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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생명을 살리는 장기이식의 국내 현황
  • 홍은기 기자
  • 등록 2012-12-22 17:56:49
  • 수정 2012-12-30 17: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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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혜자에 비해 기증자 수 역부족 … 장기기증 문화 필요

고령화로 인해 노화 또는 치명적 질병으로 인한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지 않는 의료수단으로 장기이식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장기이식 기술의 발전으로 장기를 이식받은 수혜자의 생존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고, 난제였던 거부반응을 극소화하는 연구도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장기이식은 인체의 조직이나 장기의 결손된 기능을 복원하려는 목적으로 기증자의 장기를 인체에서 수혜자의 인체로 옮기는 의술이다. 생명유지에 있어 꼭 필요한 장기가 더 이상 독립적으로 기능하지 않을 때 장기이식을 하게 된다.
예컨대 인체에 위가 없다면 장으로 연결해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심장, 간, 신장이 망가져 제 기능을 못하게 됐을 때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장기가 없기 때문에 장기이식을 하지 않으면 생명을 이어가기가 힘들다. 심장이나 신장은 대체할 수 있는 인공장기가 개발돼 있기는 하지만 실제적인 장기의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신장이 좋지 않은 경우 매주 혈액투석 또는 복막투석을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투석을 하지 않는다면 말기 신부전증을 거쳐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간은 심장이나 신장과 달리 대체할 수 있는 인공장기조차 개발돼 있지 않다. 현재 기술수준으로는 인체에서 동일한 기능을 하는 인공 심장·신장·간 등이 없기 때문에 이식을 해야 한다. 간이나 신장은 기증자가 살아있는 경우에도 기증할 수 있다. 간은 반으로 잘라내도 간 기증자가 생존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크기와 기능을 회복하게 된다. 신장은 한 사람에게 두 개씩 있어 하나를 다른 이에게 기증한다고 해도 하나만으로 살 수 있다.

장기이식을 시도한 역사는 길다. 중국 전국시대 편작(扁鵲)이 심장이식 수술을 했다는 얘기가 전해지기도 하고, 3세기에는 로마에서 죽은 사람의 다리를 잘라 괴저병에 걸린 사람에게 이식했다고도 한다.
공식적인 기록으로 인체에서 장기를 적출해 환자에 이식한 최초의 사례는 1930년대이다. 우크라이나의 의사인 유유 보로노는 당시 장기이식을 시도했지만 거부반응 때문에 실패로 돌아갔다.
장기이식 성공률이 높아진 것은 거부반응을 줄이는 면역억제제가 개발되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이다. 면역억제제인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을 장기이식 환자에 투여함으로써 생명연장 목표를 이루게 됐다. 1960년대 말에는 장기이식자의 80% 이상이 수술 후 6개월 내에 목숨을 잃었지만 1980년대 중반에는 심장이식 환자의 3분의 2 이상이 5년 이상 생존하게 됐다.
그러나 면역억제제가 있다고 해도 장기이식 거부반응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임신이나 수혈 경험이 있는 환자는 거부반응 항체가 몸 안에 생기기 쉬워 거부반응이 더 쉽게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런 환자들은 장기이식의 성공률이 낮다는 이유로 대기 순번에서 밀린다.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거부반응 확률도 더 커지기 때문에 장기를 이식받기 어렵다.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장기를 이식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장기 기증자 수가 수혜자 수를 따라가기 역부족이기 때문에 이식을 받기까지 대기시간이 길다. 또 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자가 증가로 신장 등 장기에 무리가 오는 환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어 대기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2011년도 국내 장기이식 수술건수 현황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가 발표한 ‘2011 장기이식 통계연보’에 의하면 지난해 12월말 현재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총2만1861명으로 2010년말(1만8189명)에 비해 20.1%(3672명) 증가했다. 하지만 기증자는 2496명, 장기이식건수(기증장기 수)는 3797개에 불과했다.
장기 기증자는 매년 늘어나고는 있다. 뇌사 장기기증 및 장기이식 현황에 따르면 기증자는 2004년 86명, 2007년 148명, 2009년 261명, 2010년 268명, 2011년 368명 등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도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 현황 KONOS

뇌사자로부터 장기를 기증받아 이식할 경우 평균 대기시간

이식수술환자의 평균 대기시간

국내에서 장기를 이식받기까지 걸리는 평균 대기시간은 2007년 384일에서 지난해 521일로 늘었다. 췌장의 대기시간이 1045일로 가장 길고, 신장이 918일, 간장이 165일이었다. 2010년에는 췌장 925일, 신장 830일, 간장 140일이었다.

