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환자들에게 임파선 전이(lymph node metastasis)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이다. 아무리 작은 폐암이라도 그 위치와 크기에 상관없이 임파선 전이로 인해 1기 폐암이 아닌 2기, 3기로 병기가 올라갈 수 있고, 이에 따라서 완치를 목표로 하는 수술적 치료를 받지 못하고 항암치료 등의 고식적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임파선 전이이지만 수술 전 영상검사에서 임파선 전이가 없다고 판단됐다가 수술장에서 절제한 임파선 검체에서 암세포가 확인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숨어있는 임파선 전이’(occult lymph node metastasis)는 수술받는 전체 환자의 5~10%에서 확인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윤동욱 중앙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와 강단비·조주희 삼성서울병원 임상역학연구센터 교수, 김홍관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이호연 영상의학과 교수팀이 폐암 환자의 숨어있는 임파선 전이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폐절제술을 받은 2042명의 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상 종양의 형태, 위치, 모양으로 분류해 분석했다.
조사 결과 종양이 폐기관지 내에 위치하는 경우에는 36%가 임파선 전이가 관찰되었고, 폐암 병변 내부가 액체나 공기로 차 있는 주머니 모양인 경우에는 6% 확률로 숨어있는 임파선 전이가 관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이한 형태를 제외한 나머지 종양들에 대해서는 ‘고형 부분’(solid)과 ‘간유리 음영’(Ground Glass Opacity, 폐 일부분이 CT 영상에서 유리 표면을 사포로 문질러 불투명해진 유리처럼 뿌옇게 보이는 현상)의 비율을 조사했다. 종양 내에 결절 전체가 불투명해 내부 폐 조직이 완전히 보이지 않는 ’순수 고형(pure solid)‘ 종양 형태에서는 18% 확률로 임파선 전이가 있었다. 고형 성분이 절반 이하인 경우는 1%의 확률로 숨어있는 임파선 전이가 확인되었다.
아울러 종양의 경계면을 분석한 결과 가시모양으로 종양의 경계면이 보이는 경우(spiculated margin)와 주변 폐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peri-tumoral GGO)에 임파선 전이의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결절이 없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숨어있는 임파선 전이를 흉부 CT 영상 특징으로 예측한다’는 연구논문(Computed tomography characteristics of cN0 primary non-small cell lung cancer predict occult lymph node metastasis)을 유럽영상의학회 공식 저널인 ‘European Radiology’(IF=4.7) 12월호에 발표했다.
윤동욱 중앙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윤동욱 교수는 “CT상에서 특이한 형태로 관찰되는 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숨어있는 임파선 전이를 분석한 연구는 기존에 많지 않았기에 이번 연구는 의미가 있다”며 “특히 종양이 기관 내에 위치하는 경우나 주변 폐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임파선 전이의 확률이 굉장히 높게 관찰돼 이런 환자들에게는 조금 더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에서 CT검사를 단순한 영상진단 도구가 아닌 정밀한 예측 도구로 활용코자 노력했다”며 “의료진들이 침습적 임파선 평가 절차를 보다 신중히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환자들이 불필요한 시술을 받는 경우가 줄어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지난해 제1저자로 폐암에서 4편의 SCIE급 연구논문을 연달아 발표하며 왕성한 연구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