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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만성손습진으로 대인관계 위축, 불면증까지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06-05 15:13:49
  • 수정 2013-06-07 20: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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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명 ‘주부습진’, 주부가 25% 차지 … 의료인·사무직·미용업 등 다양한 직업군서 발생

대한 접촉피부염 및 피부알레르기학회, 전국 주요병원서 만성손습진 바로알기 시민강좌 열어

# 헤어디자이너 이 모씨(26·여)는 최근 손이 건조해지고 가려움을 심하게 느꼈다. 미용일을 시작하면서 평소 염색약 등 독한 약물에 자주 노출된 터라 불가피한 증상이었지만 이번 만큼은 참아낼 수 없었다. 얼마간 그러려니 싶었지만 손은 점점 더 가려워지고 심지어는 피부 껍질이 벗겨지면서 빨갛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손님의 머리를 감아줄 때에는 벌어진 상처에 머리카락이 쓸려 증상은 더 악화됐다. 결국 피부과를 찾았더니 ‘만성손습진’이란 진단이 나왔다.

설거지 등 오랜 시간 집안일을 하는 주부에게 흔히 발생하는 ‘만성손습진’은 ‘주부습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질환은 주부 외에도 광범위한 직업군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대인관계 문제, 우울감, 수면장애까지 초래하는 문제를 낳고 있다.

대한접촉피부염 및 피부알레르기학회는 지난 4~5월 전국 13개 대학병원을 찾은 만성손습진 환자 353명을 조사한 결과, 주부가 24.9%(88명)으로 가장 많았고 의료기관 종사자 23.5%(83명), 사무직 11.3%(40명), 학생 7.6%(27명), 음식 관련 직업 5.7%(20명), 기타(금속·기계업, 미용사 등) 26.9%(95명) 등 광범위한 직업군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이 2007년 대비 1.8배 증가했으며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보다 1.7배 높은 비율을 보였다.

만성손습진환자직업.png

 

 

만성손습진은 습진이 손에 나타난 형태로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12개월에 두 번 이상 재발하는 경우를 말한다. 피부 벗겨짐, 홍반, 살비듬 같은 인설 등이 주된 증상이다. 이 질환은 특정물질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원인물질과의 접촉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고, 아토피피부염과도 연관이 있다.
가장 흔한 외부 요인으로는 비누와 세정제 등에 의한 가벼운 자극 혹은 만성적인 물과의 접촉이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피부장벽을 약화시켜 습진 등 피부염증을 유발한다는 일부 의견도 있으며 유병률은 10% 내외다.

주부습진을 가벼이 여기는 사람이 많다보니 질환을 앓더라도 굳이 병원을 찾지 않고 넘어가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 질환은 단순히 손이 가려운 정도에 그치지 않고 삶의 질 자체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받아야 한다.

만성손습진 환자 80%, 아토피피부염 등 난치성 피부질환 동반

만성손습진을 앓고 있다면 다른 접촉성 피부염이나 알레르기성 피부염이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좋다. 만성손습진 환자 10명 중 8명은 아토피피부염, 접촉알레르기질환 등 난치성 피부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주의가 요구된다. 가장 많이 동반된 피부질환은 아토피피부염(19.8%, 70명), 접촉 알레르기(18.1%, 64명), 백선(9.6%, 34명), 한포진(7.6%, 27명), 건선(6.2%, 22명), 기타 19.5%(69명)의 순이었다.

만성손습진동반질환.png

이가영 대한접촉피부염 및 피부알레르기학회 학술이사(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피부과 교수)는 “다른 피부질환이 동반된 경우 치료를 병행하면 손습진도 함께 호전되지만, 많은 환자들은 손을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손에 생긴 습진이 오래 간다”며 “손습진에 대한 추가적 치료는 필수적이며 무엇보다도 만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빠르게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아토피 및 알레르기 등 피부질환이 있는 경우 손의 피부가 벗겨지거나 붉어지는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인관계 문제·우울함·수면장애 등 삶의 질에 악영향 … 여성이 남성보다 취약

만성손습진은 환자들의 삶의 질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평소에는 당연하게 여기던 행동들이 습진을 앓으면서 ‘불편한 일’이 된다. 무언가를 쥐는 것, 조금 무거운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 것, 뚜껑을 여는 것 등 생활 속에서 불편함을 호소하게 된다. 영업 등 사람을 많이 대하는 직종에 종사할 경우 빨갛게 붓고 하얗게 일어난 손으로 중요한 자리에서 악수할 때 괜히 머쓱해진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만성손습진 환자 76.2%(269명)는 질환이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질환으로 인해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이 든 적이 있다’는 환자도 69.4%(245명)에 이르렀다. 손이 가렵고 예민해진 게 수면장애로 이어져 ‘잠을 제대로 못 잔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전체의 절반이 넘는 55.8%(197명)를 기록했다. 질환으로 인해 손을 쥐는 행동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80.5%(284명)에 달했다.

