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 사용하는 조영제가 파킨슨병 발병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영흔 고려대 안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팀(김채리 영상의학과, 태범식 비뇨의학과 교수)은 MRI 검사 시 대조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가돌리늄 조영제와 파킨슨병 발병의 연관성을 평가한 결과 조영제 사용군은 비사용군 대비 파킨슨병 발병이 더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40~60세 성인 17만5125명의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가건강검진 데이터를 활용해 선형 타입 가돌리늄 조영제(linear type)와 거대고리 타입 가돌리늄 조영제(macrocyclic type) 사용에 따른 파킨슨병 발병률을 2010~2022년에 추적 관찰했다.
가돌리늄 기반 조영제는 선형 조영제와 거대고리 조영제로 구분되며, 검사 목적에 따라 각기 달리 사용된다. 현재 많은 연구에서 거대고리 타입 조영제는 선형 타입 조영제보다 화학적으로 더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조영제 사용군과 비사용군 사이 파킨슨병 발생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 선형 조영제 사용군과 거대고리 조영제 사용군 모두 비사용군 대비 파킨슨병 발병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파킨슨병 발병에 두 조영제 간 의미 있는 차이는 없었다. 또 선형 또는 거대고리 타입 조영제를 투여한 환자군에서 파킨슨병으로 진단된 경우, 80% 이상이 단 한 차례 조영제를 투여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영흔(왼쪽부터), 김채리 고려대 안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태범식 비뇨의학과 교수
이영흔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가돌리늄 기반 조영제의 체내 축적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기존의 소규모 의료기관 임상연구, 실험동물 연구들과 달리 대규모 건강보험 국가데이터를 활용해 가돌리늄 조영제 사용이 파킨슨병 발병과 관련될 가능성을 규명한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누적 사용량이나 조영제의 타입과 관계없이 단 1회 사용 후에도 파킨슨병이 발생할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MRI 조영제 사용 시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파킨슨병은 기저핵부위가 손상되는 대표적인 퇴행성 신경질환으로, 가돌리늄은 이 기저핵에 축적될 수 있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Investigative Radiology’(IF=7.0)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