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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코피 터지는’ 커피믹스 전쟁중
  • 탁창훈 기자
  • 등록 2012-07-05 17:10:52
  • 수정 2016-02-10 13: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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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초로 커피믹스를 개발한 한국만의 전쟁, 대기업들 추가 진출 예상

한국인의 필수 기호식품이 된 커피는 다방커피에서 출발했다. 다방커피의 황금비율인 ‘커피 1: 프림 2: 설탕 1.5’를 응용해, 설탕 비율만 2로 올린 커피믹스는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졌다. 수십 년간 동서식품의 커피믹스 맛에 익숙해져 있는 국내 커피믹스 시장에 남양유업이 카제인나트륨의 유해성 문제를 들고 나와 기존 시장을 깨트리는데 성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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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커피 황금비율에서 출발한 커피믹스의 원조 ‘동서식품’

동서식품의 커피믹스 개발은 식물성 크리머(Non dairy creamers, 非 유제품 커피크림)의 국산화로 시작됐다. 네슬레가 1952년 우유를 이용해 개발한 ‘프림(Pream)’은 잘 녹지 않고 맛도 떨어져 실패했다. 이후 1958년 미국의 카네이션사가 유제품에 식물성 유지를 첨가한 ‘커피크리머’를 개발했고, 카네이션사를 인수한 네슬레에서 1961년 처음으로 야자열매의 식물성유지만으로 만든 ‘커피메이트’를 출시했지만 풍미가 떨어져 서구에서는 많이 먹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식물성 크리머를 넣는 것이 당연시됐다. 동서식품에서 1974년 야자열매의 유지로 만든 ‘프리마(Frima)’를 출시한 이후 세계 최대 식물성 크리머 생산 업체가 되었다.

1976년 12월 출시된 동서식품의 세계 최초의 커피믹스 ‘맥스웰하우스’는 인스턴트커피에 설탕과 크리머를 배합한 아이디어로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황금배합과 ‘빨리빨리’ 문화 속에 편리함이 어우러져 공전의 히트 상품이 됐다. 1987년 10월 네슬레가 두산그룹과 합작투자해 설립해 ‘네스카페’,‘테이스터스초이스’ 등으로 단번에 인스턴트커피 시장의 20%를 점유하기도 했으나 커피믹스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 와중에 미원(현 대상)이 부도난 중소기업인 미주산업(MJC)을 인수해 ‘로즈버드’라는 브랜드를 출시했으나 동서식품의 우월한 인지도로 초기에 제압당해 1%도 안되는 점유율에 미치는 등 동서식품은 다국적 기업과의 커피믹스 전쟁에서 국내시장의 점유율을 조금 떼어주고 독과점 시장을 수성하는 것으로 끝났다.

해외여행시 외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커피믹스를 가져가 선물하는 등 인기가 높아졌고, 비만 당뇨병 등의 영향으로 설탕을 기피하는 풍토가 생겨나자 1996년 동서식품은 설탕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스틱형 제품을 개발해 독과점 시장을 더욱 견고하게 다졌다. 1997년 외환위기와 여권 신장으로 남자들도 커피를 직접 타먹게 되고 냉온수기와 정수기 보급이 늘면서 커피믹스 시장은 더욱 성장했다.

남양유업, 카제인나트륨 ‘노이즈마케팅’으로 동서식품 독주에 제동

동서식품의 독주에 변화가 없을 것 같은 연간 1조원대의 커피믹스 시장에 2005년 롯데칠성이 ‘레쓰비’로 진출한 이후 2010년말 남양유업이 ‘프렌치카페’로 커피믹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카제인나트륨을 빼고 무지방우유를 넣었다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1년 만에 점유율을 12.5%(AC닐슨 2012년 4월말 조사)가량으로 늘려 2010년 13.2%였던 네슬레(4월말 5.5%)를 제치고 동서식품을 75%대로 밀어내면서 단번에 업계2위를 차지했다. 국내 커피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1조1268억원 규모이며 인스턴트커피가 1510억원, 커피믹스는 1조원에 육박하는 9758억원이다.

