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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아시아나 탑승객의 ‘트라우마’ 조속한 대처 시급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07-09 10:06:05
  • 수정 2013-07-10 16: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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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피반응·정서위축·각성 등 다양한 증상, 조기치료시 좋은 예후 … 평소 스트레스 대처 훈련해야

유제춘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지난 7일 아시아나항공의 OZ214편 여객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 도중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18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항공기 한국인 탑승객 11명은 지난 8일 오후 3시 40분께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그 순간을 기억하기도 싫다며 취재진을 외면하고 황급히 집을 향했다. 승무원들의 놀라우리만큼 침착한 대처로 참사를 막았지만 중상으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나 무탈하게 귀가한 승객이나 큰 정신적 충격에 말하기도 싫은 모습이었다.

정신적 트라우마, 즉 심리적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한 사고를 경험하고 난 후 그 충격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과거에는 전쟁터에서 겪은 충격과 공포 탓에 군인들에게서 많이 발생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천재지변, 화재, 신체적 폭행, 고문, 성폭행, 인질사건, 소아학대, 교통사고 등 각종 사고에 의해서도 흔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질환은 연령, 인종, 성별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걸릴 수 있어 육체적 손상뿐 아니라 정신적 충격과 공포가 극심할 수 있다. 또 사고를 경험한 사람만 걸리는 게 아니라 사고를 당한 친구나 가족들을 옆에서 지켜본 경우에도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2008년 미국 뉴욕보건부에서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무역센터 건강등록소에 등록된 사람들 가운데 7만1437명이 2001년 발생한 9·11테러 이후 PTSD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TSD는 대체로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지 3개월 이내에 증상이 시작되지만 어떤 이에게는 사건 이후 몇 년이 지난 후에 나타나기도 한다.

회피반응 및 과도한 각성상태가 주증상

트라우마로 인한 증상은 다양하다. 심신이 따로 놀고 정신력이 흐트러지는 해리현상, 사고와 유사한 상황에 놓이는 것을 극단적으로 기피하고 두려워하는 회피반응을 비롯해 공황발작, 환청 등 지각이상을 경험할 수 있다. 연관 증상으로 공격적 성향, 충동조절장애, 우울증, 알코올의존증, 약물남용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특히 비현실적인 감정 때문에 알코올과 약물에 의존하다가 남용 및 중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회피반응의 경우 지하철 화재사고를 당했던 사람이 다시는 지하철을 타지 않거나 심지어 지하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조차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들은 사고와 관련된 생각이나 말, 환경적인 단서들로부터도 필사적으로 회피하려 한다.
그 결과 트라우마에 빠진 사람은 아예 외부로부터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심한 정서적 위축상태에 빠지게 되고, 멍하고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변하는 모습을 보인다. 간혹 아예 사고 일부를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이에 반해 과도한 각성상태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전화벨만 울려도 심하게 놀라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 진정이 되지 않는 상태다. 신경이 예민해져 외부 자극에 대해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때로는 유별나게 신경질적이 되기도 한다.
유제춘 대전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PTSD는 단 한 번의 사고로 인한 고통스러운 증상이 보통은 수개월 이상 지속된다”며 “회복에 수년이 걸리기도 하고 평생 동안 괴로울 수 있어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기에 치료할 경우 치료에 비교적 반응을 잘하는 질환이므로 발병 초기에 적절한 약물 및 단기 정신치료를 실시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조은정 서울특별시 북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특히 나이가 어리거나 다른 정신적 질환을 동반한 경우 증세가 더 안 좋아 질 수 있어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약물치료 및 인지행동치료 병행, 필요하면 집단치료

PTSD는 주로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병행한다. 약물치료는 주로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사용해 불안과 우울로 인한 증상을 완화시킨다. 또 혈압을 떨어뜨리기 위해 쓰이는 ‘프라조신(성분명 염산프라조신, Prazosin)’이라는 약물은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악몽을 감소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처방된다.

정신치료의 경우 주로 인지치료, 행동치료, 두 가지를 병행하는 인지행동치료를 사용한다. 인지치료는 대화를 통해 자기 자신과 환경에 대해 갖고 있는 비현실적 믿음과 비논리적 추론을 스스로 발견하고 수정하도록 가르치고 돕는 치료법으로 자신의 삶을 파괴하는 행동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행동치료는 학습이론에 근거해 환자가 자기 행동을 관찰하고 분석해서 문제행동을 바꿔나가도록 돕는 치료법이다. 이 치료법은 바람직한 행동은 더 많이 하도록 하고 그렇지 못한 행동은 줄여준다. 마음이 불안한 상황에서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반응하도록 대처방법을 익히게 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가족이나 친구들의 지지를 받으며 사고를 같이 경험한 사람들과 함께 집단치료를 하면서 서로 응원하는 것도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다.

평소 스트레스 대처하는 훈련해야 쉽게 극복

똑같은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어떤 사람은 PTSD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가벼운 정서적 후유증만 겪고 넘어간다. 이는 사람마다 경험과 성격이 각양각색이며,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양상과 대처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에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도록 스스로를 훈련시키는 것은 PTSD를 예방 및 극복할 수 있는 길이 된다. 또 심각한 사고나 정서적 외상을 경험한 후 PTSD 증상이 나타난다고 판단될 때에는 주저하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는 게 좋다.
조 과장은 “PTSD는 대개 사건 발생 후 여러 증상을 경험하지만 사건 발생 수 십년 후에도 이러한 장애를 겪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외상이 없더라도 가급적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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