장기이식은 생명과 관련된 윤리적 이슈도 따라 다닌다. 기증자가 사망한 경우 사망시점의 정의, 장기적출 시점, 방법, 장기제공에 대한 보상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다. 심장이식의 경우 기증자의 성격이나 입맛 등이 수혜자에게 옮겨져 나타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장기이식이 이뤄지는 장기는 신장, 간, 췌장, 췌도, 소장, 심장, 폐, 조혈모세포 등이다. 골, 인대, 피부, 혈관 등의 인체조직도 가공 후 재사용할 수 있다.
살아 있을 때에 기증이 가능한 장기는 신장, 간, 조혈모세포 등이다. 신장은 정상 신장 2개 중 1개를 기증할 수 있고, 간은 기증자의 의학적 허용에 따라 일부를 절제해 수혜자에게 이식한다. 조혈모세포도 간과 마찬가지이다.
뇌사상태에서 기증이 가능한 장기는 신장, 간장, 췌장, 심장, 췌도, 소장, 폐, 각막 등이다. 인체조직과 각막은 사후에 기증할 수 있다.

장기이식은 일반적으로 기증자와 수혜자 사이의 유전자(주요 조직적합성 항원, HLA, human leucocyte antigen)의 일치 여부와 기증자의 생존 여부에 따라 이뤄진다. 흔히 말하는 장기이식은 유전적으로 동일하지 않은 사람에게 장기를 이식받는 동종이식(allogeneic transplantation)이다. 이는 생체이식과 뇌사자이식으로 나뉜다.
생체이식(living donor transplantation)은 살아있는 기증자에게 장기를 기증 받아 이식을 하는 경우를 말하고, 뇌사자이식(deceased donor transplantation)은 뇌사자에게서 장기를 기증받아 이식을 하는 것을 말한다.
자가이식(autologous transplantation)은 자신의 장기나 조직의 일부를 떼어내어 다른 부위에 이식을 하는 방법으로 자가 조혈모세포, 자가 피부이식, 자가 골이식 등이 여기에 속한다.
동계이식(syngeneic or isogeneic transplantation)은 유전적으로 동일한 사람 사이에 이뤄지는 장기이식이다. 대표적으로 일란성 쌍둥이 사이의 장기이식 등이 있다.
이종이식(xeno transplantation)은 인체가 아닌 다른 종의 장기를 이식하는 것이다.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경우 등으로 장기를 기증하는 기증자에 비해서 장기이식을 원하는 수요자가 많아 이같은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이종 간의 이식은 강한 면역반응을 해결해야 하는 걸림돌이 있다.

각 장기별로 수술방법과 사용하는 면역억제제의 종류 및 수가 다르기 때문에 각 질환별로 시술절차를 확인해야 한다. 공통적인 장기이식의 과정은 기증자가 나타나면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서 전국의 장기이식 대기자를 대상으로 이식 대상자를 선정하는 절차를 거친다.
뇌사자이식의 경우 응급정도, 대기자의 나이, 대기시간, 과거 장기기증 여부, 기증자와 혈액형 일치, 기증자와 지리적 접근도 등을 고려해 이식의 기회가 주어진다.
적합한 생체 기증자가 없는 경우 뇌사 장기기증자에게 장기를 수혜받기 위해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뇌사 장기이식 대기자로 등록한 뒤 대기해야 하는데 기간은 환자와 장기별로 차이가 있다. 간의 경우 2011년 한해에만 약4000명이 이식을 대기하고 있었지만 뇌사 장기기증자는 270명에 불과했다.

