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목동병원, 불면증 걸린 드라큘라·폐경기 우울증에 빠진 마녀 등 ‘할로윈 환자차트’ 발표
매년 10월 31일은 서양의 대표적인 축제인 할로윈데이(Halloween Day)다. 사람들이 유령이나 괴물 복장을 하고 즐기는 할로윈은 죽은 영혼이 살아나며 정령이나 마녀가 출몰한다는 믿음에서 시작됐다. 할로윈에 자주 등장하는 드라큘라, 마녀, 좀비 등은 무서우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정상적이지 않은 모습의 할로윈 캐릭터들은 어딘가 아파 보이기도 한다. 이대목동병원은 할로윈데이를 맞아 할로윈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의 증상을 진단한 ‘할로윈 환자 차트’를 26일 발표했다.
수면장애·빈혈의 원인이 되는 드라큘라의 생활습관
밤에 활동하고 낮 시간에 잠을 자는 드라큘라는 전형적인 ‘올빼미족’으로 수면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낮에 잠을 자게 되면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잠이 들어도 깊이 자지 못해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또 좁은 관(棺)에서 잠을 자면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 수면장애는 학습장애, 심혈관질환, 위장질환, 뇌졸중 등을 초래할 수 있어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
잠을 깊게 자려면 평소 잠자기 전 20~30분 정도 반신욕이나 족욕을 통해 근육과 교감신경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목욕 시 약재나 아로마 제품을 이용하면 혈액 순환에 도움을 준다. 명상이나 편안한 음악을 들으면서 몸을 이완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잠들기 전 주변 습도를 45~55%로 유지하고, 온도를 18~22도로 조절하면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이 된다.
창백한 얼굴과 퀭한 눈으로 신선한 피를 찾아다니는 드라큘라의 창백한 안색은 빈혈로 인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낮에는 관에서 잠을 자고 밤이 돼서야 활동하는 그의 생활 패턴은 신체조절 능력을 저하시키고 빈혈 발생률을 높인다.
빈혈은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 농도가 감소해서 혈액의 산소운반 기능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증상이다. 적혈구는 매일 만들어지고 파괴되기를 반복하지만 그 균형이 무너지면 빈혈이 생긴다.
단순 빈혈이면 철분만 섭취해도 회복될 수 있다. 문제는 장기간 계속된 드라큘라의 불규칙한 식사와 편식이 소화능력과 영양흡수력을 떨어뜨려 빈혈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항상 이리저리 피를 찾아다니는 드라큘라에게는 식생활 개선을 통해 피보다 음식으로 철분을 섭취하는 게 필요하다. 평소 철분이 다량 함유된 소고기, 닭고기, 선지, 달걀노른자, 견과류, 시금치, 굴 등을 섭취하는 게 좋다. 철의 흡수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C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에 함유돼 있으므로 이들의 섭취량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
폐경기 우울증에 걸린 마녀
헨젤과 그레텔,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마녀는 감정 기복이 심하고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중년의 마녀는 폐경기 여성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을 보여 폐경기 우울증과 불면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여성은 40~60세에 폐경을 경험하게 되는데 나이가 들면 난소가 노화되며 여성호르몬이 감소하게 된다. 이런 변화는 비뇨기, 유방, 생식기, 피부, 심혈관계, 신경계 등에 영향을 미쳐 폐경기 여성에게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마녀의 급격한 감정 변화 또한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서 생기는 게 폐경기 우울증이다.
폐경기를 건강하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폐경기가 병이 아닌 나이가 들어가는 자연스런 과정이라는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 특히 도로시 등 젊고 예쁜 여성들에게 질투를 느끼기 보다는 자신이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고 있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균형잡힌 식생활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메가3 지방산이 다량 함유된 생선은 혈액순환, 관절염 완화 및 우울증 개선에 좋다. 치즈에는 트립토판(tryptophane)이 풍부해서 안면홍조증, 우울증, 불면증 등의 치료에 도움을 준다. 콩은 여성호르몬 수치를 정상적으로 회복시키는데 도움을 주므로 꾸준히 섭취토록 한다. 평소 이동 시 빗자루를 이용해 운동량이 적은 마녀는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는 등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검은 피부의 좀비, 간염 의심해야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하는 좀비는 어두운 안색을 하고 있다. 얼굴색이 검은 것은 간이 제 기능을 못할 경우 나타날 수 있다. 간염이 있으면 황달 증상이 나타나는데 간염이 악화되면 안색이 검게 변하기 때문이다. 검은 얼굴의 좀비가 간염 증상이 있을 거라고 의심되는 이유다.
좀비를 만드는 데는 ‘좀비 파우더’라는 것이 사용되는데 이것의 주성분은 복어의 독 성분인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다. 간염에는 알코올성 간염, 독성 간염, 바이러스성 간염, 자가 면역성 간염이 있는데 좀비의 간염은 이중 독성 간염에 해당된다. 독성 간염은 약제나 천연물에 의한 간 손상이 원인이며 복용량 과다 혹은 특이반응 약제로 인해 발생한다.
간은 혈액을 걸러 노폐물을 배출한다. 간에서 해독할 양이 많으면 간 손상이 일어난다. 일단 간염에 걸리면 간이 부으면서 기능이 저하되고 깨끗하지 않은 혈액이 몸 전체를 순환한다. 간염의 주된 증상으로는 식욕부진, 메스꺼움, 구토, 발열, 복부팽만감 등이 있다. 이런 증상 때문에 식사가 어려워 체중감소가 나타나는데 힘들게 걷는 좀비의 움직임도 이러한 증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간은 심각한 상태에 이르기 전까지는 별다른 자각증상이 없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평소의 건강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간이 쉽게 피로해지므로 평소 기름기가 적고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을 섭취토록 한다. 특히 카레가루와 시금치, 미나리와 같은 녹색 채소는 항바이러스 작용을 활성화시켜 바이러스성 간염치료에 효과적이므로 꾸준히 먹으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 과도한 음주는 간세포를 파괴시켜 알코올성 지방간과 알코올성 간염, 알코올성 간경변증까지 불러올 수 있으므로 절제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간에 축적된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해 지방간을 치료하고 피로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좀비는 평소처럼 느리게 걷기보다는 땀이 조금 생길 정도로 빠르게 걷는 게 좋다. 간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도 중요하므로 먹이를 찾는데 집착하기보다는 마음에 여유를 갖고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이향운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사진 왼쪽)는 “할로윈을 맞아 캐릭터들을 통해 의학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할로윈 환자 차트’를 기획하게 됐”며 “할로윈 캐릭터들의 증상과 비교해 자신의 건강을 확인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