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수면행동장애는 자는 동안 소리를 지르거나, 팔다리를 휘두르는 등 격렬한 행동을 보이는 질환이다. 보통 렘수면 상태에서는 근육이 마비돼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근육 마비가 풀려 꿈속 행동을 그대로 옮기게 되는 게 특징이다.
치료는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의 일종인 클로나제팜으로 대부분 증상이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복용을 중단하면 바로 증상이 다시 나타나 오랜 기간 치료제를 복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렘수면행동장애는 방치할 경우 파킨슨병, 루이소체치매 등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고, 일각에서는 클로나제팜을 포함한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장기간 복용 시 인지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어, 클로나제팜 장기 복용이 불가피한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었다.
이에 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제1저자 이민지 순천향대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 치료제인 클로나제팜의 장기간 복용과 인지기능 저하는 관련이 없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고 29일 소개했다.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 수면센터에서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로 진단받은 환자 101명을 대상으로 평균 7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클로나제팜 누적 복용량이 높은 환자들에서 인지기능을 구성하는 기억력과 수행능력이 소폭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인지기능 저하에 영향을 미치는 세부 요인을 확인하고자 △체질량지수 △흡연 △알코올 섭취량 △고혈압 △기저(렘수면행동장애 치료 시작 전) 인지기능 등 위험요인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로 분석했다.
추가 연구 결과 여러 요인 중 렘수면행동장애 환자의 기저 인지기능만이 추후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었다. 클로나제팜 누적 복용량은 기억력, 시공간 기능, 수행능력, 전반적 인지를 포함한 인지기능의 모든 영역에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를 통해 클로나제팜 누적 복용량보다는 기저 인지기능이 추후 인지기능 저하에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윤인영 교수는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클로나제팜의 누적 복용량과 인지기능 저하 간 상관관계를 규명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렘수면행동장애 치료제를 장기간 복용해도 인지기능 저하에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만큼, 렘수면행동장애가 의심될 경우 조기에 진단받아 꾸준하게 약을 복용한다면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SCI급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IF=4.2)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