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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 ‘의약품 리베이트’ 단절 선언
  • 홍은기 기자
  • 등록 2013-02-04 16:02:08
  • 수정 2013-02-05 23: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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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베이트 쌍벌제 합리적 개선 요구 … 제약사 영업사원 의료기관 출입금지

대한의사협회가 리베이트 쌍벌제의 합리적 개선을 요구하며 ‘의약품 리베이트 단절’을 선언했다. 의협은 이에 따라 쌍벌제 규정이 개선되지 않는 한 모든 제약사 영업사원의 의료기관 출입을 금지키로 했다. 의사협회는 대한의학회와 함께 4일 오후 1시 30분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정한 의약품의 처방을 대가로 개인이 금품이나 향응을 수수하는 의약품 리베이트를 받지 않겠다”며 “제약사는 리베이트 공세를 멈추고 정부는 리베이트가 발생하고 유지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협회의 이번 선언은 2010년 4월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받은 자 모두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국회를 통과한 이후 처음으로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최근 동아제약, CJ제일제당, 근화제약 등에서 연이어 의약품 리베이트 수수 혐의가 적발돼 수백명의 의사가 수사 대상에 오르는 등 많은 리베이트와 관련된 사안이 언론보도를 통해 나오고 있다.

이에 노환규 의사협회 회장은 “헌신적인 노력으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오던 의사들이 리베이트 수수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아 국민에게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며 “리베이트 행위는 과거부터 관행처럼 내려온 게 사실이지만 이 중에서는 리베이트라고 인정할 수 없는 억울한 사례도 다수 있다”고 말했다.

의사협회와 의학회는 “특정한 약품에 대한 처방의 대가로 개인에게 부당하게 지급되는 의약품 리베이트가 완전히 근절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당한 마케팅에 참여한 의사가 처벌받는 현행 제도는 대대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리베이트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약가 결정권을 갖고 있는 정부가 제약회사를 보호하고 연구개발(R&D)에 투자하라는 명분으로 약값을 높게 유지하는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의약품 리베이트 자금을 형성할 공간이 마련됐다”고 지적했다.

또 “복제약 판매 중심의 국내 제약회사가 리베이트 영업의 오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정부의 낮은 의료수가 정책으로 인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는 의사가 리베이트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정부는 리베이트 단속만을 벌일 게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협회는 의약품을 선택하는 것은 의사의 권리이지만 의약품의 선택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은 의사의 권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 회장은 “의약품 리베이트를 없애고자 한다면 정부가 약값정책, 의료수가정책, 처벌제도 등 구조적인 원인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모두 찾아 제거해야 한다”며 “의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의사 개인이 직간접적으로 금품을 제공받는 부당한 행위는 의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게 하기 때문에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사협회는 향후 자체적인 윤리규정을 마련해 내부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의사협회와 의학회는 제약회사에 일체의 의약품 리베이트 공세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제약회사가 의약품 리베이트 공세를 지속한다면 약가인하뿐만 아니라 해당 품목의 허가취소 등 강력한 조치를 내릴 것을 정부에게 촉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노 회장은 “제약협회는 조속한 시일 내에 의약품 리베이트 단절을 선언해 국민에게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제약회사의 마케팅과 의사의 정당한 연구 참여를 과도하게 금지하고, 모든 의사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규정한 리베이트 쌍벌제 모법과 하위 법령을 개선을 정부에 요구했다. 노 회장은 “악의적인 리베이트 수수행위를 처벌하고 제약회사는 정당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리베이트 쌍벌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의약품 리베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과 경찰은 악의적인 리베이트 수수자와 선량한 피해자는 반드시 구분해 선량한 의사가 피해입는 일이 없도록 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규정이 개선되기 전까지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의료기관 출입을 일체 금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협회와 의학회는 의약품 리베이트를 없앨 수 있는 근본적인 후속조치가 이어지지 않는 한 이번 선언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 회장은 “의약품 리베이트의 근절 여부는 정부와 제약회사에 달려있다”며 “근거없이 높은 약값을 책정하는 불투명한 약가결정과정이 개선되지 않는 한 리베이트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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