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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형이라던 ‘에이즈’, 다양한 치료제로 만성질환 관리 가능해져
  • 홍은기 기자
  • 등록 2012-09-18 20:17:05
  • 수정 2020-04-21 01: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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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많은 연구 통해 HIV 증식 메커니즘 규명 … 에이즈 백신 개발 가능성 높아져
전세계적으로 신규감염 및 사망률 줄어 …동유럽 중앙아는 오히려 확산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에이즈(UNAIDS 유엔 에이즈 전담 구호기구), 유엔아동기금(UNICEF) 등이 지난해 11월 3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말 현재 전세계에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감염증에 걸린 채 살아가는 사람은 약 3400만명으로, 2001년에 비해 17% 증가했다.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는 2005년에 220만명으로 정점에 도달했다가 2010년에는 180만명으로 줄었다. 이는 항바이러스제 투입으로 HIV 감염자의 생존율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군에서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받은 감염자는 2003년에는 40만명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660만 명에 달했다. 2010년 HIV 신규 감염자는 어린이 39만명을 포함해 270만명이었다. 이는 2001년에 비해 15%, 신규 감염이 정점에 달했던 1997년에 비하면 21%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에이즈 사망 및 신규 감염이 감소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동유럽과 중앙아시아는 확산 추세에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2010년 이 지역에서 HIV에 감염된 채 살아가는 사람은 150만명으로, 2001년 이후 250% 증가했다. 또 같은 기간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는 무려 1100%나 늘었다. 

보고서는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지역 HIV 감염자의 약 90%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매춘과 마약 사용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지역의 경우 2010년말 기준 약 2290만 명이 HIV 감염자로 추산돼 전세계 감염자의 68%를 차지했다. 

에이즈는 인체의 체액 내에서 존재하는 혈액과 체액을 통해 주로 전파된다.일반적으로 혈액, 정액, 질분비물, 모유 등에 HIV의 농축도가 높아 이를 통해 감염될 확률이 높다. 같은 체액이지만 소변, 타액, 눈물 등은 농축도가 낮아 감염 확률이 매우 적다. 

HIV 전파경로는 통상적으로 △오염된 주삿바늘 공동 사용 △감염된 혈액 수혈 △성관계를 통한 체액의 직접 전달 △수직감염 △의료기관 종사자 등이다. 

에이즈는 다른 성병을 가진 사람에서 더 잘 걸린다. 성병으로 성기에 통증이 있거나 상처가 생기고 물집이 잡히면 에이즈 유발 바이러스인 HIV가 침투하기 쉬워진다. 상처나 물집이 없더라도 성병으로 인해 성기 주위에 면역체계가 무너지면서 에이즈에 감염될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HIV에 감염되면 인체의 면역세포들이 파괴돼 면역력이 떨어지고 각종 감염성 질환과 종양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에이즈는 HIV가 혈액과 체액을 통해 전파돼 감염되는 최종 단계의 질환으로 에이즈로 이행되기 이전의 감염자는 겉보기에 정상인과 거의 동일하게 건강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외모만을 보고 HIV 감염여부를 알 수 없다. 따라서 에이즈는 감염 여부도 모르는 채 전염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성접촉 통한 에이즈 감염이 가장 큰 비중 … 오염된 수혈시 감염확률 90% 넘어 

성접촉으로 인한 에이즈 감염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성간의 성관계를 통해 가장 활발하게 전파되지만 유럽·미국 등지에서는 동성애(Homosex)에 의한 경우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HIV는 남성에서 여자로 전파되는 게 여자에서 남자로 전파되는 것보다 8배가량 많다. 이는 남성 성기와 요도가 감염된 질의 점액에 노출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이다. 

감염된 혈액의 수혈 또는 혈액 제제를 사용할 경우 감염 확률은 90~100%이다. 외국 사례에 따르면 수천명의 혈우병 환자들이 오염된 냉동 혈장 수혈로 감염돼 에이즈로 발병했다. HIV에 오염된 혈액임을 알고도 수혈을 묵인해 발병하기도 했었다. 현재는 혈청검사를 통해 HIV항체를 찾아내는 선별작업을 미리 실시해 위험을 제거하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 등지에서는 마약류 등의 복용을 위해 주사기를 공동 사용하다 감염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모체에서 아기에게 전파되는 수직감염이나 의료기관 및 AIDS바이러스 연구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감염도 상당하다. 

에이즈 치료제, HIV 증식 원인효소 억제 … 자체면역체계 통한 건강 회복 

현재까지 HIV 감염을 완벽하게 치료하는 방법은 개발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하면 바이러스는 고유의 감염경로를 통해 인체에 퍼지고, 인체는 침입한 바이러스를 자체 면역체계를 통해 억누르면서 건강을 회복하게 된다. 

