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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와파린 ‘신개념 항응고제’ 누가 먼저 웃나
  • 홍은기 기자
  • 등록 2013-01-28 01:00:24
  • 수정 2021-09-29 00: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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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라닥사·자렐토 보험급여 적용 … 항응고제 시장 경쟁 치열

경구용 혈액응고 10인자(Xa Factor) 억제제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는 베링거인겔하임의 ‘프라닥사’(왼쪽부터), 바이엘의 ‘자렐토’, BMS 및 화이자가 공동개발한 ‘엘리퀴스’.

심장은 1분당 60∼70회 박동하면서 인체에 깨끗한 산소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비정상적으로 심장이 박동해 맥박이 빨라지거나 느려지면 혈액흐름에 문제가 생겨 부정맥이 일어날 수 있다. 부정맥은 일반적으로 서맥, 빈백, 심방세동으로 나뉜다. 이 중 심방세동은 심장의 윗부분인 심방의 여러 부위가 불규칙적으로 빠르게 뛰면서 분당 400~600회의 매우 빠른 파형을 형성하고 이로 인해 불규칙한 맥박을 형성하는 부정맥 질환이다. 심장 수축의 강도와 리듬까지 불규칙해져 효과적인 펌프기능을 못하게 된다.  

심방세동은 질환 자체로 심장이 정상적인 기능을 못하기도 하지만 뇌졸중과 같이 위험한 합병증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사망률과 재발률을 크게 높일 수 있어 매우 치명적이다. 심방세동을 앓고 있는 환자는 일반인보다 뇌졸중 발생률이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다른 원인의 뇌졸중보다 중증인 경우가 많다. 

대한심장학회 부정맥학회가 2011년 심장세동 질환을 분석한 결과 40세 이상 성인에서 심방세동이 발생할 가능성은 남성이 26%, 여성이 23%에 달했다. 현재 40세 이후에서 4명 중 1명꼴로 심방세동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고령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심방세동의 유병률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심방세동의 치료법은 △심박 수 조절 △심장 박동 리듬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졸중을 예방하는 항혈전제 투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대다수의 심방세동 환자는 항혈전제 중에서도 경구용 항응고제를 필요로 한다. 경구용 항응고제는 혈액 속 응고성분을 조절해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피를 묽게 하는 작용을 한다. 

현재 중증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항응고제는 비타민K 길항제인 ‘와파린’(warfarin)이다. 1950년대부터 사용돼온 와파린은 항응고 효과가 뛰어나지만 정기적으로 혈액응고검사를 통해 ‘혈액이 응고하는데 걸리는 시간’(International Normalized Ratio, INR)이 잘 조절되는지 확인해야 하는 등 관리가 매우 까다롭다. INR수치가 낮으면 출혈위험이 커지고 높으면 항응고효과가 떨어지는 등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관리가 어려운 약물이다. 경구용 항응고제를 사용하는 환자의 경우 INR수치를 기준으로 약물 농도를 조절한다.

와파린은 두개 내 출혈 등 생명을 위협하는 출혈의 발생위험이 높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또 두부, 시금치, 마늘 등 비타민K가 함유된 음식을 복용하면 상호작용이 발생해 출혈이 일어날 수 있다. 

이에 유럽심장학회(ESC)는 지난해 새롭게 수정한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와파린보다 새로운 항응고제를 우선 권고했다. 비용경제적인 측면에서 높은 효용성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했는데 단순히 와파린이 약값이 싸다는 것을 떠나 정기적인 모니터링의 불편, 환자의 기회비용, 의료진의 소극적인 와파린 처방, 환자의 낮은 치료순응도와 같은 뇌졸중 위험 노출 등을 고려했을 때 와파린보다 신규 항응고제에 비용경제적인 이점이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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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출시된 신규 항응고제는 와파린의 단점을 보완·개선한 제품들로 베링거인겔하임의 ‘프라닥사’(성분 다비가트란 에텍실레이트 Dabigatran etexilate),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화이자가 공동개발한 ‘엘리퀴스’(성분 아픽사반 apixaban), 바이엘헬스케어의 ‘자렐토’(성분 리바록사반 rivaroxaban) 등 3개 제품이다. 이들 제품은 와파린 대비 예방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여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예방·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다. 

프라닥사는 아시아 환자에게 우월한 항응고 효과가 있고 출혈위험을 큰 폭으로 감소시키는 등 아시아 환자에게 많은 치료혜택을 제공한다. 지난해 9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뇌졸중학회에서 아시아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에 있어 프라닥사가 와파린보다 우월한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됐다는 임상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는 RE-LY의 하위 분석 연구결과로 프라닥사 150㎎은 아시아 심방세동 환자군에서 일관되게 와파린 대비 우월한 뇌졸중 예방 효과를 입증했다. 이 연구에서 프라닥사150㎎은 출혈성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발생 위험을 큰 폭으로 감소시켰고, 대출혈과 전체출혈(total bleeding) 위험도 상당히 낮췄다.
 
