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mG 이상 전자파에 노출되면 백혈병 위험 4배 … 국내 전자파 기준 833mG, 단기간 노출만 해당
밀양에 건설 중인 고압 송전탑의 인체 위해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공사 재개 이틀째인 지난 21일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현지 주민들과 한국전력공사 직원들이 대치해 이 과정에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밀양에 건설되는 765㎸ 고압 송전탑은 일반 송전탑보다 18배나 많은 전류가 흘러 주민들의 반대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관건은 고압 송전탑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주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느냐는 점이다.
장수마을로 유명했던 경기도 양주시 상촌마을의 경우 345㎸ 규모의 송전탑이 들어선지 15년만에 마을주민 17명이 암으로 숨졌으며 12명은 투병생활을 계속해야 했다. 충남 청양군 청수리에서도 1983년 전력소가 들어선 이후 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고 인근 목장의 가축들이 수십마리씩 죽어나갔다.
실제로 전자파가 인체에 악영향을 끼쳐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시돼 왔다.
1979년 미국의 워스하이머(Wertheimer) 박사는 “송변전소 주변에 거주하는 어린이의 경우 소아백혈병은 2.98배, 뇌종양은 2.4배 등 소아암 발병률이 전체적으로 2.25배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 연구기관(IRAC)은 2002년 전자파를 발암물질 2B(발암가능물질)로 분류했다. 당시 IRAC 관계자는 “3~4mG(밀리가우스-전자파를 측정하는 단위)이상 전자파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소아백혈병 발병률이 두 배 이상 증가한다”며 “이밖에 암·발달장애·면역변형·우울증·신경질환·생식기능 장애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고압송전선로 전자파는 2003년 발암물질로 지정됐다.
또 노벨상 심사기관인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1992년 ‘페이칭(Feyching) 보고서’를 통해 송전선 인근 17세 이하 어린이 백혈병의 발병률이 2mG 이상에서는 2.7배, 3mG 이상에서는 3.8배 더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스웨덴 정부가 주택단지 인근 고압전선을 대대적으로 철거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대해 국내에서는 전자파의 세기, 주파수, 노출시간 등을 모두 고려한 역학조사 결과가 없어 고압 송전탑이 인체에 유해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윤신 한양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아직 정확한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전자파와 암 발생간 연관성을 단정짓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구진회 국립환경과학원 생활환경연구과 연구원은 “고압 송전탑의 경우 전선이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주민들이 전자파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며 “그러나 주요 보건기구들이 꾸준히 전자파의 유해성을 경고해 온 것을 감안하면 피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전자파 노출 가이드라인은 국제비전리방사선보호위원회(ICNIRP) 권고기준 833mG를 채택하고 있다. 한전 측은 765㎸ 고압 송전탑은 833mG보다 낮은 전자파가 발생하기 때문에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833mG은 단기간·고노출에 대한 기준이며 사전예방 주의 원칙에 따라 기준을 정한 스웨덴(2mG)이나 네덜란드(4mG)와 비교시 최대 400배 이상 높다.
고압 송전선로에서 나온 전자파와 암, 백혈병 등의 질환간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게 증명된 것도 아니다. 이처럼 정확한 연구결과가 없어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고압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지역이기주의라고 매도하며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