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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만성 ‘소금중독증’…한국인 위암은 여전히 소금이 주범
  • 탁창훈 기자
  • 등록 2012-07-16 21:08:24
  • 수정 2016-02-10 13: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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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혈압·뇌심혈관질환·위암·당뇨병·신장병·골다공증 등 만성질환의 방아쇠 ‘소금’

과량의 소금 섭취가 여전히 한국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적으로 암약하고 있다. 짜게 먹으면 몸에 좋을 리 없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간과하고 망각하고 소금 줄이기에 동참하지 않는다. 소금이 인체에 미치는 해악을 다시 한 번 집중 조명해본다.

소금은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물질이지만 과량 섭취시 다양한 질병을 일으킨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나트륨을 적정량 이상 섭취하면 잘 생기는 4대 질환으로 고혈압,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당뇨병 등을 꼽고 있다.
소금은 천일염, 정제염의 구분에 따라 염화나트륨(NaCl)을 80~99% 함유하고 있다.  나트륨은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물질로 인간의 혈액에는 약0.9% 농도로 녹아 있다. 소금은 세포막 사이의 전위차(막전위)를 유지해 물질수송에 관여하고 체액의 삼투압을 유지한다. 삼투압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세포가 제 형태를 유지할 수 있고 필요한 물질은 유지하고 해롭거나 불필요한 물질은 배출되는 생리현상을 유지할 수 있다.
체내에서 중탄산염(탄산수소나트륨 NaHCO₃)이 되어 혈액을 약알칼리성으로 유지시킨다. 인산과 결합해 산·알칼리 평형을 조절하며 근육의 수축작용과 신경세포의 신호전달에 관여한다. 심장기능의 작동, 영양소 흡수에 작용하며, 위액의 구성성분인 염산을 만든다. 소장에서 영양분이 흡수될 때 삼투압을 일으키는 중요한 역할도 한다.
과량의 소금은 고혈압을 일으킨다. 소금을 많이 섭취해 혈중 나트륨 농도가 올라가면 이를 묽게 하려고 더 많은 수분이 혈액으로 들어간다. 이로써 혈액량이 증가하고 혈관이 더 많은 압력을 받아 혈압이 상승한다.
혈압이 올라가면 뇌심혈관의 내벽의 압력이 상승한다. 이렇게 되면 상시적인 물리적 압력에 의해 뇌심혈관이 딱딱해지고 탄성을 잃어간다. 신축성이 떨어지면 혈관 내벽에 상처가 나기 쉽고 혈전이나 면역세포 등의 찌꺼기가 쌓이면 동맥경화가 심해지고 바스러지기 쉬운 상태가 돼 위험하다.
고혈압은 뇌졸중 원인의 60∼70%를 차지한다. 고혈압이 있는 환자 중 뇌졸중 발생률은 정상인의 5배 정도에 해당한다. 다만 나이를 먹을수록 고혈압이 뇌졸중을 초래하는 영향력은 줄어든다. 고령일수록 혈압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을 띠기 때문에 젊었을 때에 비해 고혈압 단독으로 뇌졸중을 일으키는 비중이 줄어드는 것이다. 대신 심방세동 허혈성심장질환 고지혈증 흡연 당뇨병 등 다른 요인이 뇌졸중 유발에 미치는 상대적 비중이 커진다.
당뇨병은 혈당조절이 안되는 게 원인이지만 그 결과는 혈관의 약화와 누수로 이어진다. 고혈압이 있으면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므로 결코 소금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나트륨 과잉 섭취는 신장에 독(毒)

소금의 악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장질환, 간장질환, 골다공증, 백내장, 관절질환, 위암, 비만, 피부노화, 고령자의 세포노화를 촉발한다.
소금은 섭취되면 장에서 대부분 흡수돼 체액에 머물다가 신장 활동에 의해 소변으로 배출된다. 체액의 나트륨 농도가 감소하면 바소프레신호르몬(항이뇨호르몬)이 분비돼 신장에서 나트륨이 재흡수돼 일정 농도를 유지케 한다. 만일 신장에 질병이 있으면 여과, 흡수 기능이 떨어져 체내 수분균형이 깨져 신체기능에 이상을 초래한다. 물론 높은 나트륨 혈중 농도는 신장을 과로하게 해 고장 나는 시기를 앞당긴다.

