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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암 환자의 20%에서 나타나는 FGFR 변이에 특화된 얀센 ‘발베사’의 가치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4-10-17 05:47:28
  • 수정 2024-10-17 15: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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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상 당시 ORR 40%, 기존 항암제 최고 20% 대비 ‘경이로움’ … 전이성 요로상피암 생존기간 1년 이상으로 연장
  • 김인호 서울성모병원 교수 “올커머(키트루다+파드셉)가 감당 못하는 방광암에 특화된 존재가치 충분”
  • 김태정 여의도성모병원 교수 “요로상피암 의심되면 선제적 FGFR 변이 유전자검사(NGS) 필요”

기존 면역관문억제제(PD-1/PD-L1억제제)에도 듣지 않는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방광암) 환자에게 통할 한국얀센의 ‘발베사정’(Balversa, 성분명 얼다피티닙, erdafitinib)이 방광암의 새로운 틈새 항암제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발베사는 섬유아세포성장인자수용체(fibroblast growth factor receptor, FGFR) 억제제로서 2019년 4월 12일, 2상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가속승인을 받았다. 백금착제를 포함한 화학요법(신보강요법)을 실시 중이거나 실시 후(12개월 이내)에 FGFR3 또는 FGFR2 유전적 변이로 암이 계속 자라거나 퍼진(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을 환자에게 투여하는 경구약이다. FGFR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전이성 방광암 환자를 위한 표적항암제로는 처음으로 허가됐다. 

   

당시 FGFR3 또는 FGFR2 유전자 변이가 있는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방광암 환자 87명을 대상으로 한 2상 임상시험에서 객관적반응률(ORR)은 32.2%였으며, 2.3%가 완전반응, 30%가 부분반응을 보였다. 이들 환자의 약 4분의 1은 항 PD-L1/PD-1 억제제를 투여받았고, 발버사에 대한 치료반응은 주로 항 PD-L1/PD-1 요법에 반응하지 않았던 환자에서 나타났다.

   

국내서는 2상 BLC2001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1일 투여용량은 8mg으로 정하고 필요에 따라 9mg까지 증량할 수 있도록 했다. 피험자 99명 중 87명(88%)는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적이 있는 환자, 12명(12%)는 항암화학요법 경험이 없는 환자였다. PD-L1/PD-1 억제제를 투여했으나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을 보인 환자는 22%였다.

   

이 임상에서 1차 평가지표인 객관적반응률(ORR)을 보인 환자는 무려 40%로 나타나 의학계를 놀라게 했다. 기존 치료법들은 고작해야 20% 안팎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2차 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13.8개월,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5.5개월로 산출됐다. 치료반응지속기간 중앙값은 5.6개월, 치료반응 도달에 소요되는 기간은 1.4개월, 치료 1년차 전체생존율은 55%로 나타났다.

 김인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왼쪽)와 김태정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병리과 교수가 16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요로상피암 FGFR변이 표적치료제 ‘발베사’ 기자간담회에서 각각 이 약의 임상적 가치와 적기 사용에 필요한 조기 유전자진단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인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16일 한국얀센이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1차 평가지표인 ORR이 좋았기 때문에 암이 악화되지 않는 것을 보는 PFS도 5.5개월로 나왔다”며 “당시 5.5개월이면 다른 항암제보다 훨씬 나은 결과였다”고 말했다. 이어 “2상에서 확인한 OS 데이터도 매우 고무적이었다”며 “기존 항암화학요법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방광암에서 환자군에서 1년 이상의 생존 혜택을 보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글로벌 존슨앤드존슨(얀센의 모회사)은 추가 3상 THOR 임상시험을 통해 적응증을 지금의 내용으로 구체화했다. 이 임상은 FGFR3 변이가 있는, 전신적인 항암치료를 한번이라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PD-L1/PD-1 억제제를 투여받지 않은 환자나 PD-L1/PD-1 억제제가 부적격인 환자에게 발베 투여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단서가 달린 적응증이 확립됐다. 

   

국내서는 2022년 11월 첫 허가 당시 2상 결과를 바탕으로 ‘백금 기반 화학요법제를 포함해 최선 1가지 이상 화학요법제 치료 도중 또는 이후에 진행된, FGFR3 또는 FGFR2 유전적 변이가 있는,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의 치료’로 적응증을 얻었다. 그러다 THOR 3상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2024년 9월에는 현재 ‘이전에 최소 한 가지 이상의 PD-1 또는 PD-L1 억제제를 포함한 전신요법 치료 중 또는 치료 후에 질병이 진행된 FGFR3 유전자 변이가 있는 수술적으로 절제 불가능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성인 환자의 치료’로 적응증이 정리됐다.

