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로 접어들면서 건조한 환경 때문에 습진이 악화되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날씨가 조금씩 추워지는 이맘때쯤 생기는 습진은 남에게 손을 보이는 것이 꺼려지고 손을 쓰는 일도 조심스럽다. 날씨가 추워지면 피부건조증도 조심해야한다. 습도가 낮은 가을에 날씨가 춥다고 실내난방까지 가동하면 실내공기가 더욱 건조해진다. 피부수분이 빠져나가 피부는 더욱 건조한 상태가 되고 피부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심할 경우 건성습진이나 아토피 피부염으로까지 번지게 된다. 특히 바람이 차고 건조한 가을부터 겨울까지 피부건조증 및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 심해지므로 환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물·세제에 장시간 닿은 손, 주부습진으로 발전
‘주부습진’은 주로 빨래, 설거지 등 가사일로 인해 손이 물과 합성 세제에 자주 닿는 주부의 손에서 많이 발생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습진은 아토피성 피부염 병력이 있는 민감한 사람에게 잘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마늘·양파·고추 등 자극성 채소나 간장·소금·고춧가루 등의 향신료를 손으로 직접 만지고, 물이나 세제가 피부에 장시간 닿아 있으면 각질층이 손상받고 피부의 방어기전이 무너져 피부염을 일으키게 된다.
주부습진에 걸리면 다른 습진과 달리 별로 가렵지 않으나, 손가락 끝의 피부가 얇아지고 홍반이 생기며 마른 각질이 일어난다. 더 진행되면 피부가 갈라지고 피가 나오기도 하는데 손가락 중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오른손의 첫째, 둘째, 셋째 손가락의 끝 부분에 많이 발생한다. 더 심해지면 손목, 손등으로도 번지는데 비누세제가 손에 닿는 일을 하거나, 고무장갑을 착용하거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가중되면 악화될 수도 있다.
완치 쉽지 않아 발병 초기부터 치료필요
주부습진은 재발이 잘되고 완치하기가 쉽지 않은 질환으로 꼽힌다. 원인이 되는 행동들이 일상생활이기 때문에 끈기 있고 꼼꼼하게 치료를 해야 한다. 초기에는 항소염제가 섞인 국소 스테로이드크림이나 연고제를 바르면 증상이 호전된다. 심한 경우에는 내복약을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아서 증상을 빨리 가라앉혀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피부가 물이나 세제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고무제품, 향료, 금속 등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확인해 평소 조심해야 한다. 마늘이나 양파 등의 자극성 물질과 오렌지나 키위 등의 과일은 직접 손에 닿지 않도록 하고, 습진이 있을 때에는 생선이나 날고기 등을 직접 만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구대원 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발병 초기부터 치료하여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며 “너무 뜨거운 물을 쓰지 말고 손을 씻고 난 뒤에는 반드시 물기를 제거한 후 피부보호제를 발라주면 좋다”고 조언했다.
주부습진 예방법
손은 미지근한 물로 씻고, 마른 수건으로 물기 완전 제거
습진은 손을 지나치게 자주 씻는 습관이 있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주부습진이 물과의 접촉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큼 손을 씻을 때에는 너무 자주 씻거나 오랜 시간 동안 씻지 않는 것이 좋으며, 씻은 후에는 곧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해주는 것이 좋다.
손을 씻을 때에는 가능한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는 것이 자극을 줄이는 방법이다. 뜨거운 물을 사용할 경우 피부의 피지막을 쉽게 벗겨 내게 되어 세균 감염이 되기 쉽고 가려워지며 거칠어지기 때문이다. 비누의 경우 순한 성분의 비누나 지방 성분이 많이 포함된 것을 소량만 사용하고, 비눗기가 남아 있지 않도록 잘 헹구어준다. 하지만 습진이 생겼을 경우에는 비누로 손을 씻지 말고 흐르는 물에 닦아주기만 하는 것이 좋다.
고무장갑 속에는 꼭 면장갑을 착용
고무장갑은 외부물질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착용한다. 그러나 고무장갑을 끼면 피부로부터 밖으로 수분이 증발되는 것도 막아 오래 착용하면 손을 물에 담그고 있는 것과 유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고무장갑 밑에 마른 면장갑을 착용해 습기의 흡수를 도와줘야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수분이 차오르는 느낌을 받을 경우 잠시 벗어두거나 통풍을 시켜주는 게 좋다.
손톱모양이 변했다고 주부습진으로 볼 수 없어
주부습진으로 인해 손톱 주위에 병변이 심해지면 손톱이 정상과 다르게 자라고 세균이나 진균(곰팡이)의 침범이 쉬워질 수 있으나 모양이 이상하다고 균에 감염된 것은 아니다. 습진으로 인해 손톱 자라게 하는 곳이 일시적으로 손상을 받아 모양이 변한 경우가 훨씬 많으므로 정확한 진단없이 불필요하게 투약하지 않도록 한다.
약만으로 치료 어렵지만 꾸준한 관리로 치료 가능
주부습진의 주된 원인이 물과 세제와의 접촉이고 이런 것들을 사용하지 않고 살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질환의 치료는 약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자신이 물과 세제에 직접 닿는 횟수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 없이는 완쾌란 불가능하다. 조심한다 해도 병변이 발생되면 외용제의 도움을 받는 게 전신적인 부작용 없이 현명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 이상의 치료는 전문의와 상담해 시행해야 한다.