당뇨병과 고혈압이 신장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킨다는 증거는 명확하다. 만성신장병은 1∼5단계로 분류된다. 대한신장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5단계에 해당하는 말기신부전 환자의 44.9%는 당뇨병이 주된 원인이다. 이어 고혈압이 17.2%로 2위, 사구체 신염이 11.6%로 3위를 차지한다. 당뇨병에 의해 노폐물을 걸러내는 신장 사구체의 미세혈관이 망가지면 분자량이 큰 단백질이 체내로 재흡수되지 못하고 소변으로 흘러나오는 등 점차 신장기능이 저하된다. 신장세포에 염증이 생기고 세포가 굳어지는 경향이 강화된다.
고혈압은 방치될 경우 신장 미세혈관의 내벽 압력을 높이고 신장 실질세포를 경화시킨다. 방치하면 말기신부전에 이른다. 혈압 조절의 대부분은 신장에서 이뤄진다. 염분을 과다섭취하거나 교감신경이 흥분되면 심장의 혈액박출량이 높아지고 조직혈관이 수축하면서 고혈압이 유발된다. 특히 신장에는 혈압과 나트륨량을 조절하는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이 존재해 염분(나트륨)과 수분이 원활하지 배출되지 못하고 체내에 저장될 경우 고혈압을 유도한다.

신장학회의 조사결과 고혈압 환자는 21.3%가 만성신장병을 갖고 있었다. 특히 고혈압 환자들은 신장기능이 50% 이상 떨어지고 치료가 쉽지 않은 3기 이상의 중증 만성신장병의 상대적 위험도가 정상 혈압을 가진 사람에 비해 2.9배 가량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수축기(최고)혈압만 놓고 보면 120㎜Hg 미만인 사람들의 8.2%에서 만성신장병이 발견된 반면 고혈압으로 분류되는 140㎜Hg 이상인 사람들에게서는 23.1%가 만성콩팥병으로 진단됐다. 이완기(최저)혈압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70㎜Hg 미만인 사람들의 만성신장병 빈도는 8.6%에 불과했지만 이완기 혈압 90㎜Hg 이상인 사람들은 23.2%가 신장에 이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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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소금중독증’ 건강수명 줄인다

소금이 유해하다는 것은 많은 의사와 학자들을 통해 너무나 잘 알려져 왔다. 암버드(Ambard)와 비저드(Beajard)의 연구에서 인간은 필요한 최소량의 소금보다 훨씬 많은 양을 습관적으로 섭취한다며 고혈압과의 상관성을 보고했다. 미국인의 4분의 1이 고혈압으로 고생하는 원인이 소금인 만큼 이를 일컬어 ‘만성소금중독’이라고 까지 말했다. 반대로 소금을 적게 섭취하는 사람들은 고혈압의 빈도가 극히 낮다고 분석했다.

성인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소금(염화나트륨) 및 나트륨의 최소 필요량은 각각 1300㎎, 500㎎이다. 원자량으로 치면 소금 중량의 약 40%가 나트륨(이온)이다.
따라서 소금을 인위적으로 추가 섭취하지 않아도 나트륨의 함량이 높은 육류나 채소, 과일, 곡류만으로 최소 필요량을 충족할 수 있다.
과거에는 귀했던 소금이 흔해지면서 전세계적으로 최소필요량의 6배가 넘는 양(9g)을 섭취하며 심지어 10배 이상을 섭취하는 사람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식약청 조사결과 한국인의 나트륨 평균섭취량은 하루에 4878㎎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인 2000㎎의 2.5배에 달한다.  4878㎎의 나트륨은 소금으로 치면 티스푼 두개 반 정도의 양이다.
이는 영국의 나트륨 섭취량인 3600㎎, 미국의 3436㎎, 일본의 4280㎎보다 월등이 많은 양이다. 특히 한국인의 30대는 최대 6327㎎으로 WHO 최대 권고량의 3배가 넘었다.

