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고 있는 김모 씨(31·여)는 평소 작은 키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어 학창시절 때 부터 ‘키높이 깔창’을 애용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엄지발가락 쪽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보행에 지장을 줄 정도로 고통을 견디다 못해 결국 병원을 찾았다. 김 씨가 받은 진단은 ‘무지외반증’. 키높이 깔창 때문에 엄지발가락이 중지발가락 쪽으로 휘어졌다는게 전문의의 소견이었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10~30대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보정해주기 위한 도구들 역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키높이 깔창이다. 키가 작아 고민인 사람들에게 있어 키높이 깔창은 효과적인 대안책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러한 키높이 깔창이 나중에 독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별로 없는게 현실이다.
실제로 김 씨의 사례처럼 키높이 깔창을 오래 쓰다보면 발에 무리가 찾아오게 된다. 발꿈치가 키높이 깔창에 의해 들어 올려지면서 자연스레 발가락 전반에 무게가 쏠리게 되면서 결국 무지외반증을 불러오게 된다.
이호진 연세사랑병원 진료부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내원하는 환자들 중 다수가 자신이 무지외반증인 것을 모르고 단순히 일시적이라고 생각한 뒤 넘겨버리는 사례가 많다”며 “처음에는 간헐적으로 통증이 와서 참고 지내다가 점점 통증을 느끼는 간격이 좁아지면서 나중에야 통증이 지속되면 뒤늦게 병원을 찾아오게 되는데 이 때는 엄지발가락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엄지발가락 통증 때문에 다른 발가락으로 체중을 분산하려 하다보면 발바닥에 굳은 살이 박히고 발바닥 신경이 뭉쳐 발바닥 앞쪽까지 통증이 번진다.
이런 무지외반증은 나아가 비정상적인 보행을 초래해 허리, 무릎, 엉덩이관절(고관절) 등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키높이 깔창은 여성의 하이힐 착용 못지 않게 이런 무지외반증을 부르는 주범이다.
발은 ‘제2의 심장’ … 하이힐로 혹사 당해 젊은 여성 30∼40%가 무지외반증
무지외반증(拇趾外反症)은 볼이 좁고 굽이 높은 신발을 신어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심하게 향하고 있으며, 그 밑의 뼈(엄지발가락의 뿌리, 제1중족골의 끝부분)이 바깥 쪽으로 돌출하고 염증으로 빨갛게 변하는 건막류가 나타나는 족부질환이다.
발은 26개의 뼈와 33개의 관절로 이뤄져 있으며 걸을 때마다 받는 압력으로 심장에서 받은 혈류를 다시 심장으로 끌어 올려주는 펌프작용을 하기 때문에 ‘제2의 심장’으로 불린다. 발이 인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하지만 전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국내 젊은 여성은 하이힐 등으로 발이 혹사당하면서 30∼40%가 무지외반증을 갖고 있다. 30대 이상에선 50%이상으로 추산된다. 관절이 유연하거나 발이 편평하고 엄지발가락이 긴 사람에게서 많이 생긴다. 하이힐이나 발에 꽉 맞는 구두를 오랫동안 신을 경우에 흔하게 나타난다. 외관상 보기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신발을 신을 때나 보행 시 통증을 동반한다. 치료를 미루면 발가락 변형이 점점 심해져 통증이 가중된다. 엄지발가락이 점점 더 많이 휘면 둘째,셋째 발가락에도 점점 큰 힘이 가해져 발가락과 발 허리를 잇는 관절이 붓고 아프게 된다.
통증이 처음 나타날 때엔 편안한 신발을 신고, 중족골(발가락과 발바닥 중간 사이의 뼈)에 패드를 대어 통증의 정도를 줄일 수 있다. 보조기(엄지발가락에 밴드를 걸어 발가락 방향을 반전시키는 기구)나 특수신발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도 있다. 따스한 물로 마사지를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호진 진료부장은 “과거에는 수술 후 6주간 깁스를 하고 재발도 잦은 등 미흡한 게 많았으나 최근에는 변형된 뼈를 부러뜨려 내외측으로 치우진 발가락뼈를 반대방향으로 돌려서 각을 교정하는 절골술이 널리 시행되면서 정상에 가까운 모양으로 교정시키는 방법을 쓰기 때문에 재발률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