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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우유주사 ‘프로포폴’ 유혹에 빠지는 이유
  • 홍은기 기자
  • 등록 2012-10-30 22:59:43
  • 수정 2012-11-20 20:4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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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파민이 자아도취 유도 오남용 부추겨 … 자가투여시 저산소증 저혈압 컨트롤 못해 사망 위험 커

‘우유주사’로 알려진 ‘프로포폴’(propofol) 오남용으로 이 약을 상습 투약하던 여의사가 숨진채 발견되고, 연예인이 구속되는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처방하다 남아 환수돼야 할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빼돌려 주사하거나 마구잡이로 유통시킨 제약회사 직원들이 적발돼 오남용의 근원지가 어디인지 짐작케 한다.
보건당국은 프로포폴 등 향정신성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제조·유통·사용·처방 등 전단계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이미 정신적 의존상태에 있는 중독자를 돕기 위한 치료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프로포폴은 많은 사건·사고에 등장하며 국민들에게 부작용이 적잖은 약으로 인식됐지만 실은 정확한 용법과 용량을 준수한다면 안전하게 수면마취 하에서 여러 가지 가벼운 시술을 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하고 간편한 정맥주사 마취제라고 마취과 전문의는 평가하고 있다.
프로포폴은 2009년 6월 미국의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 이 약을 과다 투여한 게 사망 원인으로 밝혀지며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1977년 영국의 화학회사인 ICI가 화학 합성으로 개발한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은 페놀기가 붙어 있는 화합물로 물에 녹지 않아 물 대신 대두유에 약품을 녹여 주사약으로 만들었다. 대두유로 인해 탁한 흰색으로 띠어 우유주사로 불린다. 
프로포폴은 마취가 빠르고 회복되는 시간이 짧아 수면내시경 시술에 자주 사용된다. 본래 심장수술이나 뇌수술 등 전신마취를 하기 전 환자를 안정시키거나, 인공호흡 중인 환자를 진정시킬 목적으로도 쓰이다가 몇년전부터는 간단한 성형수술이나 산부인과 소파 등에도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다.
일부 수면마취제는 근육 같은 곳으로 흘러가거나 체내에 쌓일 수가 있어 마취에서 깨어나는 게 더디거나 깨어나도 개운하지 않다. 하지만 이약은 마취시 마취 유지시간이 짧고 각성이 매우 빨라 마취에서 깬 후 골치가 아프지 않고 깨끗하게 회복되는 장점이 있다. 보통 2~8분이면 깰 수 있고 신체에 쌓이지 않고 간에서 대사돼 소변으로 모두 빠져 나와 몸에 남지 않는다. 아울러 다른 마취제를 사용할 때같이 구역질을 일으키지 않아 각광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마취가 쉬우므로 일선 개원가 의사들이 애용한다. 하지만 드물게 기도가 막힐 수 있고, 저산소증·저혈압이 올 수 있어 이를 의사가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면 환자가 위험해질 수 있다. 
프로포폴은 투여한 환자가 단기적인 기억상실증상 등 부작용을 보여 ‘건망증 우유’라고 불리기도 한다. 프로포폴을 투여하면 수면신호를 주는 물질인 ‘감마아미노부틸산’(GABA) 수치가 높아져 뇌내 ‘가바 수용체’가 활성화된다. 이로 인해 음이온이 뇌세포 안으로 쭉 들어가면 흥분상태였던 뇌 세포가 잠잠해지며 잠이 들고 의식이 사라지게 된다.
이 때 기존 수면마취제에서 발생하지 않던 뇌에서 행복감을 올려주는 물질인 ‘도파민’(dopamine)이 분비되는데 이 과정이 프로포폴 중독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페타민(amphetamine)이나 헤로인(heroin) 등 환각성 마약에 중독되는 이유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프로포폴 투여시 나오는 도파민 양은 다른 향정신성 의약품인 미다졸람(midazolam) 주사를 맞았을 때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프로포폴은 몸 안에서 빨리 사라지기 때문에 분비되는 도파민 양이 많다고 해서 마약처럼 중독되기는 쉽지 않다. 마취돼 잠든 경우 도파민이 주는 ‘도취감’(euphoria)을 몸이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단순히 내시경이나 성형수술 등을 받을 것만으로는 중독될 우려가 거의 없다.
하지만 마취되지 않을 정도로 양을 줄여 상습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여받다 보면 결국 중독되고 만다. 프로포폴 중독은 마취되는 동안 묘한 환각 작용을 유발하고 마취가 깬 후에는 피로가 해소된 것 같이 개운한 느낌을 준다.
프로포폴에 중독된 사람들은 이 느낌을 잊지 못하고 조금씩 투여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양을 점차 늘려 중독되면 나중에는 끊고 싶어도 강력한 충동과 갈망을 이기지 못해 다시 사용하게 된다. 실제로 최근 유흥업소 출신의 이 모씨(여·32)는 2007년 성형수술을 받으면서 프로포폴을 처음 맞고 중독이 돼 이 약을 맞기 위해 일부러 지방흡입술 등 소규모 성형수술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프로포폴을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해 투여가 힘들어지자 이 씨는 성형외과에 손님을 가장해 원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약품 보관함에 있던 프로포폴을 훔쳐 달아나 상습 투여했다.
프로포폴을 장기 투여할 경우 호흡 곤란·혈압 저하·경련·구토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아울러 과다 투여시 무호흡증과 저혈압 쇼크를 유발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기존 수면마취제인 치오펜탈(thiopental) 역시 프로포폴처럼 무호흡증을 일으키는데 빈도는 25~35%로 비슷하지만 무호흡이 지속되는 시간은 프로포폴이 더 길고 투여기간·투여량·속도·함께 사용한 약 등에 따라 무호흡의 빈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부터 최근까지 의료시술 중 프로포폴로 인해 사망한 경우가 16건이고,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소지해 자가투여 중 사망한 경우도 20건에 이른다. 프로포폴 투여시 산소·기도 유지에 필요한 장비·응급약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투여할 경우 안전하지만 남용자나 중독자들은 프로포폴을 혼자 투여하다가 갑작스런 무호흡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남궁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평소 우울감이나 불안 등 정서적 증상이 있거나 직업상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해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프로포폴 같은 약물의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며 “평소 이런 증상을 갖고 있거나 이미 이 약물에 중독됐다면 정신의학적 치료를 통해 예방하고 하루 빨리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포폴 오남용 문제가 불거지자 보건당국은 병원이 사용한 프로포폴 처방기록을 의무적으로 보고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의약품 제조단계에서 바코드 대신 저가의 반도체칩을 부착해 칩에 내장된 의약품 정보를 읽어내는 기술인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사업을 향정신성의약품 등 마약류 의약품에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 기술은 유통 및 사용내역 보고를 자동화할 수 있어 △제약사 및 의약품도매상에서 정확한 입출고 및 재고관리 △유통단계의 이력추적 △분실·도난 관리 △병의원과 약국의 조제·투약시 오류방지 △마약류 유통·사용관리 개선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경구제만을 대상으로 시행되던 의약품처방조제지원서비스(Drug Utilization Review, DUR)도 프로포폴 등 주사제에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의·약사가 약을 처방·조제할 때 알림창을 띄워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에서 같은 성분의 약을 중복·과다처방 받을 수 없게 함으로써 오·남용을 단속하고 적정 사용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개원의사들은 이런 제도가 현실화될 경우 의약품 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고 자칫 실수할 경우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극렬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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