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발간한 ‘2023년도 장기 등 기증 및 이식 통계연보’에 따르면 해당 연도 생체 장기 기증 건수 중 신장은 1257건이었다.
생체 신장 기증은 주로 수혜자의 배우자(41.6%)로부터 이뤄지고, 부모나 자녀까지 합하면 95%가 가족 안에서 이뤄진다. 반면 친인척이나 타인이 기증한 경우는 각각 0.27%로 큰 차이를 보인다.
의료현장에서는 생체 기증자의 건강 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다. 생체 기증은 질병이 없는 기증자의 선의로 이루어지는 만큼 기증자의 건강과 신장 기능을 지키는 길을 기증 준비 과정에서 최우선순위가 되고 있다.
장혜련·전준석 삼성서울병원 신장내과 교수, 차원철 응급의학과 교수팀은 신장이식 기증자의 기증 후 신기능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해 최근 국내 특허를 출원했다고 20일 밝혔다. ‘결정 트리의 앙상블 기법 기반의 생체 신장 기증 후 신장 기능 예측 방법 및 장치’로 출원번호는 10-2024-0197220이다.
신기능 예측 알고리즘은 기증자의 나이와 성별, 키, 체질량지수(BMI) 등 기본적인 정보를 포함해 사구체여과율과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등 기증 전에 시행되는 필수검사 결과를 이용해 기증 후 남는 단일 신장이 얼마나 잘 적응하는 지를 가늠하도록 만든 인공지능(AI) 모델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 2009~2020년에 신장을 기증한 823명의 생체 기증자들에서 기증 전후 사구체여과율을 바탕으로 연구팀이 여러 AI모델을 비교한 뒤 오차가 가장 낮은 모델(XGBoost)을 채택해 예측모델을 만들었다.
특히 별도 앱이나 장치 없이 검사 결과를 웹 기반 문항에 입력 시 기증 후의 사구체여과율을 곧바로 예측할 수 있도록 한 게 강점이다.
가령 45세 여성이고, 몸무게 65.4kg, 오른쪽 신장을 기증한다고 가정하고 현재 사구체 여과율 값(84.87 ml/min/1.73㎡) 등을 입력하면 곧바로 기증 후 예측 사구체 여과율(52.9 ml/min/1.73㎡)이 계산돼 출력된다.
삼성서울병원은 해당 방식을 진료 때 의료진들이 간편히 쓸 수 있도록 차세대 EMR(전산화의무기록) 시스템 ‘다윈’에 탑재할 계획이다.
장혜련 교수는 “신장 기증은 그 자체로 특정 질환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기대여명에 부정적 영향을 주진 않음에도 여전히 기증에 대한 걱정이 크다”며 “의사로서 신장 기증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기증자들의 불필요한 걱정을 경감시킬 수 있도록 끊임없이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차원철 교수는 “최근 AI모델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의료 현장에도 더 깊숙이 들어오고 있는 추세”라며 “AI기술 연구를 통해 정밀 의료 시대를 향한 길을 열어 환자들이 자신에게 꼭 맞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2013년부터 장혜련 교수를 주축으로 신장내과 전문의가 신장 기증자의 기증 준비를 돕고, 기증 후에도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기증자 클리닉을 개설해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