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허리가 좋지 않았던 65세 여성 A씨는 어느 날 계단을 내려오다가 허리통증이 심해지고 다리 힘이 빠지는 증상이 생겨 병원을 찾았고 척추 골절로 인한 신경 압박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골절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 중 원인을 모르는 빈혈도 있음을 알게 되었고 주치의는 혈액암을 의심하고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를 전원시켰다.
이후 A씨는 혈액검사 및 골수검사 등을 통해 혈액암인 다발골수종(Multiple myeloma)을 진단받고 큰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복합항암화학요법 및 자가조혈모세포이식 등 치료를 시작했고 이후 2년째까지 재발 없이 지내고 있다.
이렇듯 허리가 아파 병원을 방문했다가 혈액암을 진단받아 충격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보통 혈액암이라면 백혈병을 연상하지만, 발생 빈도를 보면 다발성골수종이 두 번째로 많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 혈액암 인식의 달’(Blood Cancer Awareness Month, BCAM)인 9월을 맞아 박영훈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다발골수종에 대해 설명했다.
박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항체 생산에 관여하는 백혈구 일종인 형질세포에서 발생하는 혈액암으로 국내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암 중 하나”라며 “환자 대부분이 60대 이상으로 고령에 발생하는 대표적 혈액암”이라고 말했다.
2023년에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2021년에 국내서 새로 발생한 암 중 다발골수종은 1915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0.7%를 차지했다. 다발골수종의 대표적 증상 중 하나가 뼈가 약해지고 파괴되는 것으로 실제로 처음 다발골수종 진단을 받은 환자의 약 70%는 뼈 통증을 호소한다.
다발골수종은 정상적 항체 대신 M-단백이라는 비정상적 단백질을 만들어 내 정상적인 면역체계를 파괴하고 여러 증상들을 유발할 수 있다. 고칼슘혈증으로 인해 갈증, 구역, 의식장애, 빈혈로 인한 숨참, 어지러움, 전신쇠약, 뼈 약화로 인한 골절이나 허리·갈비뼈 등의 통증, 신장기능 감소로 인한 전신 부종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처음 진단받은 환자의 약 70%는 허리통증, 고관절 부위의 뼈 통증을 호소한다.
다발골수종은 고혈압, 당뇨병, 신장질환, 골다공증, 퇴행성관절염과 같은 만성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
박 교수는 “환자의 대부분이 중년 이후에 발병하다 보니 만성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서 다발골수종의 징후가 나타나더라도 기존 만성질환 증상으로 판단해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뼈 통증, 빈혈, 콩팥기능 이상이 발생한 고령자는 다발골수종에 대한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다발골수종은 고령화를 기점으로 증가하고 있는 혈액암으로 빠른 진단을 통해 치료성적을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치료해야 한다”며 “주치의와 치료계획을 상의하면서 합리적인 치료방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