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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밀 알레르기, ‘삶은 면’ 경구면역요법으로 극복 가능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4-08-26 12:12:18
  • 수정 2024-08-26 16: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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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는 양 서서히 늘려 알레르기 반응 소실 유도 … 소아청소년 81%서 효과 … 천식 동반 또는 면역혈청검가 부적합한 경우엔 예외
  • 김지현 삼성서울병원·김민지 세종충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 ‘아태 알레르기 면역학술지’ 발표

빵이나 면, 과자 등 일상생활서 피하기 어려운 ‘밀 알레르기’를 가정에서도 실천 가능한 경구면역요법으로 안전하게 극복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고됐다.

   

밀 알레르기는 밀에 포함된 단백질 성분으로 인해 발진, 가려움증, 호흡곤란 등 알레르기반응을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심한 경우 쇼크(아나필락시스)가 나타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김지현 삼성서울병원, 김민지 ·김지원 세종충남대병원, 정민영 고신대복음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은 밀 알레르기가 있더라도 잘 준비한 경구면역요법을 이용하면 효과적이면서 안전하게 완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아시아 태평양 알레르기 면역 학술지’(ASIAN PACIFIC JOURNAL OF ALLERGY AND IMMUNOLOGY, IF=5) 최근호에 발표했다.

김지현 삼성서울병원(왼쪽부터), 김민지 ·김지원 세종충남대병원, 정민영 고신대복음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연구팀은 2015년 10월~2022년 7월에 밀 알레르기 진단을 받은 3세에서 17세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50명에게는 경구면역요법을 시행하고, 나머지 22명은 대조군으로 선정해 밀 알레르기 반응의 완화 정도를 관찰했다.

   

경구면역요법은 삶은 면 유발검사를 통해 밀 단백질 섭취량에 따른 알레르기 반응 정도를 신중하게 살피고,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면 섭취량을 바탕으로 초기 섭취량을 결정하였다.

   

면은 끓는 물에 5분 동안 충분히 익히고, 소수점 아래 두 단위까지 정확한 측정이 가능한 저울을 사용해 먹는 양을 철저히 계량하도록 교육했다.

   

이후 같은 방법으로 조리한 면을 3g(밀 단백질 기준 90mg)에 도달할 때까지 3~7일 간격으로 신중하게 증가시켰다. 최종 목표 섭취량인 삶은 면 80g(밀 단백질 2400mg)까지 기존 용량보다 매일 5% 또는 매주 25%씩 더 먹도록 했다. 밀 단백질 섭취 목표량 2400mg이 넘어서면 유지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고, 최소 12개월 동안 일주일에 4번 이상 1회 밀이 포함된 음식을 꾸준히 먹였다. 

   

연구진은 참가자의 안전을 위해 보호자에게 아나필락시스에 대한 주의와 증상 관리, 응급대처에 필요한 에피네프린 주사 방법을 교육하고, 증상 일지를 작성하면서 필요시 의료진과 상의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경구면역요법을 받은 소아청소년 50명 중 41명, 82%가 알레르기 증상이 사라진 것(탈감작)으로 보고됐다.

   

경구면역요법 처음 시작 당시 본인이 먹을 수 있었던 면의 양에 따라 다르지만 경구면역요법을 한 지 9개월(중앙값)만에 거둔 성과다. 반면 대조군에서는 22명 중 1명(4.5%)만 알레르기 증상이 자연적으로 소실됐다.

   

경구면역요법 시작 당시와 섭취량 증가를 모두 달성한 시점에 시행한 혈액검사를 비교했더니 참가자들의 면역 관련 수치가 개선됐다.

   

지속적인 밀 섭취로 면역글로불린(IgG4) 수치가 증가해 알레르기 반응을 완화시킨 것으로 보였고, 호산구 수치도 감소하여 면역 체계가 적응한 것을 확인했다.

   

대조군에서는 반대로 알레르기 반응과 관련 있는 수치(IgE)가 오히려 증가하고, 다른 지표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음식알레르기에선 알레르기유발물질(알레르겐, 항원)에 대해 IgE와 IgG4가 증가한다. 계란, 우유, 땅콩, 밀, 새우 등에 대해 항원 특이적 IgE(항체)가 비만세포의 표면에 결합하면 음식알레르기가 유발된다. 이 때 히스타민과 류코트리엔과 같은 염증매개체 방출되면 비만세포가 더욱 활성화돼 부종, 두드러기, 가려움증, 점막부종과 같은 극심한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난다.

   

IgG는 사람의 혈액에서 발견되는 가장 일반적인 유형의 학체로 하위군으로는 IgG1, IgG2, IgG3, IgG4가 존재한다. IgG4는 건강한 사람에서 가장 작은 비중을 차지하며 전체 IgG 중 약 4%를 점유한다. 일반적으로 IgG는 아토피피부염 소아에서 일찍 정점에 도달하지만 이후에는(만성 알레르기반응에서는) 알레르겐 내성을 유도하는 억제수용체(FcgRⅡb 또는 FCGR2B)에 결합해 과민반응을 억제한다. IgG4는 여느 IgG와 달리 면역합체 형성 효율이 낮아 보체활성화 및 염증유발이 어렵다. 이런 이유로 IgG4는 급성 알레르기반응을 유발하는 IgE와 경쟁적으로 알레르겐을 포획하지만 이후에는 염증으로 연결시키지 못해 궁극적으로는 염증반응을 완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구면역요법 이후 알레르기반응은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알레르기 반응 보고 회수는 인당 2번 정도로, 가려움증과 같은 피부 증상이 가장 많았다.

   

경구면역요법 이후 참가자들의 삶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삶은 면을 늘려 먹는 단계가 끝나고 안정화, 유지 단계를 거친 참가자의 대부분(44명, 88%)은 밀의 형태나 종류와 상관없이 용량 제한을 두지 않고 섭취가 가능했다.

   

대조군은 여전히 90%(20명) 가량이 밀 섭취를 제한받고, 부지불식간에 섭취하였을 때 발생 가능한 알레르기반응에 대한 걱정을 놓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 없이 임의로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서도 천식이 동반된 경우나 면역혈청학적 검사가 부적합한 경우에는 경구면역요법의 실패 가능성이 높고, 환자에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경구면역요법을 시행한 50명 중 15명, 30%에서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것으로 보고돼 전문적인 경험에 기반한 의료진의 교육과 초기 대처가 매우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관한 김지현 교수는 “식품알레르기(음식알레르기)는 전체 인구의 약 5%에서 나타나고 오랜 기간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며 “단순히 좋아하는 음식을 못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언제 어떤 식으로 응급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 및 전문적인 교육에 따라 집에서 편안한 방법으로 밀 알레르기를 극복할 수 있게 되면 알레르기반응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고, 다양한 음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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