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신 미국 MD앤더스병원 암센터 종신교수가 지난 17일 삼육서울병원 생활의학연구소 류제한 박사 기념강당에서 ‘21세기 암정복의 길’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암환자가 죽기 전날까지도 외래에서 항암치료를 받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임종을 맞이하지만 한국에서는 입원실에서 항암주사만 맞다가 빈혈로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암 환자라도 몸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운동하고 동물성 단백도 적절하게 섭취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김의신 미국 MD앤더슨암센터 종신교수는 17일 삼육서울병원이 주최한 ‘21세기 암 정복의 길’ 초청 강연에서 한국인의 암 치료 문제점 전반에 대해 꼬집었다.
김 교는 “암을 일으키는 요인 중 한국인 식습관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게 동물성기름을 다량섭취하는 것”이라며 “40대 이후 나이가 들면 기름에 대한 소화·흡수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데 몸속에 축적된 기름이 염증을 일으켜 암을 유발하므로 식습관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뉴욕타임스에 ‘삼겹살’(서양에선 베이컨)을 왜 먹느냐는 문제를 제기한 기사가 게재된 적이 있다”며 “간암의 경우 내장에 지방이 쌓여 발생하는데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이런 증거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뇌암을 일으키는 기전 중 하나가 뇌세포간 연결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라며 동물성 지방을 많이 먹어 뇌세포 주변에 기름기가 차면 염증이 일어나고 암이 초래된다고 설명했다.
암환자가 치료를 위해 육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환자가 고기를 먹으면 암세포가 잘 자란다’는 속설이 있는데 고기를 즐겨 변비에 걸리면 장벽에 염증이 생기고 이것이 암이 되는 것은 맞지만 면역력 증강을 위해 적절한 동물성 단백 섭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고기는 근육살 사이에 기름기가 많은 게 문제라서 기름기 없는 고기가 바람직하다”며 개고기와 오리고기를 추천했다.
이에 참석한 청중들은 “환자가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다가 갑자기 생명을 잃을 수 있는데 고기를 먹어도 되느냐, 식물성 기름은 괜찮냐”, “유방암 치료시에도 잘 먹어도 되느냐, 영양분이 암세포로 가지 않느냐”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김의신 교수는 “소식으로 몸에 적당한 영양소를 섭취하되 잘 먹지 못해서 빈혈이 오면 안된다”며 “암환자는 잘 못먹어서 죽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식물성 기름은 적정한 섭취가 괜찮다고 덧붙였다.
운동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거듭 강조했다. 암환자가 입원해 항암제나 포도당을 투여하면서 치료받으면 자연치유능력이 저하된다며 움직이면서 관절을 움직여야 혈관이 위축되지 않고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항암 면역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항암치료시 혈관벽이 급격히 약해지므로 운동으로 약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인의 생활패턴과 암 발생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사실을 끄집어냈다. 우선 도시화와 슈퍼박테리아 감염 확산이 전세계적으로 암 발생을 촉진시킨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과거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하수처리시설 부족현상이 심화됐고 물이 바이러스에 노출됨으로써 인류가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의 공격을 당하게 됐다”며 “부유해진 일본인과 중국인이 세계여행을 통해 이런 위험성을 퍼트렸고 심지어 호텔, 마트에까지 바이러스가 산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미지의 슈퍼박테리아들이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인데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지만 지켜보고 연구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 남녀 모두 호르몬 균형이 맞아야 건강하고 암에 대한 면역력도 높아지는데 남성의 경우 비아그라나 남성호르몬제의 오남용으로 남성호르몬이 증가함으로써 전립선암이 증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여성은 독신, 만혼으로 여성호르몬 수치가 높아져 자궁암 난소암 유방암 등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암환자의 유전성 및 가족성에 대해 연구한 결과 10~15%가 유전성으로 밝혀졌다고 소개했다. 따라서 가족 중에 암환자가 있거나, 기름기 있는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 암 조기발견과 식생활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은 억제유전자와 유발유전자의 균형이 유지돼야 한다”며 “갑상선암과 전립선암은 암세포가 존재해도 10~20년간 이 균형이 맞춰지면 발병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트레스나 섭식불량 등으로 암 억제유전자가 약해지면 암이 드러나게 된다”며 “암 억제와 유발의 균형을 맞춰주는 신약(표적항암제)은 10여종으로 보통 2가지, 많으면 3~4가지를 쓰면 약이 듣지만 더 많이 쓰면 약의 독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암질환 관련 치료에 실패한 원인으로 지금까지 암 덩어리, DNA(핵산), 세균 등 국소적인 치료ㆍ연구를 해왔다”며 “개인의 몸은 특수하고 정교하게 구성돼 암을 이기는 면역력도 다 틀려 전체 반응과 변형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동물실험을 통해 암 치료효과를 검증하는 지금의 신약개발 방식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항암면역력을 높이는 전인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하나로 한방 항암치료의 유용성을 제시했다.
