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 1위 기업인 동아제약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주주들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소액주주 커뮤니티인 ‘네비스탁’은 지주회사 전환이 ‘편법 상속’의 수단이라고 공격하고 있고, 주요주주인 국민연금도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이번 공방은 오는 28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표결로 결정될 예정이다.
동아제약 주식의 5%를 규합했다고 주장하는 ‘네비스탁’은 22일 기업분석보고서를 통해 동아제약 그룹 전체의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를 편법상속·증여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 지배구조 개편안에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네비스탁이 문제 삼은 것은 신주인수권과 관련한 정관 변경안이다. 동아제약은 ‘발행주식 총수의 20% 범위 내에서 주주 이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는 기존 정관을 ‘자회사 주식을 현물출자하는 자에게는 발생주식 총수 20% 범위에 제한을 받지 않고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제한 없이 신주를 발행하려면 자회사 취득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은 셈이다.
이에 대해 네비스탁은 “지주회사 신주를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의 아들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에게 제한 없이 배정할 수 있는 여지가 확보된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를 들어 특수관계자가 지배하는 자회사 주식을 동아쏘시오홀딩스에 현물출자하고, 해당 특수관계자에게 동아쏘시오홀딩스 신주를 20% 이상 발행하면 지주회사에 대한 편법 상속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알짜배기 자회사를 ‘비상장’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문제의 발단
동아제약은 지난해 10월 23일 이사회를 열어 지주회사 전환에 따라 동아제약 주식 1주를 새로운 (주)동아 주식 0.63주(0.628791 인적 분할, 전문약 의료기기 해외사업 담당, 재상장 → 2012년 12월 18일 동아에스티로 명침 바뀜)와 동아쏘시오홀딩스 주식 0.37주(0.371209, 지주회사, 변경상장)으로 분할하고 비상장 자회사로 동아제약(물적 분할, 박카스 및 일반약)으로 떼어놓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박카스’ 와 일반약 등 알짜사업을 비상장 자회사에 몰아주고, 이 회사를 강신호 회장의 4남이자 새 지주회사 대표인 강정석 부사장에게 헐값에 물려주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동아제약 지주회사 전환 개요
이에 동아제약은 지난 18일 “주주 동의 없이 박카스(사업)를 팔지 않겠다”며 “주총 특별결의(과반수 참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 결의) 없이는 박카스 사업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지주사 정관해 명시하겠다”고 선언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지배구조가 안정화되고, 박카스와 일반의약품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혁신신약 개발과 바이오사업(전문약)을 벌여 그룹 전체를 키우겠다”는 설명을 붙였다.
제약업계는 “과거 녹십자나 한미약품 중외제약 대웅제약 등이 지주회사로 전환됐지만 주요계열사를 전부 상장회사로 전환했기에 문제가 없었는데 유독 동아제약은 알짜배기인 박카스 및 일반약 부문을 비상장으로 돌리려 하기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비상장사 특정인에게 헐값에 넘기면 경영권 인수? … BW, CB, EB로 레버리지 일으키면 가능
지주회사 전환 방안이 공표된 지 석달이 다 되가는 지금 편법 상속 논란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박카스와 일반의약품 사업이 비상장회사로 지주회사 아래 남게 되면 상장한 두 기업의 가치는 분할 전보다 떨어지게 되는 반면 최대주주의 영향력은 커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물적 분할(기존 주주가 새 주식을 받지 못함)된 비상장 자회사는 100% 지주회사의 소유라서 지주회사의 경영진의 의향에 따라 좌지우지될 공산이 크다. 예컨대 물적 분할 회사를 특정인에게 일반적인 평가액보다 싸게 팔거나, 신규 증자를 통해 특정인의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높이면 편법으로 특정인에게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다.
네비스탁은 22일 보고서에서 동아제약이 2010년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미리 정해진 가격에 신주를 살 수 있는 채권) 1000억원의 향방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네비스탁은 “전체 신주인수권 가운데 200억원 규모를 강신호 회장의 4남 강정석씨가 인수한 것 외에 800억원의 정확한 흐름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이는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상당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과거 S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후계자들이 유력 비상장 주식의 전환사채(CB·일정한 조건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나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시세보다 싼 값에 사 모아 상속 비용(세금)을 줄인 것은 익히 알려진 얘기다.
이에 따라 네비스탁은 “지주회사 전환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배권만 공고하게 하는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밝히기 위해 소액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국적기업·외국인투자자·우리사주조합 등 연합으로 동아제약에 유리한 형국 동아제약 주주구성 및 찬성의결 예상 지분
네비스탁은 오는 28일 예정된 지주사 전환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에서 반대의견을 표명할 계획이다. 하지만 표 대결에서는 동아제약 측이 유리한 상황이다.
현재 동아제약 주요 주주는 △강신호 회장 등 특수관계인 14.65%(우선주 포함, 이하 오차 존재함) △GSK(글라소스미스클라인) 9.91% △국민연금 9.39% △한미약품(한미홀딩스 포함) 8.71% △녹십자 4.20% △오츠카제약 7.92% △우리사주조합 6.68% △한양정밀 3.7% △소액주주 및 기타 35.46% 등이다. 이날 발행 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하면서 동시에 참석 주식 수의 3분의 2이상이 찬성하면 지주회사 전환이 통과된다.