하지만 HIV의 경우 자체 면역체계가 제 기능을 펼치지 못하는데 이는 HIV가 인체의 각 기관을 구성하는 세포나 면역세포 안에 숨어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에이즈 환자의 몸 속 HIV의 수를 줄여 활동을 억제해 면역기능을 회복시키고 기회감염을 줄이는 치료제를 복용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항HIV 약제로는 1987년 글락소웰컴(현 글라소스미스클라인, GSK)이 출시한 리트로비어(성분 지도부딘, Zidovudine)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첫 공인을 받았고 이후 약20여종이 FDA로부터 승인돼 에이즈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HIV는 역전사효소(Reverse Transcriptase, RT)나 단백분해효소(Protease)를 통해 증식하는데 항HIV 약제는 이들 효소반응을 물리적으로 방해해 HIV의 증식을 막는다. 

‘역전사효소억제제’로는 GSK의 ‘리트로비어’(성분 지도부딘), BMS제약의 ‘바이덱스’(성분 디다노신didanosine), 로슈의 ‘히비드’(성분 잘시타빈 zalcitabine), GSK의 ‘3TC’(성분 라미부딘 lamivudine), BMS제약의 ‘제리트’(성분 스타부딘 stavudine), 베링거인겔하임의 ‘바이라문’(성분 네비라핀 nevirapine), GSK의 ‘지아겐’(성분 아바카비어 abacavir),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엠트리바’(성분 엠트리시타빈 emtricitabine), ‘바이리드’(성분 테노포비어 tenofovir), 엠트리시타빈과 테노포비어의 복합제인 ‘트루바다’ 등이 있다. 이들 약제는 HIV가 역전사효소를 이용해 백혈구 속에서 증식하는 과정을 억제해 HIV 복제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단백질분해효소억제제’로는 얀센의 ‘프레지스타’(성분 다루나비어 darunavir), BMS ‘레야타즈’(성분 아타나자비어 atazanavir), 머크의 ‘이센트레스’(성분 랄테그라빌 raltegravir), 로슈의 ‘인비라제’(성분 사키나비르 saquinavir), MSD의 ‘크릭시반’(성분 인디나빌 indinavir), 로피나비어(lopinavir), 애보트의 ‘노르비어’(성분 리토나비어 ritonavir), 한국화이자 ‘비라셉트’(성분 넬피나비어 nelfinavir), GSK의 ‘렉시바’(성분 포삼프레나비어 fosamprenavir) 등으로 HIV가 복제된 후 세포 밖으로 방출되는 과정을 차단한다. 

이들 치료제는 단독으로 사용할 경우 별 효과가 없지만 지도부딘과 라미부딘 등 두 종의 역전사효소 억제제와 하나의 단백질분해효소 억제제를 병행 처방할 경우 HIV의 수를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 이를 ‘칵테일요법’이라 한다.

이 같이 세 가지 약물을 복용하고 2주 정도 지나면 체내에서 바이러스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8주 후엔 검사로 파악할 수 있는 바이러스 숫자 이하 수준으로 감소하게 된다. 칵테일요법으로 몸 안의 바이러스가 전부 제거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바이러스 증식이 억제돼 면역기능이 회복되고 기회감염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HIV가 감소됐더라도 약을 중단한 경우 다시 나타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투약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애보트가 개발한 ‘칼레트라’는 로피나비어와 리토나비어가 4 대 1로 복합된 단백질분해효소로 역전사효소억제제와 병용해 HIV의 감염을 치료한다. 이 약은 하루 10㎎으로 투여량이 제한돼 있고 콜레스테롤 강하제제인 ‘스타틴’(Statin) 계열 약물과 병용 투여 시 신부전을 야기할 수 있는 근육손상의 위험이 있어 FDA는 HIV 단백분해효소억제제와 ‘로바스타틴’ 단일제와의 병용 투여를 금했다. 

GSK가 개발한 ‘렉시바’(성분 포삼프레나비어)는 단백질분해효소 억제제로 12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 기존 치료제보다 복용량 등 엄수 사항이 덜 까다롭고, 약물 복용 시 동반 섭취가 불가능한 음식도 전혀 없었으며, 효능이나 안전성도 더 높았다.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그룹인 로슈(Roche)가 투자하고 트라이메리스(Trimeris)가 개발한 신개념 에이즈 치료제 ‘퓨전’(Fuzeon)은 36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펩타이드(peptide) 물질의 주사제이다. 기존 치료제와 달리 에이즈 바이러스의 침투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있는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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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어드사이언스와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이 공등으로 개발한 ‘아트리플라’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에이즈치료제다. 2006년 미 FDA로부터 승인을 받은 이 약은 테노포비어, 엠트리시타빈(Emtricitabine), 에파비렌즈(Efavirenz) 세 가지 성분을 하나로 결합해 환자들이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도록 칵테일요법을 통해 제조됐다. 아트리플라의 개발로 환자들은 세 가지 약을 각각 구입할 때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약을 구입하고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게 됐다.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개발한 ‘트루바다’(성분 테노포비어디소프록실푸마레이트 Tenofovir Disoproxil Fumarate)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판매실적이 높은 항HIV제이다. 이 약은 지난 7월 미 FDA로부터 에이즈 감염을 예방하는 최초의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2010년 HIV 감염 위험이 높은 동성애 남성 2499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임상시험에서 트루바다를 매일 복용한 그룹의 HIV 감염 감소율이 73%로 나타났고, 매일 복용하지 않은 그룹도 44%의 HIV 감염 감소 효과가 있었다. HIV에 감염자와 성생활을 하는 등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의 감염을 막는다. HIV 음성판정을 받은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고, 복용자는 최소 3개월마다 음성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BMS가 개발한 에이즈치료제 ‘레야타즈’는 지난해 전세계 에이즈치료제 시장에서 세 번째로 많이 판매된 약으로 역전사효소억제제와 병용요법으로 상용하는 약이다. HIV감염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으면서 바이러스 억제에 실패한 환자에는 권장되지 않는다. 

