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는 의사들 사이에서 ‘의료계 3D’로 불리는 진료과목 중 하나다. 뇌신경을 만지는 고도의 정밀함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장시간의 수술시간을 견뎌야 하는 극한의 체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김동규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저술한 ‘브레인’은 40년 가까이 신경외과 의사로 재직하면서 경험한 내용을 담은 의학에세이다. 의학상식 교양서나 전문적인 의학 교과서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신경외과 의사들의 솔직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매 순간 철두철미한 완벽함을 추구해야 하는 신경외과 의사의 날 선 일상이 진솔하게 펼쳐지며 의외의 유머가 곳곳에 숨어 있어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의사 생활 중 만났던 환자들과의 일화는 흥미롭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이 책의 1부 ‘I&Brain-풋내기 의사의 성장’은 의대생, 전공의, 신경외과 의사로서 개인적인 성장기를 담고 있다. 육영수 여사의 총격 사건을 계기로 신경외과를 전공하기로 결심한 의대 시절 이야기부터 동료 의사들과 회식 중 복통이 일어나 우왕좌왕하는 이야기까지 일반인들이 접하기 쉽지 않은 의사들의 일상이 가감없이 그려진다.
2부 ‘You&Brain-환자가 바로 스승’과 3부 ‘We&Brain-약이 된 쓰디쓴 경험’은 저자가 신경외과 의사로 살며 기억에 남는 환자와 신경외과 질환에 대한 짧은 일화들로 구성되어 있다. 뇌종양 같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뇌질환에 얽힌 이야기도 있지만 1980년대 초반 국내에서 머리가 붙은 채로 태어난 쌍둥이가 결국 모두 목숨을 잃은 사례나, 환자가 깨어 있는 상태에서 두개골을 열고 뇌수술을 하는 각성 수술에 관한 경험당 등은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4부 ‘Together&Brain-우리 시대 의료계의 자화상’에서는 일선에서 환자를 치료하면서 느낀 의료계의 현안에 대한 저자의 문제의식과 미래를 위해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이야깃거리가 다양하게 등장한다. 2000년에 있었던 의료파업 같은 다소 민감한 문제부터 무조건적인 생명연장과 관련한 죽음의 질이라는 추상적인 문제까지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의사들은 환자 한 명 한 명을 진찰할 때 환자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더 많은 생각을 한다. 병을 해결하려는 의학적인 사고뿐 아니라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괴로움을 가늠해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의사나 환자가 서로를 기계적인 관계로만 생각하는 최근의 세태는 의료 중심에 ‘사람’이 있어야 함을 자꾸 잊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김동규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의대 신경외과 주임교수와 신경외과 과장을 역임했고 현재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