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우울증이 심혈관계질환, 당뇨병, 고지혈증, 신장질환, 신경퇴행성질환 등 신체에 다양한 만성질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복합만성질환(Multimorbidity)이란 두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에 동시에 이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선행 연구들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15~43%가 복합만성질환에 이환돼 있으며, 나이가 들수록 위험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합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우울증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지만, 반대로 우울증이 복합만성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오대종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교수,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전국에 거주하는 60세 이상의 지역사회 노인 중 복합만성질환을 갖고 있지 않은 2700여 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우울증과 만성질환의 연관성을 8년간 추적 관찰했다.
우울증은 노인 우울증 척도 설문지(GDS)를 통해 평가했으며, 점수에 따라 우울증의 심각도를 분류했다. 복합만성질환은 환자의 자가보고, 의무기록 검토, 신체검진 등으로 파악한 병력 정보를 누적질환평가척도(CIRS)로 점수화하여 평가했다.
그 결과 우울증이 없던 노인에 비해 우울증이 생긴 노인은 복합만성질환의 중증도가 증가했으며, 5개 이상의 신체 계통에 심각한 복합만성질환에 이환될 위험성은 44% 증가했다. 특히 우울증의 중증도가 높거나, 매사에 흥미 및 의욕이 떨어지는 무쾌감증을 동반한 경우, 심각한 복합만성질환에 이환될 위험이 87%까지 증가했다.
오대종 교수는 “노년기 우울증이 단순히 정신과적 문제가 아닌 신체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만성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을 최초로 규명한 연구 결과”라며 “노년층의 우울증은 신경내분비계 및 자율신경계 기능 이상을 통해 전신의 염증을 증가시키고 면역력은 억제해 다양한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측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년기에 우울증이 발병할 경우 정신과적 증상뿐 아니라 신체질환의 경과를 유심히 관찰하고 예방과 관리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노인병학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인 ‘American Journal of Geriatric Psychiatry’(IF=4.4)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