레야타즈 다음으로 많이 판매된 머크가 개발한 ‘이센트레스정’ 역시 역전사효소억제제와 같이 복용해야 하고 생명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치명적인 피부반응이 나타날 수 있어 랄테그라빌에 부작용이 있는 환자는 복용하면 안 된다.  

얀센의 에이즈치료제 ‘프레지스타’는 단백질분해효소의 생성을 막고 에이즈로의 진행을 막는데 효과가 있다. 프레지스타의 임상연구 결과 환자의 45%가 바이러스 완전억제했고, 기존의 다른 프로테아제 저해제를 투여받은 환자군은 10%만이 이 수치에 도달했다. 

‘에프지콤’은 GSK와 화이자의 에이즈치료제 특화 합작사인 ViiV헬스케어가 개발한 라미부딘과 아바카비어(Abacavir)를 결합한 치료제로 프레지스타에 이어 지난해 여섯 번째로 많이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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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삼진제약은 지난 2월 항에이즈 신물질인 ‘피리미딘디온’(Pyrimidinedione)계열 화합물을 활용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삼진제약은 에이즈치료 신약후보물질을 전략적 제휴사인 미국 임퀘스트에 기술이전했고, 이 회사는 신물질과 미국 길리어드가 상품화한 에이즈 및 간염치료제인 ‘비리어드’(성분 테노포비어 Tenofovir)를 결합한 복합제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여기엔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지원금 1429만달러(약160억원)가 5년간 투입될 예정이다. 

삼진제약이 개발한 피리미딘디온 계열 항에이즈 화합물은 서브 나노 몰 수준(10억분의 1 ㏖ 이하)의 저농도 물질로 독성없이 에이즈 바이러스 사멸하는 효과가 뛰어나고, 독창적인 이중 약물작용 기전을 갖고 있으며, 바이러스가 여러가지 에이즈약에 내성을 가진 다제내성에도 치료효과를 보여 혁신적 항HIV 화합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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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치료제, 아직 완치는 불가 … 예방하고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 게 최선책 

지금까지 출시된 치료제들은 에이즈의 완벽한 치료는 돕지 못한다. 모든 환자의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효과를 나타내는 것도 아니다. 환자에 따라 심각한 부작용을 호소하거나 도중에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많다. 약물투여로 HIV가 대부분 소멸될 수 있지만 휴지(休止)세포에 잠복하고 있던 HIV가 되살아날 수도 있다. 되살아나지 않더라도 잠복성 HIV가 인체 속에 오랜 시간 숨어 있다가 변이를 계속하면서 언젠가 유전자도 변할 우려가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지금까지 수많은 연구를 통해 HIV가 인체 내에서 어떻게 증식하는지 작용에 대한 메커니즘이 규명돼 에이즈 백신 개발의 가능성이 높아졌고, 환자의 치료 의지에 따라 에이즈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에이즈를 예방하기 위해 모든 헌혈된 혈액에 대해 HIV에 대한 항체를 검사해야 한다. 근래에 국내에서 증가하고 있는 장기이식, 인공수정 등 장기나 조직을 주고받는 경우에도 HIV에 대한 검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HIV의 전파에 가장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는 성관계에 의한 전파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신원과 성병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불특정의 사람과 성관계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부부 사이로 인정된 관계에서만 성관계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부부 이외의 성관계 시에는 콘돔을 사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100%의 완벽한 예방효과는 기대할 수는 없다. 

주사기를 통한 전파를 방지하기 위해 마약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기에 교육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고, 주사기를 공용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교육 등이 필요하다. HIV에 감염된 가임 여성은 예방적 화학요법을 실시해 신생아에게 3분의 1 수준으로 전파를 줄일 수 있지만 완전하지 못하다. 아울러 수유를 통해서도 감염되기 쉽기 때문에 산모는 아기에게 수유를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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