   

THOR 임상시험 코호트 1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발베사는 2차 치료제로서 화학요법(표준요법제인 도세탁셀 또는 빈플루닌(빈블라스틴 또는 빈크리스틴 계열 유도체))과 비교해 전체생존율을 개선하는 효과를 이점을 입증했다. 추적기간 중앙값 15.9개월 기준으로 발베사의 생존기간 중앙값(1차 평가지표)은 12.1개월로 항암화학요법 7.8개월보다 우위를 보였고 사망위험률을 36%(HR=0.64%) 감소시켰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2차 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발베사 5.6개월, 항암화학요법 2.7개월로 발베사가 42% 낮은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보였다. 2차 지표인 객관적반응률 역시 45.6%(완전반응 6.6%, 부분반응 39%) 대 11.5%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3상 결과는 2상 결과아 마찬가지로 1년 이상의 생존기간 확보, 40%대의 객관적반응률, 질병진행 또는 사망위험의 40%안팎 감소라는 수치를 계승했다.

   

주요 부작용 … 고인산혈증, CSR/RPED, 건성안, 구내염 … 고인산혈증은 선제적 대응 필요 


발베사의 부작용은 98.5%에서 나타나 화학요법 97.3%와 비슷했다. 3등급 또는 4등급의 치료 관련 이상반응은 발베사군이 45.9%, 화학요법군이 46.4%였다.    

   

발베사는 중심장액성망막병증(central serous retinopathy, CSR) 또는 망막상피세포박리(retinal pigment epithelial detachment, RPED)가 환자의 22%에서 발생했다. 시야 결손을 초래할 수 있어 CSR/RPED가 나타난 환자의 40%는 약 복용을 일시 중단했고, 56%는 투여량을 줄였다.

   

건성안이 환자의 26%에서 나타나 이럴 경우엔 인공눈물 등으로 완화하는 조치가 필요했다. 손바닥-발바닥 홍반성 감각 이상 증후군(palmar–plantar erythrodysesthesia syndrome, 수족증후군)은 발베사 투여군의 9.6%, 구내염은 8.1%에서 나타났다. 

   

다른 항암제에 없는 특이한 부작용은 고인산혈증이었다. 발베사 투여 환자의 73%에서 혈중 인산 농도가 증가했다. 이럴 경우에는 경구용 인산결합제를 투여해야 한다. 혈중 인산 농도가 7.0mg/dL 미만으로 떨어질 때까지 의사가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김 교수는 “탈모나 호중구감소증 등 일반적인 항암제 부작용은 의사들이 충분히 알고 대처할 수 있으나 FGFR을 억제하는 고인산혈증은 특이적인 부작용으로, 경험 많은 의사가 관리한다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산혈증이 신장이나 방광에 직접적인 해를 끼친다기보다는 전신적인 전해질불균형을 더 우려해야 한다”며 “의사에게 익숙하지 않은 부작용 중 하나이기 때문에 늦게 알고 대응하면 안되고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GFR 억제 특화 ‘발베사’ vs 올라운드 플레이어 ‘파드셉’

   

얀센(존슨앤드존슨)의 방광암 치료제 '발베사'최근 방광암의 올라운드 플레이어 또는 ‘올 커머’(All-comer)로 부각된 게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의 항체약물결합체(ADC)인 ‘파드셉주’(Padcev 성분명 엔포투맙 베도틴, enfortumab vedotin-ejfv, 약칭 EV)가 부각돼 있다.

   

미국 머크(MSD)의 항 PD-1 억제제인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와 파드셉주의 병용요법은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제로 미국 한국 등 국내외에서 자리잡았다.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은 KEYNOTE-A39(EV-302) 3상 임상시험에서 방광암 1차 치료제로서, 31.5개월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이란 놀라운 치료성적을 냈다. 대조군이었던 백금기반 화학항암요법(젬시타빈+시스플라틴 또는 카보플라틴) 16.1개월 대비 1년 이상 늘어났다(P<0.00001). </p>

   

파드셉은 또 단독요법제로서, 이전에 PD-1 또는 PD-L1 억제제 및 백금기반 화학요법제의 치료 경험이 있는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성인 환자의 치료(3차 치료제)로 허가돼 있다.

   

김 교수는 “파드셉이 올 커머 방광암 항암제인 것은 맞지만, 발베사 FGFR 변이에 특화된 환자에게 필요한 항암제로서 나름의 특이성과 존재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발베사는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방광암에서 면역항암제를 투여받았거나 이를 포함해 적어도 2가지 이상의 항암제를 투여받은 환자에서 사망 또는 진행 위험을 줄인 3상 결과를 내놓았다”며 “연령, 성별, 인종, 근침윤성 또는 비근침윤성 등을 망라한 모든 하위군 분석에서도 일관된 결과를 보인 것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거의 모든 방광암은 비근침윤성이라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근침윤성으로 변화되기 마련인데 이런 경우에도 발베산는 일관된 효과를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발베사는 FGFR 억제제다. FGFR 유전자에 변이(점 돌연변이, 유전자 증폭, 유전자 융합 등)가 일어나면 FGFR 단백질이 활성화돼 요로상피암이 발병하게 된다. FGFR 변이는 암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동시에 정상 세포 생존을 방해한다. 발베사는 과도한 FGFR 활성화를 막아 암세포 성장과 분열을 촉진하는 효소 활동을 억제한다. 요로상피암 환자 중 약 20%(환자 5명 중 1명)에서 FGFR 변이가 나타나고 있다.