장기 기증을 희망하는 기증자는 전국의 장기이식 등록기관 중 한 곳을 선택해 자신이 직접 기증자 등록신청을 한다. 기증자가 뇌사자이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가족이 대신해 신청절차를 밟아야 한다.
장기이식 등록기관에 장기 기증자로 등록할 때에는 장기등기증자 등록 신청서가 필요하고, 뇌사자나 사망한 경우에는 장기등기증자의 가족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간이식을 예로 들면 생체이식과 뇌사자이식에 따라 절차가 다르다. 뇌사자 간이식은 기증자가 뇌사 판정을 받아야 수혜자가 선정된다. 수술 시점을 정하는데 있어 뇌사자의 여러 장기를 한꺼번에 적출할 경우에는 각 병원의 수술팀이 모일 수 있는 적절한 시간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준비 시간에 제한이 있다. 반면 생체 간이식은 기증자의 준비에 따라 수술 시점을 정하기 때문에 사전준비 시간이 비교적 충분하다.
이식 전에는 일반적으로 혈액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등 영상학적인 검사와 심초음파, 폐기능 검사 등 심폐기계 검사, 다른 암종에 대한 선별검사 등이 이뤄진다. 수술 전날에는 수술과 마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수술 동의서를 작성한 뒤 수술에 필요한 관장, 제모, 정맥주사관 삽입 등을 시행한다.
장기이식 후에 수술 부위가 안정되면 이식수술 자체의 의한 위험성보다는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관리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추적검사를 받아야 한다. 거부반응이 일어나지는 않는지, 원래 앓던 질환이 재발하지는 않는지 등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면역억제제를 복용할 때는 면역체계가 안정되기 전까지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주의가 요구된다.

국내 장기이식 대표병원은 울산대 서울아산병원이다. 1991년 장기이식센터를 열어 지난해 간이식 수술과 생체 신장이식 수술 세계 최다 건수 달성을 비롯해 신장, 심장, 췌장 등 주요 장기이식 수술 건수에서도 국내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에는 국내 최초로 신장이식 연 300례 성공의 기록을 남겼다.

서울아산병원 2011년 장기이식 수술 현황

지난해 10월에는 김대연 소아외과 교수팀이 소화장기가 총체적으로 망가진 조은서 양에게 뇌암에 걸린 6살 뇌사 어린이로부터 기증 받은 위(7·여) 간·췌장·소장과 함께 위·십이지장·대장·비장 등 소화기관 7개 장기를 이식해 극적으로 살려놨다. 이 때문에 위·십이지장·대장·비장 등을 장기이식이 가능한 장기로 허용하는 시행령이 지난 11월 27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국내에서 법적으로 이식이 허용된 장기는 13개로 늘었다. 간과 신장·심장·폐·췌장·골수·안구(眼球) 등 7가지는 1999년 장기이식법이 처음 제정된 때부터 허용됐다. 2009년에는 소장과 췌도(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세포) 등 2개가 추가됐다.

이 병원은 수술 건수뿐만 아니라 성공률 측면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장기이식 분야에서 세계 최고 의료기관으로 손꼽히는 미국 스탠포드대, 피츠버그대, UCLA대 등이 심장, 신장 등 특정 장기이식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서울아산병원처럼 단일 의료기관에서 여러 장기이식 수술을 시행해 높은 생존율을 올리는 의료기관은 드물다. 
지난해 403례의 간이식 수술을 달성한 간 이식팀은 2007년부터 연 300례 이상의 수술건수와 97%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신장이식팀은 지난해 255례의 수술 중 98%를 성공했다. 이밖에 심장이식팀은 41례, 췌장이식팀은 27례의 수술을 기록해 국내 최다 수술 건수를 달성했다.

한덕종 장기이식센터 신장이식팀 교수는 “해가 갈수록 장기이식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수준의 의료진이 수술 단계마다 역할을 분담해 수행하는 조직적인 팀워크가 최상의 치료성과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있어 생존율과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며 “이식 대기기간을 최대한 줄여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증자가 부족한 실정이라 기술에 걸맞는 장기기증 문화가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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