한국인은 식염 감수성 높은 민족

이에 따라 우리나라 30대 이상 성인의 약32%가 고혈압을 보이고 있다.  OECD국가 중 4위를 차지해서 한국은 고혈압 위험국가이다. 동북아시아인은 나트륨에 의해 혈압상승이 발생하는 식염감수성(salt senstivity)이 40~50%로 다른 인종보다 높은 편이어서 이것을 고려하지 않은 식습관은 고혈압 발생의 주요 원인이다.
김종진 강동경희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별도의 소금을 보충하지 않아도 생존에 거의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하루에 WHO권장량인 5g의 소금(나트륨으로는 2000㎎)만 섭취해도 모든 사망위험률은 1.22배, 허혈성 심장병에 의한 사망 위험은 1.56배, 뇌졸중은 1.36배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소금에 절여진 한국인, 소금섭취 세계 1위…한국인에 여전히 많은 위암도 소금의 자극성 때문

우리나라 사람이 평생 먹는 소금의 양은 80세까지 400㎏으로 엄청난 양이다.  한국인은 소금에 절여졌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별 섭취량을 보면 단연 우리나라가 1등이다. 삼면이 바다인 지리적 조건으로 인해 비교적 소금을 구하기 쉬운 게 주요 원인이다. 더욱이 간장 된장 등 장류와 김치 젓갈 장아찌 등 발효·절임·저장식품이 발달해 높은 염도의 음식문화가 발달해 있다. 매일 밥상에 오르는 국과 찌개류는 식염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경로가 된다. 
하루 세 번 국이나 찌개만 먹어도 WHO 최대 권고량을 초과하는 양의 식염을 먹게 돼 있는 게 한국의 실정이다. 특히 조리시 소금을 넣어 간을 볼 경우 미각은 높은 온도에서 짠맛에 둔감해져서 예상치 않게 더 많은 소금을 넣기 일쑤다.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위암이 여전히 여러 암 중 발병률 국내 2위를 달리는 것은  고추 같은 자극적인 음식의 탓도 있겠지만 소금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소금은 단백질을 굳히고, 위를 자극해 위점막을 파괴하는 성질을 가진 탓에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짜게 먹으면 빨리 늙고 골다공증에 걸리기 쉽다

소금에 있는 칼륨은 나트륨을 배출시킨다. 체내에 나트륨이 많으면 나트륨을 상쇄시키는 작용을 하는 칼륨도 덩달아 함께 배출돼 저칼륨혈증이 일어나기 쉽다. 저칼륨혈증은 기억력감퇴, 심실성 부정맥, 골다공증을 유발한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뼈에 칼슘이 빠져나가게 해 골다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나트륨이 칼륨을 배출시키는 작용도 하지만 칼슘이 몸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도와주는 칼륨의 기능도 약화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성은 폐경에 의한 호르몬의 변화와 겹쳐져 50세 이상의 약 3분의 1이 골다공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만약 나트륨으로 인한 고혈압까지 발병하게 된다면 골다공증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나트륨은 세포속의 수분을 빼앗아간다. 쉽게 말해 세포를 말린다. 이에 따라 피부는 노화되고, 각막이 퇴행적 변화를 일으켜 백내장이 더 쉽게 유발된다. 당뇨병으로 인해 시들시들한 혈관은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된다. 심지어 비염 환자가 비강을 식염수로 세척하는 것도 비강점막세포를 말려서 오히려 나쁘다고 말하는 의사도 있다. 한마디로 짜게 먹으면 빨리 늙는다.

