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시장에 쏟아지기 시작한 카페인 음료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수험생들과 젊은 층 사이에서는 ‘붕붕주스’, ‘붕붕드링크’란 이름으로 카페인음료와 이온음료를 섞어 마시는 방법이 퍼지고 있다. 카페인이 다량 들어있는 에너지음료는 수면장애, 심리적 불안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고 다량의 구연산과 당분으로 인해 치아를 약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성도 갖고 있다. 더욱이 구연산은 치아의 맨 바깥층(법랑질, 에나멜질)을 벗겨내 치아에 시림증과 충치를 유발한다.
‘붕붕주스’ 지나치게 먹으면 사망할 수도
붕붕주스는 동아오츠카의 ‘포카리스웨트’, 동아제약의 ‘박카스’, 경남제약의 ‘레모나’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만든다. 붕붕주스를 먹게 되면 한꺼번에 다량의 카페인을 섭취해 일시적인 각성 효과가 있지만 교감신경 흥분으로 인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숨이 가빠지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일부 청소년들은 ‘붕붕주스’ 제조법을 단계별로 구분하고 일종의 환각제나 잠을 깨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붕붕주스의 카페인 함유량은 약 80㎎정도이며 여기에 에너지드링크(한 캔에 50~80㎎) 등을 추가로 마시면 하루에 먹는 카페인 섭취량은 급증한다. 카페인 1일 권장량은 성인은 400㎎, 임산부300㎎ 이다. 몸무게가 50㎏인 청소년의 일일 카페인 섭취 권장량은 몸무게 1㎏당 2.5㎎기준(어린이와 청소년기준)으로 125㎎인 점을 고려하면 하루 두 세잔만 마셔도 쉽게 카페인 허용기준치를 초과한다. 전문가들은 한꺼번에 많은 카페인이 체내에 흡수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과다섭취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잠 쫓는 에너지음료, 치아 물러지게 해 충치 유발
에너지음료는 산도가 지나치게 높아 치아를 부식시키고 충치를 유발할 위험이 매우 높다. 2012년 5월 미국 서던일리노이대학교 치대 연구진이 ‘일반 치과학(General Dentistry)’에 발표한 연구에서 에너지음료에 들어 있는 산성 성분이 치아를 심하게 부식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스포츠음료(이온음료) 13종류, 에너지음료 9종류를 수집해 각 음료가 치아의 맨 바깥층인 법랑질을 부식시키는 정도를 관찰했다. 그 결과 에너지음료가 스포츠음료보다 치아를 더 부식시켰으며 자주 노출될수록 부식 정도가 더 컸다.
수소이온농도지수(pH)는 7이 중성, 이보다 수치가 낮을수록 산성도가 강해지고 7보다 높아질수록 알칼리성이 강하다. 음료 중에서 산도가 높은 종류는 탄산음료와 스포츠음료다. 제품별로는 콜라 2.6, 게토레이 2.9 정도다. 에너지음료의 산도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탄산이 들어있고 스포츠음료보다 산도가 높은 점을 감안하면 에너지음료 역시 산도가 매우 강할 것으로 짐작된다.
에너지음료, 빨대로 마셔야 충치 예방
에너지음료에서 산도를 높이는 성분은 구연산(citric acid)이다. 구연산 함량이 많을수록 마셨을 때 청량감을 더 느끼게 되므로 에너지 음료를 비롯한 많은 식음료에 구연산이 들어간다. 치아의 맨 바깥층을 싸고 있는 법랑질은 신체 중 가장 단단한 부위인데다 신경도 없어 웬만한 자극이나 충격에 의해서 벗겨지지 않고 민감하지도 않다. 이렇게 단단한 법랑질은 유독 산성에는 취약하다. 입 속 산도가 pH 5.5 이하로 산성도가 높아지면 법랑질이 녹는 화학적 손상이 일어난다. 법랑질이 벗겨진 치아에서는 시린 증상이 생기고 충치도 생기기 쉽다.
에너지음료 속 구연산은 치아를 약화시키므로 가급적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치아건강을 위해서는 에너지음료 보다는 우유나 녹차처럼 산도가 낮은 음료를 마시는 것이 낫다. 에너지음료는 그냥 마시는 것 보다는 빨대를 이용해 치아에 음료가 직접 닿는 것을 막도록 한다. 에너지음료를 마신 직후는 치아가 약해진 상태로, 곧바로 양치질을 하면 법랑질이 더 벗겨질 수 있다. 에너지음료를 마신 후에는 물로 입 안을 헹구고 30분 정도 후에 양치질을 하는 게 좋다.
변욱 목동중앙치과병원 병원장은 “치아는 침으로 코팅돼 있어 산성 음료가 치아에 직접 닿는 시간이 짧고 침과 음료가 섞여 산성도가 약해지지만 장기간 꾸준히 노출되면 치아가 부식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