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에게 업무보고한 ‘의약품 허가·약가평가 동시 진행’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계기관과의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것으로 지적됐다.
김성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통합당 의원은 19일 식약처 국회 업무보고에서 “식약처가 의약품 허가와 동시에 약가를 매기는 시행규칙을 추진하면서도 의약품 보험약가 평가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과 협의가 없었다”며 “이를 대통령에게 업무보고한 것은 부처간 오해와 갈등을 야기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밝혔다. 또 의약품 안전을 우선시해야 할 식약처가 의약품 조기시판을 중시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김 의원은 “식약처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조사해 품목허가를 내리는 주무부처이고, 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은 식약처가 허가한 의약품을 건강보험 등재 의약품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경제성 평가를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 부처”라며 “식약처가 이런 규칙을 추진한다면, 당연히 관계기관 간 협의는 필수인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식약처는 지난 3월 21일 대통령 업무보고 전에도 복지부·심사평가원과 협의를 거치지 않았으며, 지난 4월 2일 국회 보좌진 업무설명회 당시에도 아무런 상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 전날인 4월 18일까지도 공문 한 장 보내지 않았다.
김 의원은 “식약처는 의약품의 안전을 가장 중요시해야 할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의약품의 빠른 출시를 통한 창조경제 선도’라는 목표로 의약품의 조기시판을 추진하고 있어 의약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식약처 고시인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제58조에 따라 ‘신속심사제도’를 시행할 수도 있음에도 새로운 규칙을 추진하려는 것은 성급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 시행규칙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행 규칙상 새로운 의약품은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요양급여 대상여부의 결정을 신청해야 하고, 의약품 제조사·수입업자는 식약처의 의약품 품목 허가서를 심평원에 제출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은 복지부 소관 규칙으로서, 식약처가 복지부 등 관계기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사안이다.
김 의원은 “식약처의 존재 이유는 식품의약품의 안전이며, 위해요소로부터 국민을 지켜내는 첨병 역할”이라며 “창조경제 달성이라는 추상적 목표 아래 관계기관과의 협의도 없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기관들과 상의하지 않고, 국회와 대통령에게 업무보고한 것은 적절치 못한 처사”이라며 “식약처가 의약품 안전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수행해 국민이 불안해하는 행정은 지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