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려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올들어 5월까지 인천국제공항 출국자 수는 826만명을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61만명이나 늘었다. 장기적인 불황이 무색하게도 여행업계는 전에 없던 호황을 누린다는 전언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지난달 우리 여행사를 통해 나간 해외여행객은 15만5000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21%나 증가했다”며 “6월 기록으로는 역대 최다”라고 말했다. 해외여행은 이미 대중화돼 성수기, 비수기라는 말이 무의미해진 것이다.
하지만 낯선 이국땅에서는 노독(路毒_으로 면역력저하, 위생상태 불량, 현지 풍토병 등으로 건강이 위협당하기 쉽다. 자칫 행복한 추억이 돼야 할 해외여행이 질병으로 인해 괴로운 사건으로 기억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예방백신을 챙기는 것은 필수다. 해외여행을 앞둔 사람이 준비해야 할 예방접종 요령에 대해 이소희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알레르기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라임병, 유비저, 웨스트나일열 등 신규 외래 전염병 국내서도 등장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손씻기 등 개인위생개선과 예방접종으로 일부 감염병이 감소한 반면 국가간 교류로 인한 국외유입 감염병은 증가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감염병 발생 현황을 분석·정리한 ‘2012년도 감염병 감시연보’에 따르면 국내서 발생하는 세균성 이질과 A형간염은 지속적인 감소세인 반면 해외 유입 감염병은 꾸준히 늘고 있다.
주로 동남아시아 여행객으로 인해 발생한 뎅기열은 2011년 72건에서 2012년 149건으로 107% 가량 증가했다. 아울러 국외 체류 중이던 내국인으로부터 라임병, 유비저(類鼻疽), 웨스트나일열 등 기존에 발견되지 않은 감염병이 신고됐다.
해외에서 국내로 유입된 감염병 사례는 2009년까진 매년 200명 내외로 신고됐으나 2010년부터 340명이 넘는 환자가 신고돼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에는 353명으로 전년(349명)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신고된 주요 국외유입 감염병은 △뎅기열(42%) △말라리아(15%) △세균성이질(12%) △파라티푸스(8%) △장티푸스(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주된 유입 국가는 필리핀, 인도, 캄보디아,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이 전체의 89%를 차지했다. 가나, 적도기니 등 아프리카 지역은 8%에 달했다.
유럽에서 홍역 유행 … 유럽 배낭여행족 예방접종 확인 필수
주의할 질병으로는 우선 유럽의 경우 홍역예방주사를 챙겨야 한다. 유럽여행을 다녀와 홍역에 걸린 국내 확진 환자는 올들어 6월 11일까지 47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1년 1~10월에 영국 프랑스 등 유럽지역 36개 국가에서 2만7000명 이상이 홍역에 감염돼 9명이 사망하고 7300여명이 치료 중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2007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3배나 증가한 수치로 2010년 이후 홍역 유행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2011년 1~10월에 1만4000여건의 홍역 감염이 보고됐고 스페인, 루마니아, 마케도니아, 우즈베키스탄에서도 홍역 환자가 상당수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서도 2010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256명의 홍역 환자가 보고됐다. 홍역은 범세계적으로 재확산되는 추세여서 유럽 외에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홍역 유행 지역으로 여행을 가려면 홍역 예방접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MMR(홍역·유행성 이하선염·풍진) 혼합 예방백신은 일반적으로 생후 12~15개월에 접종한다. 1회 접종만으로 최소 95%에서 항체가 형성된다. 질병관리본부는 소아·청소년의 경우 출국 전 MMR백신 2회 접종을 완료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예방접종 여부가 불분명하거나 항체 형성이 안된 것으로 확인된 성인은 해외여행 전 1회 추가 접종한다. 풍진 백신은 기형아 출산 또는 유산이 우려되므로 임산부에게 금기이며, 접종 후 적어도 3개월간 임신해서는 안된다.
사전에 황열 예방주사 못 챙기면 입국거부 당할 수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주로 열대지역(적도 중심 20도 남·북위 이내 지역)에서 유행하는 황열은 현지인이 아닐 경우 치사율이 최고 60%가 넘는 무서운 감염질환이다. 모기에 의해 아르보바이러스(arbovirus)가 감염되며 환자의 상당수가 황달로 인해 피부가 누렇게 변하는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황열이라 불린다.
