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고려대 의대에서 열린 CBME 지도전문의 워크숍고려대의료원은 지난 26일 미국 전공의·전임의 교육프로그램 구축 및 수련병원 인증기관인 ACGME(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와 원내에서 교육협력 MOU를 체결했다.
이로써 고려대의료원은 국내 최초로 ACGME 국제허브로 지정됐다. 아시아에서는 대만, 싱가포르에 이어 세 번째다.
ACGME는 미국 전공의 및 전임의 교육을 평가, 인증하는 독립기관으로, 세계적으로 높은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전공의와 전임의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역량기반 의료 교육(Competency-based Medical Education: CBME)을 적용하고 있어, 이번 협약은 국내 수련환경 개선과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 기관의 교류는 2023년부터 시작됐다. 같은 해 11월, 서보경 의료원 교육수련실장(고려대 안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이 시카고에 위치한 ACGME 본부를 방문해 첫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미국 Intealth(ECFMG 외국 의과대학 졸업생 자격 인증 담당 기관) CEO 에릭 홀름보(Eric Holmboe), ACGME 로라 에드거(Laura Edgar) 수석 부회장, ACGME 지도전문의 교육 담당자 케이트 해트락(Kate Hatlak)이 참석했다.
양측은 미국 전공의 교육의 핵심으로 꼽히는 마일스톤 평가와 역량기반 의료교육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지도전문의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이를 계기로 2024년 5월, 서보경 교수, 이영미 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김수진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의학과 김수진 교수, 김완준 고려대 구로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김호연 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등이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ACGME 연례 지도전문의 연수교육에 참석해 역량중심 의학교육 과정을 이수했다.
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협약식에서 “이번 MOU는 더욱 나은 수련 환경을 구축하고 미래를 위한 전략을 수립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최초로 ACGME 국제 허브로 도약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MOU 체결과 워크숍 강연을 위해 방한한 ACGME의 수석 부회장인 로라 에드거(Laura Edgar)는 “양 기관의 협력은 한국형 수련평가기구(K-ACGME) 신설 등 대한민국 전공의 교육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3월 26일 MOU 체결 후 27일에는 고려대 의대 TBL Room에서 CBME 지도전문의 워크숍이 개최됐다. ACGME에서 주창하는 CBME의 개념과 실재, 다면평가 및 임상역량위원회(Clinical Competency Committees) 등에 대해 에드거 부회장이 강의했다. 의료원 산하 3개 병원에서 전공의 교육을 담당하는 지도전문의 40여 명이 참석해 CBME를 임상에 적용하고 수련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방안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최근 의료계와 정부에서는 중장기적으로 한국형 수련 프로그램 개발과 이를 평가할 기구인 ‘K-ACGME’ 신설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있다. 고려대는 신설 기구의 주역이 되기 위해 미국 ACGME와 지속적으로 소통할 예정이다. 정기적인 워크숍 개최 및 ACGME 연수 파견 등 상호 자료 제공 및 인적 교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제중원 140주년을 맞아 발간된 기념도서 ‘함께한 시간, 인술의 길’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의료기관인 제중원(광혜원)에 뿌리를 둔 연세대의료원은 제중원 개원 140주년을 맞아 기념 학술 심포지엄을 다음달 8일 종합관 331호에서 개최한다. 이번 심포지엄은 ‘제중원과 한국 기독교의료 140년’을 주제로, 우리나라 각지에 세워진 선교병원과 선교사의 의료선교 활동을 살펴보며 제중원과 한국 기독교의료 140년의 의미를 되새긴다.
한국 기독교의료의 역사를 돌아보며 자긍심과 사명감을 높이는 시간이 될 예정이다. 심포지엄은 총 3부로 진행된다.
민성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1부에서는 여인석 연세대 의대 의사학과 교수의 ‘한국 기독교의료의 기원과 발전’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각지 선교병원에서의 세브란스 졸업생의 활동(김영수 연세대) △서미감병원의 원주 지역 의료·복음 선교(안성구 원주의료복음선교연구소) △일제강점기 부산나병원의 공간구성과 활용에 대한 연구(배대호 경기대) 주제발표가 이어진다.
김세훈 연세대 교수가 좌장을 담당한 2부에서는 △경남지역 호주장로교 의료활동과 배돈기념병원(양명득 영등포산업선교회) △동산기독병원을 통한 대구지역 의료선교 연구(김영호 청도풍각제일교회) △목포지역의 의료선교와 프렌치 병원(유연실 목포대) 등 주제발표가 진행된다.
3부는 박윤재 경희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미국 남장로교 의료선교 정책과 질병치료 공동체 연구(1896-1941):군산 선교병원과 순천 선교병원의 비교 연구(임희모 한일장신대) △일제하 평양연합기독병원과 조선인 개신교 네트워크(주동빈 한국기술교육대) △용정촌 제창병원(정운형 연세대) 등을 주제발표한다. 이후 남성현 서울한영대 교수의 ‘한국 기독교의료 140년을 돌아보며’를 주제로 한 종합논평을 끝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날 연세대 의대는 제중원 140주년을 맞아 기념도서 ‘함께한 시간, 인술의 길’을 내달 10일 정식 발간한다. 1885년 설립된 제중원을 비롯해 전국 39개 선교병원의 역사를 사진 중심으로 담아냈다. 미국북장로회, 미국북감리회 등 7개 선교부가 한반도 전역에 설립한 의료기관의 발자취를 추적하며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의료 선교사들이 한국 근대 의료의 기틀을 마련한 과정을 생생한 사진들로 기록했다. 여인석 편찬위원장 등 6명의 편찬위원들이 약 1년 6개월간 지역별로 자료를 수집·정리했다.
특히 한센병, 결핵 환자 등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선교병원의 활동 등 한국 근대화 과정에서 기독교 의료의 공적 역할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들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