 섭취한다는 의미로 ‘5대2 다이어트’라는 이름을 붙이고 음식에 조예가 깊은 미미 스펜서와 함께 간헐적 단식에 대해 알리기 시작했다. 이 건강법은 곧 영국에서 ‘건강법의 블록버스터’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 단식법에서 5일 동안 아무 음식이나 마음껏 폭식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는 ‘적당히 (reasonable)’ 먹는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단식하지 않는 날에 인스턴트식품 등 나쁜 음식 대신 ‘괜찮은’ 음식을 충분히 먹게 되면 자연스럽게 몸에 해로운 음식들에 대한 갈망이 줄어들고 위가 작아져 식사량도 자연히 감소한다는 의미다.
모슬리 박사의 건강법은 지난 3월 국내에도 소개되면서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저서는 불티나게 팔렸으며, 당시 간헐적 단식을 꾸준히 진행하면서도 보기 좋은 근육질 몸매를 유지하던 ‘몸찬 아저씨’ 조경국씨의 이름은 연일 포털 사이트에 인기검색어로 올라왔다.
이번 방송에서는 간헐적 단식의 인기에 힘입어 ‘사례 검증’에 나섰다. 아직 이 건강법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다. 14일 SBS방송에 출연한 명승권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어떤 건강관리법이나 치유법이든 사람의 생명과 관계될 경우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당연하다”며 “‘먹는다’는 것은 인류가 삶을 영위하기 위한 당연한 행위로 이를 포기하면서까지 굳이 고통스럽게 건강을 지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건강한 식단으로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먹고 올바른 생활패턴과 꾸준한 운동이 정석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안성복 연세대 원주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건강법이라는 것은 다양한 만큼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며 “효과는 사람마다 달리 나타날 수 있고, 무조건 식사를 꼬박꼬박 해야한다는 게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는 것도 일종의 믿음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용근 서울대 생명공학과 교수팀은 쥐를 이용한 실험을 진행했다. 정 교수는 여기서 ‘자가포식(Autophagy)’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자가포식이란 우리 몸의 세포가 손상된 분자,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하는 정화작용이다. 이 과정에서 좋은 세포는 재활용되고, 나쁜 세포는 버려진다. 정 교수는 “우리 몸에 영양공급이 중단됐을 때 세포는 체내 좋은 세포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정화작용을 일으킨다”며 “이것이 간헐적 단식이 다른 칼로리 제한 다이어트보다 효과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간헐적 단식은 이번 실험 결과 포유류 수명을 18% 증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팀이 일반쥐와 자가포식쥐를 나눠 2년 가까이 연구한 결과 자가포식쥐가 일반쥐에 비해 에너지가 넘치고 활발했다. 뿐만 아니라 2년 가까이 각 쥐의 몸무게를 잰 결과 자가포식쥐의 경우 몸무게가 꾸준히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정 교수는 “어떤 부위에서 차이가 나는지 해부했더니 복부지방이 일반쥐보다 5분의 1이나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서 박용우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그동안 실시해온 간헐적 단식의 효과를 소개했다. 그는 단식과 고강도 웨이트 트레이닝의 병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은 사냥을 하거나, 사나운 동물을 만났을 때 전력으로 뛸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가끔식 전력으로 뛰어주는 수준의 운동을 해 주면 더 건강해지는데 고강도 운동이 큰 효과를 준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다바타 운동법’이 대표적인 고강도 운동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의 이즈미 다바타 리츠메이칸대 스포츠 건강관리학과 교수가 고안한 운동법이다. 이 운동법은 20초 동안 폭발적으로 운동하고 10초간 휴식하는 것을 4분간 반복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일본 스피드스케이팅팀의 훈련을 위해 개발됐다. 강도 높은 운동 사이에 휴식을 취해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도록 유도한다. 운동 강도가 굉장히 높아 운동이 끝난 뒤에도 신체는 운동을 계속하는 상태로 인식, 칼로리 소모가 12시간 동안 지속된다.
이런 효과에 힘입어 시간이 없는 직장인 등 바쁜 일반인에게 좋은 반향을 얻고 본격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다바타 운동법으로 운동할 경우 3분만에 심장박동수는 최고치에 도달하게 되며, 운동 중에 전신 근육을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신진대사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를 ‘다바타 프로토콜’이라 부른다. 다바타 교수는 “이는 4분의 짧은 시간 운동으로 1시간 운동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유산소·무산소 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어 더욱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다바타 운동법은 일본과 미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돼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를 시도해보려는 사람들은 1주일에 이틀 굶는 것도 힘들텐데 고강도 운동까지 병행하는데 두려움을 갖기 쉽다. 간헐적 단식을 하는 동안에는 언제 운동하는 게 좋을까. 강현주 순천향대 스포츠의학과 교수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남녀 대학생 6명에게 16시간 이상 공복을 유지한 상태, 아침식사를 한 후 운동했을 때의 차이점을 체크했다.
강 교수는 12가지 동작을 만들어 같은 동작을 하도록 했고, 다바타 운동법보다 강도는 조금 낮추되 시간은 2분을 늘린 6분 동안 운동하는 방법을 택했다. 5일간 실험한 결과, 공복 상태에서 운동했을 경우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염증반응지표는 확연히 줄어들었고 근육 에너지를 증가시키는 유리지방산이 더 높아졌다. 강 교수는 “공복을 유지한 상태에서 운동했을 경우, 운동이 끝나도 계속 지방이 연소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이어트에는 스트레스가 따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이틀이라고는 해도 음식에 신경 쓰는 것은 적잖은 스트레스가 된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무조건 독이라고 볼 수 없다. 미국 에드워드 캘러브레스 매사추세츠대 독물학 교수는 “때로는 독이 약이 될 수 있다”며 “스트레스에도 ‘최적의 용량’이 있지만 과학은 이를 간과해왔다”고 말했다. 이렇듯 일시적이고 적절한 양의 스트레스는 신체능력을 극대화하고 회복시켜주는데, 이를 ‘호르메시스(Hormesis) 효과’라고 한다. 일례로 미용에 많이 사용되는 ‘보튤리눔 독소’, 일명 보톡스를 들 수 있다. 캘러브레스 교수는 “고통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며 “호르메시스 개념을 기본으로 한 적당량의 스트레스는 훨씬 더 큰 손상으로부터 당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세 끼 모두 먹어야 건강하다’는 기존의 상식을 깨고, ‘비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간헐적 단식은 어쩌면 자꾸 ‘더 많이’를 외치는 현대인에게 여유와 비움의 미덕을 보여주는 하나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