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약류 의약품 사용내역 보고 의무화 … 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 도입
우유주사로 알려진 ‘프로포폴’(propofol)의 과다 투여로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속출하고 불법 사용 및 중독자도 늘어남에 따라 보건당국이 강력한 관리·감독 대책을 내놨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12일 마약류 의약품을 공급받은 의료기관에 대해 △언제 △어떤 증상의 환자에게 △얼마만큼의 약을 △왜 처방했는지 등의 보고를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프로포폴·미다졸람(midazolam)·모르핀(morphine) 등 마약류 의약품은 의료기관에서만 환자를 치료할 목적으로 허가된 약물이다. 환각과 중독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마약성분이 함유된 향정신성 의약품이지만 비급여이기 때문에 처방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에 식약청은 마약류 의약품에도 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Drug Utilization Review, DUR)을 도입할 예정이다. 의·약사가 약을 처방·조제할 때 알림창을 띄워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에서 같은 성분의 약을 중복·과다처방 받을 수 없게 돼 오·남용을 단속하고 적정사용을 유도하는 DUR을 마약에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에 공급되는 마약류 의약품의 사용량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고되는 급여 처방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대부분의 마약류 의약품이 비급여라는 명목으로 자유롭게 사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수면장애·불면·성형수술·내시경 등에 사용되는 마약류 의약품을 2~3일 간격으로 과도하게 투약받아 중독되는 사례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한 환자가 94개 병원에서 수면유도제 ‘졸피뎀’을 처방받았고, 다른 한 환자는 경남 A내과의원에서 수면장애를 이유로 프로포폴을 4개월간 59회나 투여받기도 했다. 아울러 마약류 의약품이 의료기관 내에서 도난·분실되는 사고도 지난해 850건, 올해 상반기에만 547건이 보고됐다. 이로 인한 의료인 마약류 사범은 연간 100여명에 이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마약류 의약품에 중독된 환자를 치료해야 할 의사가 오히려 중독을 방치하거나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며 “마약류 의약품은 불법사용에 따른 부작용이 커 처방권을 가진 의사라도 일정한 제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차원에서 중독을 일으키는 기회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거나 접근해도 이를 거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향전신성의약품에 있어서는 비급여라도 처방사실을 보고하거나 DUR시스템에서 금지약물일 경우 투약일수와 관계없이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식약청과 심평원을 연계해 마약류 의약품의 잘못된 사용을 모니터링하고 의료인이 스스로 윤리의식을 높여 정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며 “국민에게도 이런 약물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고 이미 중독된 환자에 대해서도 재활치료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