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 95% 남성, 남성호르몬·알코올 혈중 요산 증가시켜 … 물 자주 마시고, 표준체중 유지해야
급성(왼쪽)·만성 통풍성 관절염 사진
한여름 무더위로 시원한 음료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오전에는 새콤달콤한 과일주스와 탄산음료로 더위를 달래고, 저녁에는 시원한 맥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러나 이같은 음료를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관절이 빨갛게 부어오르거나 통증이 생기는 통풍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시원한 마실거리가 통풍성 관절염 유발, 환자의 95%가 남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통풍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2007년 16만3000명에서 2011년 24만명으로 4년만에 4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50대 환자가 25.6%로 가장 많았으며 40대 22.6%, 60대 17.9% 순이었다.
통풍은 혈액 속 요산 수치가 높아 요산이 결정체를 형성, 관절 주위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통증이 나타난다는 의미로 통풍이라고 불리며 술을 즐기는 남성에서 많이 발생한다. 이는 남성호르몬과 알코올이 신장에서 요산의 재흡수를 촉진해 요산이 배설되는 것을 억제함으로써 혈중 요산수치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성호르몬은 신장에서 요산의 재흡수를 억제하고 오히려 배설을 증가시킨다. 이 때문에 여성의 경우 대부분의 통풍은 여성호르몬의 효과가 소실되는 폐경기 이후에 나타난다.
25세 이전에 발생하는 조기발생 통풍은 전체의 3~6%에 해당되며 이 중 80%는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기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에서도 통풍은 자주 발생한다. 또 만성적으로 고요산혈증을 앓아왔던 환자는 진단 시 요산 수치가 정상일 때에도 통풍이 발생할 수 있다.
요산 이외에 칼슘피로포스페이트, 칼슘아파타이트, 지방 등이 관절에 침착돼도 통풍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경우에는 윤활액을 채취해 요산 결정체를 확인하면 진단하는 데 도움된다.
혈액 내 녹지 않는 독소 ‘요산’이 원인
양형인 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섭취한 음식물이나 체세포의 세포핵 분열로 생산되는 요산은 혈중에서 녹지 않기 때문에 농도가 높을 경우 응집돼 결정체를 형성하며, 비교적 체온이 낮은 발가락·손가락·귀 등에 침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정체가 모여 큰 덩어리를 만들고 피부 밖으로 만져질 정도가 되면 이를 ‘토푸스(tophus)’라고 한다”며 “여기에 염증세포가 들러붙어 관절 주위에 염증을 일으키면 주변조직이 붓고 심한 통증이 나타나게 되는데 통풍의 일반적인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고요산혈증은 혈중 요산수치가 남자는 7.0㎎/㎗, 여자는 6.0㎎/㎗ 이상인 상태를 의미하며 통풍환자의 약 98%는 고요산혈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요산혈증이라고 해서 모두 통풍인 것은 아니며 혈액 내 요산수치는 연령·성별·환경·인종에 따라 차이난다.
이 질환을 10~20년간 앓게 되면 통풍의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 강동경희대병원이 소개한 ‘Campion 연구’에 따르면 혈액 내 요산이 9㎎/㎗ 이상인 환자를 추적조사한 결과 연간 통풍 발병률은 5%였으며, 5년간 통풍의 누적 발병률은 22%로 나타나 고요산혈증과 통풍의 관련성이 입증됐다. 즉 고요산혈증을 앓는 기간이 길거나 혈중 요산수치가 높을수록 통풍 및 요산결석의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 통풍, 극심한 통증과 관절 변형 일으켜
통풍은 보통 무증상의 고요산혈증기, 간헐적인 급성 통풍성관절염, 만성 토푸스성관절염 등 3가지 형태의 임상유형을 가진다.
만성 토푸스성관절염은 시간이 지나면서 관절염의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기간도 길어진다. 이처럼 만성기로 접어들면 염증이 쉽게 조절되지 않고 관절이 손상돼 관절변형이 발생한다.
통풍은 엄지발가락, 발목관절, 무릎 등 하지에 많이 발생하나 만성으로 진행되면 손가락이나 팔꿈치관절에도 나타난다. 간혹 부은 관절에서 하얀 액체가 나오기도 하는데 이는 요산 결정체가 응집돼 질환이 만성기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이같은 요산 결정체는 신체 어느 부위에도 침착될 수 있다.
통풍을 장기간 방치하면 요산 결정체가 콩팥에 침착돼 요로결석 등을 일으키고 신장기능을 악화시킨다. 통풍환자의 약 10%는 신부전으로 진행돼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또 고혈압·당뇨병·비만·허혈성 심장질환 등이 동반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절한 검사와 치료가 필요하다.
통풍의 약물적 치료
양 교수는 “고요산혈증이 통풍성관절염의 원인이라고 해서 이 질환을 앓는 모든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며 “통풍성관절염이 빈번하게 발생하거나 통풍결절이 생긴 환자에 한해서 치료를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급성 통풍성관절염은 ‘콜히친(Colchicine)’이라는 약물에 잘 반응하며,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와 병용 투여하면 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항염제를 투여할 수 없을 때에는 항염작용이 강한 부신피질호르몬을 투여하기도 한다. 혈중요산의 저하제인 ‘알로퓨리놀(allopurinol)’은 통풍이 재발하거나 만성 토푸스성 관절염이 나타날 때 사용된다. 양 교수는 “급성 통풍성 관절염 환자의 경우 급속하게 혈중요산을 낮추면 오히려 관절염이 악화될 수 있어 염증이 가라앉은 후 약물을 투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약물치료에도 관절염이 빈번하게 나타나거나 혈중 요산수치가 잘 내려가지 않는다면 내장·육즙·거위·정어리·고등어·멸치·효모·베이컨 등 퓨린이 다량 함유된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 흡연은 통풍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연관되는 질환을 앓고 있다면 금연해야 한다. 통풍은 만성 대사질환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꾸준한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관리를 병행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통풍 예방하는 방법
통풍은 과음, 심한 운동으로 인한 탈수, 수술, 출혈, 감염, 약물 복용, 항암치료 등으로 발생할 수 있다. 일반인에서는 음주가 가장 흔한 원인이다. 양 교수는 “탄산음료는 당분이 높아 오히려 갈증과 비만을 더 유발할 수 있으므로 대신 물을 섭취하는 게 좋다”며 “비만은 관절에 부담을 줘 통증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표준체중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일주스는 당분 이외에 다른 영양소도 많이 들어 있어 하루에 한잔 정도 섭취하면 적당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