황열은 예방백신을 맞으면 100%에 가까운 예방효과가 있다. 황열 예방접종이 필요한 국가를 방문할 경우 여행을 떠나기 10일 전에는 예방접종을 받도록 한다. 콜레라백신과는 적어도 2주 이상의 간격을 두고 맞는 게 좋다. 국제공인 예방접종기관에서 접종후 증명서를 지참해야 해당 국가로 떠날 수 있다. 황열 예방접종 증명서는 일부 국가에서 모든 여행자에게 요구하는 유일한 증명서다. 없을 경우 해당국 입국이 거부당할 수 있다. 증명서의 유효기간은 10년이다. 황열 유행지역에서 도시지역을 벗어나 여행하려는 사람도 비록 해당국이 입국 시 황열 예방접종 증명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적극적으로 접종받는 게 좋다. 아울러 황열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긴팔옷이나 긴바지를 입는 게 바람직하다.
동남아·중국서는 말라리아·뎅기열·이질·콜레라 주의
동남아나 중국 남부를 여행할 때에는 오염된 물과 음식을 통해 감염되는 세균성 이질과 콜레라, 모기를 매개로 발생하는 뎅기열과 말라리아에 주의해야 한다. 2007년부터 5년간 전국 13개 검역소를 통해 가장 많이 확인된 수인성 감염병은 세균성 이질로 현지에서 개인 및 음식 위생에 신경써야 한다.
콜레라는 과거에는 해외여행시 필수 예방접종이었으나 주사용 백신의 효과가 50% 정도도 불확실하고, 지속기간이 3~6개월로 짧으며, 유행시 콜레라 전파를 막지 못하기 때문에 WHO는 1988년부터 콜레라 접종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 최근 경구용 백신이 상품화돼 일부 국가에서 이용되고 있으나 WHO의 공식 인증을 받지 못했다. 콜레라에 걸리면 탈수가 심각하므로 전해질 영양분의 보급을 위해 수액요법을 받는 게 효과적이다.
말라리아는 매년 1억 이상의 인구가 감염되고 치사율도 2~10%로 높은 원충성 감염질환이다. 유행지역은 단 하루만 여행해도 말라리아에 걸릴 수 있다. 해마다 1만명 이상의 여행자들이 모국으로 돌아간 후 말라리아로 고생한다. 고위험지역은 열대 아프리카(특히 서부), 솔로몬제도, 파푸아뉴기니, 태국·미얀마, 태국·캄보디아 접경지대이다. 중등도 위험지역은 인도·아이티, 저위험지역은 동남아·중남미다. 이런 나라에서도 대도시는 비교적 안전하다. 1500m 이상 고도에서는 감염 위험이 훨씬 감소한다.
말라리아는 DEET 등 곤충기피제를 바르는 등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가장 중요한 예방책이며, 여행지역에 따라 적절한 말라리아 예방약이 다르므로 의사의 추천으로 선택해 복용하는 게 좋다. 클로로퀸, 하이드록시클로르퀸, 메플로퀸, 아토바쿠온+프로구아닐,독시사이클린 등의 성분이 있다. 예방약은 사전에 복용하고 여행지역을 벗어난 후에도 약4주간 계속 복용한다. 치료제로는 신풍제약에서 개발한 국산신약인 파라맥스(성분명 피로나리딘+알테수네이트)가 급성 열대열 및 삼일열 말라리아를 동시에 치료하는 약으로 꼽힌다. 감염된 모기에게 물린 후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의 잠복기는 약 14일이지만, 삼일열 말라리아의 경우 수개월, 길게는 1년까지 간 속에 잠복한다.
뎅기열은 2011년 72건에서 2012년 149건으로 전년 대비 107%나 늘었는데 모두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를 다녀온 여행객에게서 발생했다. 아직 효과적인 예방백신이 없는 뎅기열은 올해에도 동남아 국가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최근까지 4만2000여 명의 뎅기열 환자가 발생해 이 중 193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이 지난 20일 보도했다. 태국에서도 올들어 4만4000여 명의 뎅기열 발병자 가운데 5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에 비해 10배나 늘어난 수치다. 태국 보건 당국은 뎅기열 환자가 앞으로 3개월 동안 2배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뎅기열은 뎅기바이러스를 가진 모기에 의해 옮겨지는 병으로 고열을 동반하는 급성열병이다. 국내에는 없는 병이지만 최근 유행지역에 다녀온 후 발병하는 사례가 매년 보고되고 있다. 발열은 3~5일간 계속되고 심한 두통과 근육통, 관절통, 식욕 부진이 생기며 초기에는 붉은 반점이 나타나기도 한다. 혈압이 떨어지고 다른 장기들의 기능이 저하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뎅기출혈열은 전체 혈액량이 줄지 않도록 수액을 보충해 주고 산소요법을 실시하면 많이 개선된다. 중증에서는 혈장투여가 이뤄져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뎅기열 예방을 위해서는 곤충기피제 등을 사용해 모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백신은 없지만 발생지역이 황열병 발생지역과 겹치기 때문에 황열백신을 필수적으로 접종받도록 한다.