직장생활에서 위축감이 들게 하고 불이익을 받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조사 결과 실제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환자는 46.2%(163명)에 달했다. 해외 조사결과에서도 23%의 환자들이 만성손습진으로 인해 직장을 잃었고, 19.9%의 환자들은 장기적인 병가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만성손습진은 환자들의 삶의 질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평소에는 당연하게 여기던 행동들이 습진을 앓으면서 ‘불편한 일’이 된다. 무언가를 쥐는 것, 조금 무거운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 것, 뚜껑을 여는 것 등 생활 속에서 불편함을 호소하게 된다. 영업 등 사람을 많이 대하는 직종에 종사할 경우 빨갛게 붓고 하얗게 일어난 손으로 중요한 자리에서 악수를 할 때 괜히 머쓱해진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만성손습진 환자 76.2%(269명)는 질환이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으며, 질환으로 인해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이 든 적이 있다’는 환자도 69.4%(245명)에 이르렀다. 이는 수면장애로까지 이어지는데, ‘잠을 제대로 못 잔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전체의 절반이 넘는 55.8%(197명)를 기록했다. 질환으로 인해 손을 쥐는 행동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80.5%(284명)에 달했다.

이 질환은 직장생활에서도 위축감을 들게 하고 불이익을 받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조사결과 실제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환자는 46.2%(163명)에 달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한 해외 조사 결과에서는 23%의 환자들이 만성손습진으로 인해 직장을 잃었고, 19.9%의 환자들은 장기적인 병가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손습진으로 인한 삶의 질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부정적인 비율이 더 높았다. ‘섬섬옥수(가늘고 옥처럼 아름다운 손, 纖纖玉手)’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희고 부드러운 손은 여성미를 느끼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렇다보니 습진으로 거칠어지고 울긋불긋해진 손을 보는 여성 만성손습진 환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는 것이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대인관계에 영향이 있다’(여성 79.2%·171명, 남성 75.4%·98명), ‘손을 쥐는 행동에 어려움이 있다’(여성 84.5%·186명, 남성 75.4%·98명),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이 든 적이 있다’(여성 79%·166명, 남성 62.2%·79명), ‘잠을 제대로 못 잔 적이 있다’(여성 61.2%·128명, 남성 54.3%·69명) 등의 응답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특히, 조사 대상 환자 31.4%(111명)은 손습진이 ‘항상 심하다’고 응답했는데, 이 경우도 여성의 비율이 더 높았다. (여성 37.6%·80명, 남성 24.6%·31명) 이가영 교수는 “남성은 겨울 등 날씨가 건조해지거나 처음 습진에 걸렸을 때 증상이 심한 것을 느끼지만 여성은 아직까지 집안일 등 습진에 걸리기 쉬운 환경에 노출된 경우가 많아 항상 습진이 심하게 느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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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 사용 줄이고 증상 나타나면 스테로이드 연고 등 적극 치료

이처럼 생활에 불편을 주는 만성손습진은 분명히 완치 가능한 질환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습진을 일으키는 원인을 찾아 이를 피하는 것이다. 노영석 대한 접촉피부염 및 피부알레르기학회장은 “방에 물이 샌다고 해서 계속 걸레질만 하는 것은 소용없다”며 “어느 기와에서 물이 새고 망가졌는지를 확인해 물이 새는 것을 막아야 하듯 만성손습진도 원인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만성손습진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상생활에서 손의 자극을 줄이는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 예컨대 뜨거운 물 사용을 자제하고 물을 사용하는 가사노동 등을 15분 이내로 줄이도록 한다. 치료는 스테로이드 연고나 주사제, 면역조절제 등을 이용한 국소 약물치료나 경구용 항히스타민제나 레티노이드 수용체 제제 등을 먹는 전신치료를 하게 된다.

TIP. 대한 접촉피부염 및 피부알레르기학회가 제안하는 생활 속 손습진 예방법
- 씻고 난 후에 3분 이내로 보습크림이나 연고를 사용한다.
- 뜨거운 물을 사용하지 말고 가능하면 15분 이내로 물과의 접촉을 줄인다.
- 손을 씻고 난 후에는 항상 손가락 사이를 잘 건조시킨다.
- 물 일(Wet Work)이나 세제를 사용할 때에는 비닐장갑 안에 면장갑을 낀다.
- 야채, 과일, 날고기 등 중 자극 물질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최소화한다.
- 물 일을 하거나 손을 씻을 때 반지를 뺀다
- 손을 너무 자주 씻지 않는다.
- 손톱은 짧게 유지하고, 긁지 않도록 한다.

만성손습진 환자 상당수가 증상이 조금 완화되면 다 나은 것으로 간주해 치료를 중단한다. 완벽히 낫지 않았을 경우에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손상욱 고려대 안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만약 증상이 좋아졌더라도 자신의 피부가 취약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관리 유지에 힘써야 한다”며 “손을 씻을 때에도 보습제가 함유된 물비누 타입의 세정제를 사용하고, 3분 이내에 핸드크림을 발라 보습에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영석 학회장(한양대병원 피부과 교수)은 “만성손습진은 생활습관을 교정해 예방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적극적으로 치료, 관리해야 한다”며 “학회는 전국 6개 주요 대학병원에서 만성손습진 바로 알기 시민강좌를 열어 환자 및 일반인에게 질환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좌는 오는 12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시작해 전남대병원(20일), 경북대병원(26일), 서울대병원(1일, 이하 7월), 부산대병원(4일), 삼성서울병원(16일)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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