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는 치매로 발전, 13%는 다른 형태로 변화 … 다중 인지기능 저하, 치매위험 3배 높아
김기웅(왼쪽)·한지원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교수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는 가운데 이 질환의 조기관리시 유형별로 예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기웅·한지원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교수팀은 2005년 8월부터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1000명을 무작위 추출해 처음 1년간 치매와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진단평가를 정밀하게 시행한 후 18개월 뒤인 2007년에 같은 평가를 시행한 결과 2005년 당시에 경도인지장애였던 환자 중 전체 환자의 9%에서만 치매가 진행됐으며, 18%는 정상으로 회복됐다고 2일 밝혔다.
나머지 73%는 경도인지장애가 악화되거나 회복되지 않고 같은 상태를 유지했으며, 이 중 18%는 다른 유형으로 변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번 연구는 경도인지장애 환자 중 치매로 발전할 위험이 있는 유형을 알아보기 위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시행된 ‘한국인의 건강과 노화에 대한 전향적 연구(Korean Longitudinal Study on Health and Aging, KLOSHA)’의 후속 연구로 진행됐다.
경도인지장애는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느끼기에 이전보다 인지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인지기능검사 결과 같은 나이·성별·교육수준의 정상인보다 저하된 검사 수치를 보이게 된다.
분당서울대병원이 2012년 실시했던 전국 치매 역학조사 결과 65세 이상 국내 노인 중 27.8%가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도인지장애 환자군의 치매 발병률은 8~10% 정도로 정상인(1% 미만)보다 10배 높은 수준이었다.
연구팀이 치매가 진행되는 환자의 유형을 예측하기 위해 경도인지장애를 다중영역형과 단일영역형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다중영역형 환자는 단일영역형보다 치매 발생률이 3배 이상 높았으며, 정상으로 호전될 확률은 4분의 1 수준으로 낮았다.신경심리검사를 통해 평가하는 인지기능에는 기억력·언어능력·시공간능력·실행능력·주의집중력 등이 있으며 이 중 하나의 영역에서만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나면 단일영역형 경도인지장애, 두 개 이상에서 나타날 때에는 다중영역형 경도인지장애라고 한다.
같은 유형의 경도인지장애일지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거의 없는 경우와 경미한 정도의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 상당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발생률이 8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세금 처리, 은행일 등에서 가끔 실수가 생길 때 △체스나 바둑 등 취미활동을 이전처럼 잘하지 못할 때 △최근에 일어난 일에 대한 인지가 늦을 때 △TV 프로그램, 책, 잡지 등을 이해하고 집중하는 능력이 떨어질 때 △약속, 경조사, 휴일, 약복용 등을 가끔 깜빡 잊을 때 △드라이브를 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이전과 다르게 서투르거나 복잡하게 느껴질 때 등을 의미한다.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정상으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사회 및 신체활동이나 우울증 치료 등 환자의 노력과 의지가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국내 노인 4명 중 1명(27.8%)이 해당될 만큼 흔한 경도인지장애를 대상으로 어떤 조건에서 치매가 진행되는지, 어떤 유형의 환자가 정상으로 회복되는지 예측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연구를 주도한 김기웅 교수는 “스스로 기억력이 감퇴된다고 느껴질 때에는 치매에 대한 조기검진을 받아보는 게 좋다”며 “다중영역형 경도인지장애를 진단받고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반드시 정밀진단과 정기적인 추적진료를 통해 치매를 조기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