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인 하체비만 해소로 입소문 … 유산소운동에 잔근육 쓰는 근지구력 운동으로 체형교정 효과
국립발레단 제공
어릴 적 청순함의 대명사인 발레리나를 꿈꿔본 여성이 많을 것이다. 하늘하늘한 튀튀(발레를 할 때 입는 주름이 많이 잡힌 스커트)와 복숭아빛 발레슈즈의 공주님 같은 이미지에 혹해 어린 시절 발레를 배우겠다고 엄마를 졸라본 기억을 가진 여성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발레가 하체비만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지면서 매달 모집하는 일반인 대상 취미반에는 수강생이 몰려 등록하지 못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가수 보아, 스타 트레이너 정아름, 박지윤 아나운서 등이 발레로 하체비만을 해소했다고 알려지면서 발레 인기가 폭발세다.
발레리나의 가녀린 이미지는 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길고 쭉 뻗은 다리와 한껏 올라간 작은 엉덩이는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다. 아시아인의 인종적 특성상 우리나라 여성은 상체는 빈약한 반면, 엉덩이·허벅지 등 하체는 통통하게 발달한 ‘하비족(하체비만족)’이 많다. 입시전쟁을 촉발된 하체비만은 직장생활로 이어져 오랜 시간 앉아서 공부하거나 일해야 하는 사회적 환경 때문에 하비족 탈출은 요원한 게 사실이다.
김고운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는 “하체비만이 유발되는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실제로는 유전적 요인이 환경적 요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상당수 엄마와 딸의 체형이 비슷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고 말했다.
유전적 요인 외에도 짝다리 짚고 서있기, 팔자걸음 등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골반이 틀어지고 하지혈액순환이 잘 안 돼 하체비만이 발생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또 “야식을 즐기고 잠자리에 늦게 드는 등 불규칙한 수면 습관은 하지부종을 유발함으로써 하체비만을 악화시키거나 초래하는 요인이 된다”며 “하체비만은 건강상 문제는 크게 없지만 부종 등을 유발해 다리가 무겁고 피곤함을 가중시킨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하체비만은 가녀린 몸매를 선호하는 최근 국내 트렌드상 환영받지 못한다. 늘씬한 다리를 드러내는 스키니진이나 핫팬츠를 소화하지 못해 옷맵시가 떨어지는 주요인이 돼 많은 여성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하체비만으로 콤플렉스를 느끼는 여성은 마사지, 유산소운동, 식이조절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해소하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긴 여정’이다. 저장성 지방세포로 이뤄진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이 대부분인 종아리 등은 어느 한 부위라도 치수를 줄이는 게 만만찮다.
지난 2일 방송된 SBS ‘화신, 마음을 지배하는 자’에서 방송인 박지윤 씨는 이런 여성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발언으로 화제가 됐다. 박 씨는 “예전에는 하체비만이 심해 다리를 시원하게 드러낸 옷을 입어본 적이 없다”며 “‘발레 스트레칭’으로 체중감량에 성공한 뒤 태어나서 처음 반바지를 입었는데 너무 시원하다”고 말했다. 하체비만이 심한 여성들은 남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박 씨처럼 입고 싶은 옷도 마음대로 입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박 씨의 발언은 하체비만으로 고민하는 여성에게 발레 스트레칭은 희망의 메시지로 들렸을 지 모른다.
발레 스트레칭은 ‘백조의 호수’ 같은 작품을 위한 정식 발레가 아니라, 발레 기본자세를 응용한 스트레칭이다. 즉 발레리나들이 몸풀기로 하는 스트레칭을 정해진 시간 안에 힘들게 따라하는 것이다. 특히 다리를 이용한 동작이 대부분이라 하체비만 해소에 탁월하다.