동아제약은 22일 현재 강신호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14.65%), 우호 지분으로 알려진 글락소스미스클라인(9.91%)과 오츠카제약(7.92%), 우리사주조합(6.68%),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의 찬성 지분(5.4%) 등 약 44.56%가 찬성 지분이라며 지주회사 분할권이 무난히 임시주총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연금, 한미약품, 녹십자 등은 찬반 행사 여부를 유보하고 있으나, 소액주주 규합세력이 강고하지 못함에 따라 동아제약 측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동아제약은 22일 73개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이 보유주식 63만2000주(5.4%) 의결권에 대해 찬성을 행사키로 했다고 밝혔다. 동아제약의 외국인 지분율(글락소스미스클라인 및 오츠카 제외)은 약 10% 안팎이다.
이에 앞서 동아제약은 경영권 위기에 놓일 비상사태에 대비해 외국기업을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이는 준비작업을 마쳤다. 2010년 5월 동아제약은 글로벌제약사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와 전략적 사업제휴를 맺으면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교환사채(EB·발행회사가 보유한 제3의 기업의 주식과 교환될 수 있는 회사채) 매출 형태로 1429억원을 투자받았다. 강신호 회장은 GSK와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을 맺었고, GSK의 보유지분 9.91%중 36만8000주(3.25%)를 되살 수 있는 콜옵션 조항도 붙였다. 대규모 자금조달 이후 강 회장을 비롯한 최대주주의 지분이 희석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동아제약은 또 2011년 12월 일본 메이지제약과 제휴를 통해 신성장동력인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사업에 진출키로 하면서 메이지제약이 특수목적법인 DM바이오를 설립하고, 동아제약이 570억원 전환상환우선주를 발행하는 형식으로 투자를 받았다. 전환상환우선주는 정해진 가격에 보통주(의결권 있음)로 전환될 수 있는 우선주(의결권 없음)다. 필요할 때 보통주로 전환, 의결권을 살려 현 경영진의 우군이 돼 달라는 뜻이다.
게다가 동아제약 노동조합과 우리사주조합은 이례적으로 지주회사 분할을 적극 찬성하며, 방해세력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표했다.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은 2007년 가을 둘째 아들인 강문석 전 이사와 경영권 다툼을 벌이면서 우리사주조합을 경영권 방어의 아군으로 적극 활용했다. 동아제약 임직원들은 2007년 경영권 분쟁 이후 ‘우리사주제도 중장기계획’을 수립하고 매달 급여의 일부를 우리사주조합에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2010년말 5.01%이던 우리사주조합의 보유지분은 2013년 현재 6.68%로 올라갔다. 회사 입장에선 직원들의 사기를 올릴 수 있고, 직원들도 주가 상승의 혜택을 볼 수 있어 서로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에는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MSCI)의 자회사로 주주권익을 최대화하고 기업경영권 방어를 자문해주는 컨설팅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가 동아제약 임시주주총회에서 의결할 분할 승인의 건에 대해 찬성을 제안했다.
ISS는 보고서에서 “기존 주주들이 지분을 공평하게 나눠 보유할 경우 실제적 경제적 변화는 없으며 도리어 이번 분할 구조가 회사가 추구하는 사업적 성장(신약개발 및 바이오사업 육성)을 달성하는데 더 용이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여러 가지 사항을 검토해 본 결과 ISS는 주주들이 분할에 대해 승인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힌 바 있다.
ISS에 이어 또 다른 주총안건 분석기관인 글래스루이스앤코(Glass, Lewis & Co. LLC)도 18일 동아제약의 분할 승인의 건에 대해 찬성을 표명했다.
다수의 국내 애널리스트도 동아제약 기업분할에 대해 △전문성 강화·경영효율성 제고로 인한 주주가치 증대 △보유 자회사 지분가치 재조명 △지배구조의 불확실성 해소 △분할발표 후 주가 상승 등을 이유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합법 테두리일지언정 도덕성 논란까지는 피해갈 수 없어 동아제약 경영실적
동아제약 주요제품 매출 구조
한 증권 전문가는 동아제약이 박카스 및 일반약 사업을 비상장 자회사로 분리하는 것과 관련, “법망을 피해 대주주 2세에게 헐값에 상속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도 있으나, 회사 분할시 각 분리회사의 평가는 부채 자산 등 나름 정해진 회계평가기준에 의한 것으로 상식을 뛰어넘는 과대 또는 과소 평가는 있을 수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다”고 예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짜배기를 가진 비상장 자회사를 강신호 회장의 후계자가 싼값에 인수하고 다시 이를 일정기간이 지난 후 지주회사에 비싸게 파는 방법으로 상속비용을 절감하려 한다는 시나리오가 연일 제기되고 있고, 수년후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도덕적 비난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더욱이 동아제약은 전국 병의원 1400여곳을 상대로 48억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임직원 지난 10일 2명이 구속되고, 5명이 불구속 기소되는 불법을 저질렀다. 위염 천연물 신약인 ‘스티렌’은 쑥(애엽) 추출물 성분으로 2011년 881억원, 2012년 80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전체 매출(9310억원)의 8.68%를 차지할만큼 효자 노릇을 했다. 하지만 안전성은 뛰어나되, 유효성이 과연 건강보험재정으로 급여를 줄 만큼 부합하느냐는 논란도 종종 제기된다. 위염 관련 증상에 약방의 감초처럼 처방되는 데에는 막강한 영업력이 밑바탕인데 그 뒤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