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전체에 염증이 반복되는 만성 희귀질환인 크론병은 장폐색, 누공, 농양 등 합병증으로 심한 출혈 등이 동반된 경우 수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질환의 특성상 재발 가능성이 높고 수술 부위 합병증도 잦아 재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25%나 돼 환자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
윤용식·이종률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팀 장의 잘린 부분을 다시 이어주는 문합술의 방향을 바꾼 새로운 크론병 수술법을 고안·적용했다. 그 결과, 기존 수술법에 비해 합병증 발생률이 절반으로 감소하고, 장폐색 발생률은 3분의 2이상 낮아지는 등 환자 예후가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크론병 수술은 장의 일부를 잘라내고 봉합해야 하는데, 수술 부위가 넓어 바늘과 실로 하는 문합술보다 스테이플러를 이용한 문합술을 시행한다. 일정한 간격과 압력으로 봉합을 할 수 있어 조직 손상이 적고 수술시간이 줄어들어 환자의 신체적 부담이 적어진다.
하지만 전통적인 방법인 스테이플링 문합술(Conventional Stapled Anastomosis, CSA)은 장의 끝부분을 가로로 잘라낸 후, 이 잘린 부분을 다시 이어주는 방식으로, 장의 절단면 주변에 불거져나오는 부분이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해 음식물이나 대변이 쌓여 염증이 생기거나 재발할 가능성이 있었다.
연구팀은 기존 수술법을 보완하기 위해 문합술의 방향을 바꾸는 새 수술법인 ‘델타형 스테이플링 문합술’(Delta-Shaped Anastomosis, DSA)을 고안했다. DSA 수술법은 장을 자른 후 잘린 부분을 가로로 이어주는 기존 수술법 대신 90도 수직으로 폐쇄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장의 연결 부위가 그리스문자 델타(Δ) 모양처럼 보이게 되며, 기존 수술법에 비해 문합 부위가 넓어져 장 내 내용물이 매끄럽게 지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델타형 문합술은 장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주머니 형성을 방지하고, 음식물이나 대변이 쌓이지 않도록 해 염증 및 재발률을 줄여준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2020~2023년에 이 병원에서 크론병으로 소장 및 대장 절제술을 받은 환자 175명을 대상으로 평균 20.7개월 추적관찰해 예후를 분석했다. 연구에 참여한 175명의 환자 중 92명은 새로운 DSA수술법을, 83명은 기존 CSA수술법을 적용받았다.
연구 결과, DSA수술법을 적용한 환자군에서 수술 후 30일 이내 합병증 발생률이 16.3%로, CSA수술법을 적용받은 환자군의 32.5%보다 절반 가까이 낮았다. 장폐색 발생률도 DSA환자군이 4.3%로 CSA환자군 14.5%보다 3분의 2이상 줄었다. DSA환자군의 평균 입원 기간은 5.67일로 CSA환자군의 7.39일보다 짧아 환자들의 회복이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복강 내 혈종 발생률, 수술 후 출혈량 등을 비교해봤을 때 새로운 DSA수술법을 적용한 환자군에서 전반적인 예후가 긍정적으로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용식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새로운 크론병 문합술이 기존 수술법에 비해 수술 후 합병증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환자의 회복을 돕는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새 수술법이 크론병 환자들의 수술 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소화기외과학저널’(World Journal of Gastrointestinal Surgery, IF=1.8)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