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5일 응급실의 전문의 진료를 원칙으로 한 ‘전문의 당직제(온콜제)’가 시행된 지 두 달여만에 의료계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10여년 만에 수술대에 올랐던 응급의료체계 개편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왔다. 온콜제는 모든 진료과목에 전문의 당직(전화대기 포함)을 의무화하는 제도이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응급의료전달체계 개편방안’ 공청회를 열어 현행 지역응급의료기관→지역응급의료센터→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 등 3단계로 환자를 상향 이송하는 제도를 응급의료센터(중증)과 응급실(경증) 등 2단계로 단순화한 뒤 당직전문의를 반드시 배치해야 하는 진료과목을 대폭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두 달 전 손봤던 응급의료법을 올해 말까지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정부는 ‘전문의 당직’이란 원칙은 지키되 당직 필수과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행 지역응급의료기관의 경우 내·외과 계열별로 두 명의 전문의, 지역·권역응급의료센터는 내과·정형외과·외과·소아과·신경과 5개 과목에만 당직전문의를 두는 방식이다.
복지부가 지난 8월5일~9월7일 응급의료기관 437개소를 대상으로 새로 도입된 온콜제를 점검한 결과, 야간에 전문의 당직 요청이 가장 많은 과목은 내과·정형외과·외과·소아과·신경과의 순서였다. 병리과·진단검사의학과·결핵과 등은 야간 콜이 거의 없었다. 복지부가 검토하는 5개 의무과목은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선정한 것이다.
인력사정이 어려운 의료기관의 형편이 고려된 것이긴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당직의 배치기준은 8월 이전보다 더 후퇴하게 된다. 8월 전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당직전문의(레지던트 3년차 이상 포함)를 배치해야 하는 과목은 지역응급의료기관은 2개, 지역응급의료센터는 5개, 권역응급의료센터터는 8개였다. 하지만 공청회안대로 이를 2분화하면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 전문의 대기 의무기준이 8개 진료과에서 5개로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응급실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큰 병원을 찾는 경증환자에게 일종의 ‘벌금’을 물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증환자가 권역응급센터를 찾을 경우 진료비를 더 높게 매기는 방식으로 ‘비응급’ 환자의 권역센터 방문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과 같이 환자 이송단계에서 경증과 중증 분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용덕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복지부의 계획은 일견 응급의료체계의 하향평준화처럼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응급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부 대책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이와 함께 야간·공휴일 외래진료를 확대하고 24시간 진료를 제공해 경증 응급환자를 진료한다는 방침이다. 응급실은 시·군·구당 최소 1개소가 지정되고 30분 이내 환자가 접근할 수 있는 곳에 배치된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소아청소년과의 야간 진료 활성화를 위해 야간 진료 병원에 인센티브 제공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