   

FGFR 방광암 조기발견을 위해 특화된 유전자진단 필수적

   

FGFR 변이를 표적하는 항암제를 투여하려면 이를 진단하는 유전자 분자진단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발베사의 적합한 투여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퀴아젠코리아의 'therascreen FGFR RGQ RT-PCR Kit'를 동반진단검사(의료기기)로 허가했다.

   

테라스크린 FGFR Kit는 요로상피암 환자의 포르말린 고정 파라핀 포매(FFPE)된 종양 조직에서 유래한 RNA 검체를 이용해 FGFR3 유전자에 있는 엑손(Exon) 7에서 2개의 점 돌연변이, 엑손 10에서 2개의 점 돌연변이 및 2개의 융합변이를 실시간, 역전사 중합효소연쇄반응(RT-PCR)으로 정성하여 표적치료제 발베사 처방 대상 환자의 선별에 사용하는 체외진단 시약이다. 정성검사법으로는 퀴아젠의 자동화 솔루션인 Rotor-Gene® Q MDx 의료기가 사용된다. 


기자간담회에서 김태정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병리과 교수는 “요로상피암 환자의 약 20%에서 FGFR 변이가 관찰된 것은 4853건의 방광암을 분석해서 나온 수치로, 단일 암종으로서는 매우 높은 변이 발현 비율”이라며 “요로상피암으로 의심되는 경우 FGFR 변이의 빠른 진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이에 따른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면 암의 증식과 진행을 막거나 다른 치료의 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으며 NCCN 가이드라인(NCCN Guideline v4.2024)은 방광암 종양의 침범 정도가 3B 이상인 환자 등 일부 환자에서 유전자 변이에 대한 분자/유전체 검사를 고려할 수 있거나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GFR은 암세포의 증식과 침윤, 악성을 강화한다. 비정상적 FGFR 신호 전달은 종양 발생을 유도한다. 현재까지 FGFR 1~4 등 4가지 변이가 발견됐다. 이 중 FGFR3 변이가 가장 많이 확인된다. 현재 발베사는 FGFR3 변이 표적에 적응증이 있다. 발베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FGFR3 변이 검출이 필수적이다.

   

김 교수는 “요로상피암 환자에서 나타나는 FGFR3 변이는 반드시 찾아내서 환자에게 정보를 전하고, 임상의가 이를 바탕으로 치료전략을 짜야 한다”며 “미국에서도 암종별 맞춤형 차세대유전자시퀀싱(NGS)를 실행할 수 없는 의료기관이 64.4%에 달한다”며 “국내서는 NGS를 거의 모든 대학병원(2024년 9월 기준 77개소 승인)에서 NGS를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가 잘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광암 진단 후 동반진단검사를 받으면 급여 혜택을 받을 수는 있지만 이럴 경우 방광암에 대한 대응이 늦어진다”며 “비용 부담이 있더라도 NGS 선별급여 검사를 통해 방광암 의심 환자(혈뇨, 빈뇨, 절박뇨, 배뇨시 통증과 작열감 등)들이 폭넓게 FGFR 변이를 미리 알아내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방광암이 국소진행 또는 전이된 후에 FGFR 변이를 진단해 대응하면 적기 치료가 늦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요로상피암은 요로(소변이 지나는 부위)의 상피(표면)에 발생하는 암으로, 90% 이상(91.4%)은 방광에서 발생하며, 신우·요관 등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방광암은 세계에서 10번째로 흔히 발견되는 암으로 전 세계적으로 발병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방광암 발생자(신환) 수는 2010년 3553명에서 2021년 5169명으로 11년 만에 약 45.4% 급증했고 현재 전체 암종 가운데 유병률 10위(환자 수, 2021년 기준 4만364명)를 차지하고 있다. 

   

방광암은 수술 가능한 비근침윤성(표재성), 방광암이 근육층을 침범해 방광적출술이 필요한 근침윤성 방광암, 전이성 방광암(림프절 또는 다른 장기로의 전이)으로 나뉜다.

   

방광암은 70대(33.3%)에서 가장 많이 생기고, 다음으로 60대(26.2%), 80대 이상(25.5%)로 대부분 고령층이다.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4배 많이 발생하고 있다.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방광암 5년 상대 생존율(2017~2021)은 77%다. 암이 방광을 벗어나지 않은 경우는 85.5%, 주위 장기나 인접한 조직 또는 림프절을 침범한 국소 진행단계인 경우 50.6%다. 그러나 다른 부위로 전이된 원격 전이 단계에서는 11.7%로 매우 낮으며, 남성(78.8%)보다 여성(69.5%)의 5년 상대생존율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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