이 제품은 국내에서 2011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위험 감소에 대한 적응증으로 150㎎과 110㎎의 1일 2회 용법으로 승인받았고, 2013년 1월에는 보험급여를 획득하기도 했다. 이 제품의 용량은 150㎎과 110㎎로 보험급여가 적용된 가격은 캡슐 당 각각 1851원, 1795원이다.

자렐토는 2009년 7월 고관절 및 슬관절치환술 환자의 정맥혈전색전 예방으로 적응증을 받아 이미 국내에 출시됐다. 2012년 3월에는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과 전신색전증 예방과 급성 심재성 정맥혈전색전증 치료 및 재발성 심재성 정맥혈전증‧폐색전증의 예방을 위한 새로운 적응증에 대해 시판 허가를 받았다. 이 제품은 신규 항응고제 가운데 가장 많은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또 반복적인 심장 마비 예방 약물로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한 임상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자렐토는 경구용 Xa 인자 억제제로 전세계 6만여명의 환자를 대상한 대규모 국제 3상 임상 ‘ROCKET AF’을 통해 와파린 보다 심방세동 환자에서 뇌졸중 예방에 우수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이 임상에서 뇌졸중과 비중추신경계 전신색전증 발생위험이 와파린에 비해 자렐토 투여 환자군에서 21% 낮았고, 두개내 출혈 역시 와파린보다 더 낮았다. 또 와파린과 전반적으로 유사한 출혈 발생률을 보였고, 1차 유효성 평가변수인 심방세동 환자에서 뇌졸중 예방효과를 만족시켰다.
 
1일 2회 복용하는 다른 치료제와 달리 자렐토는 1일 1회 복용만으로 뛰어난 항응고 효과를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고령 환자는 복용하는 약의 수가 많고 질환 특성상 눈에 띄는 증상이 없어 하루에 여러 약을 복용하면 복약 순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1일 1회 복용하는 자렐토는 이들 환자군의 복약 순응도를 높여 더욱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약의 제형은 10㎎, 15㎎, 20㎎으로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경우 뇌졸중이나 전신색전증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1일 1회 20㎎을 복용하고 중등도의 신장애 환자는 1일 1회 15㎎을 복용한다. 자렐토는 2009년 국내 출시 당시 3가지 제형 모두 1캡슐당 6030원의 가격이 책정됐다. 지나치게 높은 약가에 대한 지적이 일자 지난해 9월 5477원으로, 올 1월에는 3750원으로 인하했다. 
 
엘리퀴스는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위험, 주요 출혈 위험, 사망률 등 3가지 중요한 예후에서 와파린보다 우월한 위험 감소를 나타낸 경구용 항응고제이다. 새로운 치료제 계열에 속하는 경구용 Xa인자 억제제로 주된 혈액응고단백질인 Xa인자를 억제해 트롬빈(thrombin) 생성과 혈전 형성을 감소시킨다.

엘리퀴스는 2.5㎎제형이 국내 식약청으로부터 2013년 1월 고령 및 신기능이 저하된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과 전신색전증 위험 감소 용도로 허가받았다.

허가과정에서 80세 이상의 고령, 60㎏이하의 저체중, 혈청 크레아티닌 1.5㎎/㎗(133micromole/ℓ) 이상 등 3개 위험인자 중 최소 2개 이상을 보유한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경우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위험 감소와 관련해 2.5㎎용량을 1일 2회 복용할 수 있다. 이 제품 역시 INR 모니터링이 필요하지 않고, 식사에 특별한 제한이 없는 게 장점이다. 

엘리퀴스 2.5㎎의 이번 국내 승인은 2012년 11월 유럽연합(EU), 12월 캐나다·일본·미국에 이은 것으로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 2만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ARISTOTLE’ 및 ‘AVERROES’ 대규모 임상3상 시험결과에 따른 것이다. BMS는 상용량인 엘리퀴스 5㎎의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예방에 대한 승인을 올 1분기 안에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같이 기존 치료요법을 보완하고 개선한 차세대 치료제가 출시됐지만 이들 약물이 곧바로 와파린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기존 와파린의 건강보험급여액은 100원 안팎인 반면 차세대 약물들의 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아 의료진이나 환자에게 부담이라는 판단이다.  

프라닥사의 보험약가는 150㎎ 1851원, 110㎎ 1795원으로 환자가 1년간 사용시 와파린 대비 약42만원의 차이가 난다. 자렐토의 보험약가는 3750원이지만 1일 2회 복용하는 프라닥사와 달리 1회만 복용하면 되기 때문에 두 약물간 가격차는 거의 없어진다. 엘리퀴스는 현재 고관절 관련 적응증으로 정당 2600원(하루 2정 복용시 1정은 보험급여, 1정은 본인부담)의 약가가 책정된 상태이다. 환자가 부담하는 실질적인 금액은 보험약가의 약30%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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