소금에 중독되는 이유

사람들의 인식이 자꾸 짜게 먹는 것은 짠맛이 식욕을 돋우기 때문이다. 과자 스낵 등 가공식품에 소금이 과다하게 첨가된 것은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판매전략이자 짠맛이 단맛을 더욱 부각시키기 때문이다. 짠맛의 중독성에 빠져들게 하는 게 식품업체의 전략이다.
또 전통적으로 짜게 먹어야 강건하다고 믿는 잘못된 인식도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한의학 책에는 체열을 올리기 위한 방법으로 소금 섭취를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과거에 육체노동이 많아 땀으로 배출되는 소금을 보충하기 위해 소금 먹는 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으나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소금을 접할 수 있어 소금과의 단절이 필요한 상황이다. 

‘저염 웰빙’ 소금 신장병 환자에게 칼륨 과다 축적 우려

고가의 기능성 소금은 나트륨 함량을 줄이는 대신 짠맛을 유지하기 위해 나트륨과 칼륨을 반반가량 섞은 것이다. 소금(염화나트륨)에 염화칼륨(KCl)을 50%정도 첨가해 나트륨 비율을 줄인 것을 웰빙소금으로  부른다.
변영섭 인제대 상계백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칼륨의 하루 필요량은 2∼3.5g 인데 가공식품이 넘치고 채소가 적은 현대인의 식사에서는 나트륨 대비 20% 수준의 칼륨밖에 섭취하지 못하므로 고혈압 환자는 나트륨 대비 칼륨 섭취량을 2배 정도로 늘리는 게 권장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장 기능이 보통사람의 30%이하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신부전 환자는 칼륨이 소변을 통해 원활하게 배출되지 못하고 몸속에 쌓이게 된다. 이런 고칼륨혈증은 세포의 신경전달작용을 마비시켜 심장에 무리를 주고 심장마비까지 일으킬 수 있다.

신장이 좋지 않은 사람의 90%는 신장 기능이 떨어진 데 대한 자각증상이 없다. 대한신장학회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35세 이상의 성인 13.8%가 신장질환이 있으며 이중 63%는 자각증상이 없는 1~2기 환자다. 특히 65세 이상에서 50%이상이 신장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에 소비자단체가 문제를 제기했으나 아직도 저염 칼륨소금이 웰빙소금으로 취급돼 판매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이런 제품의 설명란에 보면 아주 작은 글씨로 신장질환자에게는 좋지 않다고 쓰여 있지만 글씨가 작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천일염이나 죽염에 대한 근거없는 신비감을 부추기는 것도 문제다. 세계 최고라는 국산 천일염은 나트륨 외에 칼륨 마그네슘 칼슘 아연 등 다양한 미네랄이 10% 안팎 함유돼 나트륨에 의한 혈압 상승을 효과적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제염보다 더 나은 대체품으로 천일염을 권장할 수 있을 뿐이다. 심지어 죽염이 항산화효과를 발휘한다거나 암을 낫게 한다고 선전하거나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근거가 없는 얘기에 불과하다. 
칼륨의 혈압 강하효과는 나트륨의 혈압상승 효과에 비하면 양이나 강도에서 턱없이 부족하다. 마그네슘의 혈압강하 효과는 각종 연구결과를 종합할 때 칼륨에 비해 일관성이 부족하다. 죽염도 성분은 엄연한 염화나트륨일 뿐이므로 이를 혈압강하약으로 선전하고 이를 따라 복용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소금은 19세기 후반부터 대량생산되면서 흔해졌다. 공급이 늘어난 만큼 더 많이 먹게 됐다. 하지만 한줌의 소금을 넣지 않아도 건강에 해롭지 않다. 오히려 유익하다.
소금과 멀리 하는 게 건강하게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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