남양유업은 카제인나트륨의 유해성을 놓고 동서식품과 공방을 벌였고 소비자의 관심도 커지게 됐다. 남양유업은 “프림이 걱정된다.화학적 합성품인 카제인나트륨을 뺐다”는 광고를 냈다.식품의약안전청은 비방광고라며 관할 행정관청에 시정명령을 내리도록 했다. 하지만 웰빙 심리를 파고든 남양은 손해볼 것이 없는 싸움에서 마케팅의 성공을 거두었고, 뒤늦게 동서식품도 우유를 첨가한 제품을 내놓았지만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지켜본 대기업들은 영업이익률이 15%를 웃도는 커피믹스 시장에 대거 진출할 것으로 예상돼 이 시장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국내 식품업계의 영업이익률은 5% 안팎이며, 유제품의 경우 1%선에 불과한 상황이다. 남양유업은 커피시장에 사운을 걸고 나주에 1800억원을 들여 연간 50억개를 생산할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장을 짓는다. 순수 사내자본으로 건설해 내년 10월 완공되면 로얄티 없는 자체기술로 국내시장의 50%를 점유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해외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한잔에 5000원이 넘는 드립커피를 마시는 고급화 소비 추세에 맞춰 커피믹스도 기존 110원선 제품보다 3배 가량 비싼 신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동서식품은 설탕과 크리머를 빼고 원두커피만 들어있는 개당 330원대의 즉석커피 ‘카누(KANU)’를 지난해 10월 내놓았다. 원두분말 5%에 기존 커피믹스와 비슷하게 진공 건조동결 방식으로 추출한 것(솔루블) 95%로 구성돼 있다. 제조공정 과정에서 날아간 원두커피향을 다시 모아 첨가한 제품으로서 진정한 원두커피는 아니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맞춰 롯데칠성도 비슷한 개념의 ‘칸타타 아메리카노 스틱(스위트,블랙)’을 지난 6월 개당 320원대에 내놓았다. 롯데는 동서식품의 카누는 원두가루가 5%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커피를 마시고 난 잔 바닥에 원두가루가 없을 정도로 거의 다 녹아 기존 커피믹스와 새로울 게 없다는 내용의 비교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롯데는 칸타타 스틱처럼 원두가루가 10%는 돼야 원두커피의 고유의 향과 맛을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동서식품은 실제 커피맛을 좌우하는 것은 솔루블로서 여러 공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솔루블 함량이 높을수록 제조단가가 높아진다고 반박하고 있다.

남양유업도 이에 가세해 100% 아라비카 원두로 만든 원두커피믹스 ‘루카(LOOKA)’를 2일 출시했다. 루카는 ‘Look at the new wave coffee(원두커피를 새롭게 보라)’에서 따온 이름으로 즉석 커피의 새로운 세계를 열겠다는 남양의 야심찬 의지를 담았다. 남양은 “100% 아로마 추출 방식을 사용했고 커피의 향을 풍부하게 살린 동결건조 커피와 미세하게 분쇄한 고급 아라비카 원두가루를 혼합해 향과 맛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루카 다크 아메리카노 30봉 한 상자에 9600원(한 봉지당 320원), 루카 마일드 스위트 아메리카노 30봉 1만350원(한 봉지당 345원)으로 역시 300원을 훌쩍 넘는 원두커피믹스 제품이다. 남양은 내년 10월 가동을 목표로 전남 나주에 1800억원을 투자한 커피 전용 공장을 지으며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9월 원두분말이 함유한 1200원대의 ‘비아(via)’로 삭감되는 시장을 방어하는데 애쓰고 있다. 비아는 국내 시판후 보름만에 60만개가 팔리는 인기를 얻었다. 원두를 미세 분쇄해 분말 형태로 만든 제품으로 기존 커피믹스 제품과 전혀 다르다. 롯데칠성은 칸타타 아메리카노 스틱과 함께 범용 제품인 ‘칸타타 마일드골드’와 ‘리치골드 원두스틱커피’ 등을 150원에 출시해 향후 경쟁사들도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카제인나트륨을 빼고 무지방우유로 만든 프림을 넣었다. 롯데는 칸타타 마일드골드는 부드러운 모카커피의 향미를, 칸타타 리치골드는 진한 커피의 향미를 구현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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