발레의 기본은 ‘바른 자세’다. 평소 습관화된 나쁜 자세를 바로잡고 근력과 유연성을 키워 신체 순환을 활발하게 만들어 살이 빠지기 쉽게 도와준다. 김지영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국립발레단 아카데미 교장)는 “발레는 중량을 쓰지 않고 반복적으로 동작하는 유산소운동에 가까운 근지구력운동”이라며 “평상시에 쓰지 않는 근육들까지 쓰게 돼 근육에 붙어있는 피하지방으로부터 에너지를 연소시켜 군살이 빠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발레 스트레칭을 하면 평소 잘 쓰지 않던 근육의 움직임으로 대사와 순환이 활발해져 부종을 해소하고 결과적으로 날씬한 다리를 얻게 된다. 김고운 교수는 “하체비만은 근육형, 지방형, 부종형 크게 세가지로 나뉘며 스트레칭은 그 중 부종형에게 가장 효과가 좋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런 발레 스트레칭의 효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많은 무용학원에서는 성인 대상의 발레 스트레칭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발레 교실은 단연 국립발레단의 발레아카데미다. 최고의 강사진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운영하는 발레아카데미의 성인취미반을 찾아가면 정석에 가까운 기교와 몸매관리 요령을 터득할 수 있다.
발레아카데미는 매번 신청이 조기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국립발레단 관계자는 “성인취미반은 발레가 귀족예술이라 불리며 전공생들만 배울 수 있다는 편견에서 탈피해 대중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자리잡게 한 일등공신”이라고 말했다.
국립발레단 출신 강사가 지도하며, 다른 무용학원과 달리 오디오 시스템이 아닌 클래식 피아노 반주에 맞춰 발레를 배울 수 있어 더 매력적이다. 프로 발레리나가 된 듯한 기분이 들어 정서적 만족감도 높다는 평이다. 김지영 교장은 “클래식 음악과 함께 하기 때문에 몸과 마음에 모두 좋은 영향을 주는 춤”이라고 강조했다. 발레아카데미에 등록하면 굳이 발레복을 살 필요 없이 편한 옷을 입어도 좋지만 토슈즈는 필수다.
운동량도 커 보이지 않은데다가 많은 연예인들이 자신의 몸매비결로 꼽다보니, ‘바로 이거다’ 싶어 빌레 스트레칭을 쉽게 생각하면 오산이다. 단순한 스트레칭이 아닌 ‘아름다운 자세’를 기본으로 하는 발레는 동작 하나하나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턱은 살짝 당겨 시선은 약간 위로, 어깨는 자연스럽게 내려 목을 돋보이게 한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면서도 엉덩이는 빠지지 않도록 허벅지와 무릎 안쪽이 일자로 붙도록 힘을 준다. 괄약근에 긴장감을 줘 엉덩이뼈 양쪽이 맞닿도록 하고 배는 집어넣는다. 결코 쉽지 않다. 자세 하나하나에 신경 쓰다보면 자연스레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무엇이든 기본자세가 좋아야 운동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다. 특히 우아함이 생명인 발레는 기본자세를 제대로 익혀야 동작이 아름답게 나온다. 발레 스트레칭을 오래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자세가 좋아지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자신감이 생기는 것도 장점이다.
발레 스트레칭의 기본자세 중 하나로 턴아웃(turn-out)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양쪽 다리의 무릎 뒤쪽과 발뒤꿈치가 마주 보도록 일자로 발을 벌려 두 발끝이 180도를 이루는 자세를 말한다. 고관절부터 발끝까지 돌려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게 할 수 있는 선에서 시작해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자세에 허벅지 안쪽은 심하게 당긴다.
발레 스트레칭은 비록 고통스럽지만 안 쓰던 근육이 고루 사용돼 일반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만들어진 짧고 두꺼운 근육이 아닌 군더더기 없이 길고 탄력 넘치는 근육이 생겨 여성들이 원하는 매끈한 다리라인을 가질 수 있다.
국립발레단 관계자는 “요즘 발레가 선호되는 것은 잔 근육을 발달시켜 보디라인이 더 슬림해 보이는 효과 때문인 듯하다”며 “우아하고 가녀린 몸매를 만드는데 일조하기 때문인지 웨딩드레스를 입어야 할 예비 신부들도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박지윤 씨는 출산 후 30㎏이 불어나 스트레스를 받던 중 발레 스트레칭을 권유받았다. 그는 “발레 스트레칭이 체중감량과 몸매 정리에 발레가 큰 일조를 했다”며 “내 몸매가 업그레이드 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자신 있게 소개했다. 발레 스트레칭은 아름다운 다리라인은 물론 우아한 자신의 새로운 모습까지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