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아시아 민족에서 ‘멜랑콜리아형 우울증(major depression with melancholic features)’을 보이거나 ‘충동·분노’를 나타내는 경우 일반 우울증보다 자살위험이 약 2배 증가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은 한국처럼 사계절 변동이 큰 지역에 거주할 때 더 많이 생기며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인은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의 비율이 42.6%로 다른 민족보다 1.4배 이상 높으며 이로 인한 자살위험도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을 보이는 한국인은 다른 나라의 일반 우울증환자보다 자살위험이 약 4배 높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은 더 심한 우울증이라고 알려져왔지만 자살위험이 더 높다는 보고는 많지 않았다.
멜랑콜리아형은 우울증의 여러 형태 중 하나로 즐거운 감정을 못 느끼고 식욕이 감퇴하며 체중도 감소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또 안절부절못하거나 행동이 느려지며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깰 때가 많으며 아침에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일 가능성이 크므로 전문적인 진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술의 힘을 빌려 잠을 청하는 경우 충동성, 초조함, 불안이 증가해 자살위험이 더욱 높아져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충동·분노도 자살위험도를 2.45배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울증을 동반할 때 이런 감정을 더 심하게 느낄 수 있으며 피해의식 등 정신병적인 증상으로 악화되면 자살위험도가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다. 이 경우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이 모두 자기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쉬운데 이를 ‘관계사고(idea of reference)’라고 한다.
전홍진 교수는 “이번 공동연구는 자살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인 우울증의 특정 유형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멜랑콜리아형 우울증 환자에 대해 집중치료를 실시하고 사회적 관심을 기울인다면 우리나라 자살률을 낮추는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