서남아 페루 등에서는 장티푸스…위생상태 열악국가는 A형 간염
미국의 경우 보고된 장티푸스 환자의 60%가 해외여행 후 발병했고 우리나라도 그 수가 증가 추세다.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네팔,인도네시아, 필리핀, 파푸아뉴기니, 페루, 칠레 등의 오지로 여행하거나 현지 음식을 먹을 기회가 많다면 장티푸스 예방백신을 접종받는 게 바람직하다. 2주 이상 현지에 머물 경우 필수적으로 권장된다. 경구용 생백신은 하루건너 4회 복용하며, 주사용 백신보다 이상반응이 덜하고 5년간 효과가 지속된다. 주사용 백신은 2세 이상에서 사용하며 0.5㎖을 1회 근육주사하면 2년까지 효과가 지속된다.
A형간염도 위생상태가 열악한 개발도상국, 특히 일반적인 관광코스를 벗어나 오래 여행할 경우 걸리기 쉽다. 사람간에 직접 전염되거나, 분변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을 섭취함으로써 전파된다. 6세 미만의 소아에서는 약70%에서는 증상이 없거나, 있더라도 황달을 동반하지 않는다. 그러나 6세 이상의 소아나 성인에서는 간염 증상이 뚜렷하고 약70%에서 황달이 동반된다. 우리나라는 생활환경이 청결해지면 40대 이하 젊은 세대는 어린 시절 A형 간염바이러스(HAV)에 자연스럽게 노출돼 항체가 형성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 항체보유율이 10%선에 불과하다. 반면 40대 이후 세대는 어렸을 적에 HAV에 자연 감염돼 가벼운 감기처럼 앓고 지나간 경험이 있어 항체보유율이 90%를 넘는다. 따라서 A형간염 감염 우려가 높은 나라를 여행할 경우에는 소아나 성인에 상관없이 접종받는 게 좋다. 초회 접종 후 6~12개월이 지나서 추가접종을 받으면 면역효과는 평생 지속된다.
파상풍 유행성독감 광견병도 주의
이밖에 해외여행에서 레저·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나 워킹홀리데이 참가자, 과거에 접종 경력이 없는 사람은 파상풍 예방주사가 권장된다. 파상풍을 예방하려면 생후 2개월부터 2개월 간격으로 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혼합백신을 3회 예방접종한 후 생후 15~18개월 사이에 한번, 만4~6세에 2회 추가 접종하고, 만 11~12세부터는 10년마다 한 번씩 파상풍과 디프테리아를 예방할 수 있는 Td 백신 추가접종을 맞아야 한다. 최근 성인 백일해가 증가하는 추세여서 일생 중 한번은 백일해가 포함된 Tdap 접종을 권장한다.
우리나라가 여름일 때 호주 등 남반구 국가는 겨울에 해당되므로 65세 이상 노인과 임산부, 만성질환자(당뇨병, 심장질환, 폐질환, 신장질환) 등 고위험군은 인플루엔자 감염(유행성 독감)에 대비해 예방접종을 받는 게 좋다. 광견병은 일단 발병하면 100%의 치사율을 보이는 질병으로 아프리카, 동남아, 중남미 일부 지역에서 연중 발생한다. 이런 지역에서는 애완동물을 만질 때 조심해야 하며 해당국의 시골지역을 한달 이상 여행할 경우 예방접종을 하는 게 권장된다.
이소희 교수는 “모든 예방접종은 접종 후 항체 생성까지 2~4주의 시간이 걸리므로 해외여행 4주 전에 미리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용어설명 유비저(melioidosis, Melioidose, 類鼻疽)
위비저균(僞鼻疽菌, Pseudomonas pseudomallei)을 병원체로 하며, 동남아시아에서 나타나는 비저(疽鼻)와 유사한 질환으로, 메리오이드증이라고도 한다. 토양, 물로부터의 경피, 경구로 흡수감염된다. 급성 또는 아급성의 폐염을 주증상으로 한다. 폐화농증, 농흉내지 균혈증으로 진전될 수도 있다. 병원균의 분리동정, 수동적혈구응집반응 또는 보체결합반응 등의 혈청반응에 의해 확진된다. 테트라사이클린, 설파제가 효과적이나 재발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