피부가 건조해 가렵고 따갑다면 피부건조증 의심
날씨가 춥고 건조해지면 피부당김현상과 각질, 따가움, 가려움증 등의 피부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건성 피부의 경우 가을, 겨울철의 건조한 공기와 싸늘한 바람으로 인해 각질층의 수분을 빼앗기고 미세한 껍질이 일어나는 피부가려움증을 초래하기 쉽다.
피부 제일 바깥쪽인 각질층은 건강한 피부에서는 충분한 수분을 머금고 있어 부드럽고 촉촉한 피부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각질층의 수분이 소실되면 피부건조증과 이에 의한 피부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 피부건조증은 습도가 50% 이하로 떨어지면 나타난다. 각질층은 수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주위의 습도가 낮으면 수분 증발을 부추겨 건조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피부의 수분 복원력이 떨어지는 50대 이후 장년, 노년층의 약 20%는 피부건조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피부건조증이 주로 나타나는 부위는 허벅지와 복부, 팔, 다리 등 피지분비가 적은 부위다. 피부에 하얀 각질이 일고 밤에 더욱 심해지는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너무 긁어 세균 감염으로 곪아 덧나기도 한다. 또 이를 방치하면 주름이 생기는 등 피부노화가 정상보다 훨씬 빨리 나타난다.
강진수 강한피부과 원장은 “흰 비늘처럼 생긴 각질이 처음에는 허벅지, 종아리, 팔 등에 나타나기 시작해 점차 마찰이 심한 골반이나 옆구리, 허리 주위 등 온몸으로 퍼지는데 저녁 이후 체온이 상승하면서 전신에 심한 가려움증이 생긴다면 피부건조증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부건조증을 예방하려면 적당한 수분 유지가 최선이다. 18∼20도 안팎의 실내온도와, 50∼60%의 습도를 유지해주는 게 좋다. 잦은 목욕이나 사우나는 피해야 한다. 특히 때수건으로 피부를 문지르는 짓은 삼가야 한다. 비누를 많이 사용하는 것도 좋지 않다. 비누가 피부에 있는 지방을 과도하게 제거해 지나치게 건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세정력이 강한 비누는 사용을 자제하고, 유아용 비누나 보습기능이 있는 비누를 선택한다. 샤워 후에는 로션이나 보디오일 등 보습제를 전신에 발라 피부의 습기를 유지토록 한다. 수시로 로션을 덧발라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한다. 또 노년층은 하루에 8잔 정도의 물을 마셔 체내 곳곳에 충분한 수분이 공급되도록 하면 도움이 된다.
벅벅 긁다 잠 설치기 쉬운 아토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아토피성 피부염의 진료 인원은 100만9000여 명에 이른다. 매우 흔한 피부병이 돼 버린 아토피 피부염은 어린이의 약 10~15%가 앓고 있으며, 75%의 환자가 1세 이전에 발생한다. 이처럼 아토피 피부염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유전적 요인 외에도 환경적 요인이 많이 작용하며 예방과 치료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강진수 원장은 “유아부터 어린이,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아토피 환자들의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다”며 “유병 기간이 길수록 수면장애, 학습장애를 겪을 수 있고 우울감과 무력감을 커져 삶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토피 피부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바로 가려움증이다. 참을 수 없이 가렵기 때문에 밤낮이고 긁다보면 피부에 상처가 나고 진물이 나게 된다. 이것이 반복되면 2차 염증으로 이어지고 피부가 두꺼워지는 태선화가 나타난다. 가려운 곳은 주로 팔다리가 접히는 부분, 사타구니, 생식기, 엉덩이, 손, 발 등 온 몸이 될 수 있으며 개인에 따라 악화되는 부위가 제각각이다. 유아기에서 청소년기, 성인기로 갈수록 증상이 몸에서 얼굴 쪽으로 옮겨가는 경향이 있다.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가려움에 시달리다 보면 피부를 긁게 되고 이를 통해 상처가 나면서 염증이 심해지게 되는데 이때 1차적인 증상을 호전시키기 위해서는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하는 게 치료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이 알려지면서 무조건 사용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오남용의 부작용을 확대 해석한 결과다. 현재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의료진의 목표는 ‘부작용을 최소화한 사용량으로 최대의 효과’를 보는 것이다.
피부용으로 병변 부위에만 바르게 되는 국소 스테로이드 제제는 현재 1~5단계로 나뉘며, 증상의 정도와 환자의 연령에 따라 사용단계와 사용 기간이 달라진다. 소아의 경우는 대부분 가장 약한 5단계 정도로 사용되고 있다. 하루에 1~2회, 사용기간은 길게는 2~3주이며, 성인도 다량으로 사용할 경우 한번에 최대 4주를 넘지 않도록 처방한다. 그 후에는 농도와 재질을 바꿔 완화된 약제를 사용하면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
연고를 바를 때에는 반드시 의사가 지시한 대로 따른다. 여드름, 뾰루지, 약한 아토피성 피부염 증상을 스스로 진단해 약국에서 그냥 연고를 사다 바르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이런 경우야말로 오남용에 의한 스테로이드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 또 아토피성 피부염이 좋아졌다가 재발하는 과정에서 피부과를 옮기게 될 경우, 반드시 이전 병원에서 어떤 처방으로 스테로이드를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알려 장기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우를 피하도록 한다.
최근에는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중증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들을 위해 스테로이드가 아닌 ‘피부면역조절제’를 사용해 부작용을 최소화 하고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의해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