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수 윤종신이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입부터 소화기관 끝까지 염증이 생길 수 있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며 투병 사실을 고백, 크론병이 큰 주목을 받았다.
크론병은 염증성 장질환의 하나로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관에 염증이 생겨 복통, 설사, 혈변 등을 유발한다. 원인이 불분명해 치료가 어렵고 만성적으로 지속된다. 방치할 경우 치질의 일종인 치루나 대장암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현재 국내 크론병 환자 수는 약 1만명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서양식 식단의 증가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박재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팀은 크론병에 인동덩쿨꽃이 효과가 있음을 최근 밝혔다. 이 성과는 유명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저널인 ‘영국영양학저널’(British Journal of Nutrition)에 게재됐다. 인동덩쿨꽃(생약명 금은화·金銀花, 학명 Lonicera japonica)는 산기슭이나 길가에 나는 겨우살이 넝쿨의 꽃이다.
실험과정에서 연구팀은 대장염 증상을 유발하기 위해 덱스트란황산나트륨(dextran sulfate sodium) 시약을 쥐에게 약 1주일간 먹여 설사, 혈변 등을 유도했다. 이어 인동덩쿨꽃 추출물을 농도별로 투여해 대조군(비 투여군)을 비교해 대장 길이, 체중, 혈변 등 여러 증상의 변화 등을 관찰했다.
대장염이 심해질수록 체중이 줄어들고 대장의 길이가 짧아지는데, 농도가 높은 인동덩쿨꽃을 투여할수록 체중과 대장 길이 감소 폭을 줄일 수 있었다. 쥐 체중 대비 인동덩쿨꽃을 500㎎/㎏의 농도로 투여했을 때, 대장염 상태와 비교하면 체중 감소는 약 30%, 대장길이 감소는 약 50% 보호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동덩쿨꽃은 혈변을 줄이고,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호전시키는 것으로 평가됐다.
박 교수팀은 또 인동덩쿨꽃의 우수한 항염증 효과와 염증성 장질환 치료의 주요 기전으로서 면역 T세포로 인한 염증을 악화(Th1/Th17 pathway)시키는 기전을 억제하여 항염증 효과가 있음을 밝혔다.
박 교수는 “난치성 질환에 속하는 크론병이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라며 “향후 다양한 한약재에 대한 추가 연구를 통해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한방 신약을 개발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2012년 열린 국제보완의학연구학회(International Congress on Complementary Medicine Research, ICCMR) 등 유명 국제학술회의에서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