그는 “양약(洋藥)으로 애를 써도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한약은 체질에 맞는 약을 개발함으로써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연구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 MD앤더슨암센터에서는 수십명이 관련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 고혈압을 침으로 치료하는 것을 보고 큰 인기를 누렸다”며 “하지만 수십년간 한방을 선도해온 경희대조차 항암치료에서 돋보이는 연구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 교수는 올 2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사용승인을 내린 생약 성분의 SB항암주사와 관련, “항암제로 많은 암환자들이 고생을 하고 있지만 생약성분으로 구성된 치료제는 독성이 거의 없으며, 풍부한 단백질 보충과 체력 유지만 뒷받침되면 지속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SB항암주사 치료는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삼육서울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암 절제수술 위주의 한국내 암 치료풍토도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조기진단으로 암을 절제하면 암이 국소적으로 사라지긴 하지만 잔존한 암세포가 집을 잃고 인접한 장기나 신경이나 뼈로 전이되기 때문에 수술 전 약물로 암세포를 충분히 약화시킨 후에 암을 절제시키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환자는 암이 발견되면 무조건 암부터 잘라달라고 조르는데 무지의 소치”라고 꼬집었다.
그는 암환자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리얼하게 꾸짖었다. 그는 “많은 임상치료 경험에 따르면 ‘깡패’같이 무식한 사람이나 어린이, 시골농부 등은 치료율이 높은 반면 의사, 변호사, 전문직, 부유층 등은 치료효과가 현저하게 떨어진다”며 “전자는 암과 죽음에 대한 근심·걱정이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후자는 치료에 대한 불확실성과 죽음에 대한 공포에 지나치게 집착해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인의 지나친 근심·걱정은 많은 질병을 유발하고 있다”며 “이를 떨쳐버려야 치료효과가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한국사람은 암에 걸려 의사를 찾으면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하지만 정작 ‘살아서 뭐 할거냐’고 되물으면 머리를 긁적이면서 마땅한 대답을 못한다”며 “미국 암환자는 죽기 전날까지 일을 하는 게 다른다”고 소개했다. 그는 “삶의 목표가 있으면 몸의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라며 자연치유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벌 등 많은 한국인 상류층을 치료한 경험이 있는 그는 “암에 걸린 한국 사업가 중 상당수는 사업걱정, 집안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기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죽을 때 나타나는 숨겨진 아내들과 자식들까지 이런 걱정에 한몫 더한다”고 ‘썩소’(썩은 미소)를 날렸다. 그는 “이런 요인 때문에 사업가들의 치료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자주 봐왔다”며 “나의 치료경험상 드라마 ‘구암 허준’에서처럼 마음을 잘 다스려야 병이 잘 낫는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암환자의 ‘기적’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아는 의사 중 한 명이 간암에 걸려 항암 및 방사선치료에도 불구하고 차도가 없어 포기했다가 동료의사의 권유에 따라 ‘물에 빠져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장암에 쓰는 약을 투여했더니 기적적으로 암이 완전히 없어졌다”며 자신은 암치료의 기적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기적이 일어나는 경우는 약 5%로 추정된다”며 “과학적인 근거는 아직 없지만 환자의 마음가짐에 따라 기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