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로로 유명한 대형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 인터내셔널(PMI)가 제약산업 진출을 위해 3년 전 인수했던 벡투라 그룹을 헐값에 매각했다.
필립 모리스 인터내셔널은 17일 자회사인 벡투라 그룹(Vectura Group Ltd.)을 전자회사인 몰렉스 아시아 홀딩스(Molex Asia Holdings Ltd.)에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매각 조건은 1억 5천만 파운드의 선지급과, 성과 목표 달성에 따른 최대 1억 4천 8백만 파운드의 추가 지불 조건 등이다.
3년 전인 21년 7월 10억 파운드(약 1조 7천억원)에 영국 소재 호흡기 질환 관련 흡입치료제 개발사인 벡투라를 인수한 지 3년 만에 1/3 이하인 약 3억 파운드(5700억원)에 다시 매각한 것.
PMI의 대표 야첵 올차크(Jacek Olczak)는 "벡투라가 몰렉스의 글로벌 제조 인프라와 결합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며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매각은 비난 여론에 굴복해 진행된 것으로 추정됐다. 필립 모리스가 제약사를 인수하자 22년 1월 국제호흡기학회 포럼(FIRS)은 유럽호흡기학회, 미국흉부학회, 결핵과 폐질환 국제연합, 아태 호흡기학회, 남미호흡기학회, 천식 국제 이니셔티브 등 국제 의료학회 공동 성명을 통해 필립 모리스의 제약산업 진출에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비난 여론이 끊이지 않았다.
의료계는 담배회사가 흡입치료제 관련 기술을 활용, 오히려 폐질환을 유발하는 흡입 기호품 개발에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담배회사의 제약사 인수에 대해 반대해 왔다.
한편, 벡투라를 인수한 몰렉스는 의료기기, 약물 전달 시스템, 및 진단 제품 등을 개발하는 자회사인 필립스 메디사이즈(Phillips Medisize)를 통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